[칼럼] 물줄기
[칼럼] 물줄기
  • 편집부
  • 승인 2020.02.20 09:28
  • 호수 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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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강 환 욱
보은교육협동조합햇살마루 이사

겨울이 사라진 채로 봄이 오는 듯 하더니 눈다운 눈이 올해 처음 내렸습니다. 겨울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늦춰졌나 봅니다.
이 또한 지구환경의 변화에 따른 것이겠죠.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변화를 하나의 징조로 여기고 있습니다. 지구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의미로 말입니다. 지구가 터지거나 죽지는 않겠지만 지구에 인간이 온전히 살 수 있는 날들이 급속도로 감소되고 있다는 분석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전히 외면하고 싶어 합니다. 끊임없이 독한 연기는 하늘로, 독한 액체는 땅으로 보내지고 있습니다. 뻔뻔한 이웃 나라는 방사능마저 바다로 보내겠다고 합니다. 지구의 인내심을 끝없이 시험합니다. 다행히 경제발전이라는 달콤한 문구에 더 이상 속지 말고 지구가 병들어 가는 것에 눈을 돌리자는 그레타 툰베리 같은 친구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경제발전을 외치는 사람들이 실은 자기 주머니만을 챙겨왔다는 것을 압니다.
어쨌든 이제는 모든 초점을 망가진 지구에 두어야 하는 시대가 다가왔습니다. 농업과 어업 및 임업, 공업과 기업 모두가 지구를 아껴야 할 때입니다.
우리가 사는 고장 보은의 미래 또한 환경과 무관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보은의 미래는 농업과 교육임이 분명합니다. 이곳에 산 지 10년도 되지 않았지만 그것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저 혼자 느끼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땅과 사람을 살리는 물리적 방편의 중심에는 농업이 있고 정신적 방편의 중심에는 교육이 있음을 말입니다.
사람이 잘 살 수 있는 환경의 첫째는 내딛고 있는 땅과 감싸고 있는 공기이며 속을 채우는 먹거리입니다. 그래서 미래의 안보는 식량 안보라고도 합니다. 단 그 식량이 지구와 인간 모두에게 이로울 때를 가정하는 것입니다. 저는 상추 하나 제대로 심을 줄도 모르지만 정농회가 있고 생명역동농법이 있으며 홍동마을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온 몸을 바치는 농부님들이 우리 지역에 많음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보은군의 마음은 다른 곳에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는 그들의 마음을 돈의 흐름으로 봅니다. 세금에서 나오는 그 돈이 흐르는 곳이 농업과 교육은 아닌 것 같아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흐르더라도 졸졸 흐를 뿐입니다.
사람이 잘 살 수 있는 환경의 둘째는 앎의 욕구에 대한 충족입니다. 어린 나이부터 노년까지 말이죠. 교육을 든든하게 뒷받침하여 어린이집부터 평생교육에까지 몸 담고 있는 모든 선생님들이 최고의 여건에서 신명나게 가르침을 이끌 수 있게 만들어야 합니다.
학교가 원하면 무엇이든 지어주고 어린이 집이 원하면 숲을 조성해주며,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상관없이 제 각각의 소질을 발현할 수 있도록 모든 학생을 귀하게 여겨야 합니다. 청년들이 본인의 뜻을 펼칠 수 있도록 많은 것을 도모해야 합니다. 소멸예정지역으로 분류된 이곳에서 새로 태어난 아기와 부모에게 지금과 같은 티 내기 식의 축하는 한참이나 부족합니다.
노력했다는 말이 핑계가 되지 않는 세상입니다. 노력의 방향이 엉뚱하면 그것은 재난입니다. 사람에 의한 재난이죠. 그래서 현대판 피난이 일어났습니다.
농업과 교육은 이 시대, 이 지역의 미래입니다. 스포츠는 취미일 뿐이죠. 물줄기는 어느 곳으로 흘러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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