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가격폭락 어디까지, 공판장 시세 50%로 추락
사과 가격폭락 어디까지, 공판장 시세 50%로 추락
  • 송진선 기자
  • 승인 2020.01.23 09:52
  • 호수 5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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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선 엔비사과와도 경쟁, 사과 이대로 괜찮은가 농가들 불안

설을 앞두고 제수용품, 선물 등으로 출하 주문이 쇄도하고 수요증가로 공판장 가격상승을 기대했던 사과재배농가들이 요즘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민족 최대의 명절 설은 1년 중 특히 사과 수요가 몰리는 시기임에도 최근 사과가격이 폭락해 농민들은 올해 농약값 건지기도 어려울 것이라며 울상이다.
사과재배농가들에 따르면 보은군 사과 주출하처인 대전 공판장의 시세가 지난해 대비 50%로 떨어졌을 정도로 값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공판장 경매가 기준으로 5㎏ 박스당 10과 이내인 최상품이 종전 4, 5만원대에 경락됐으나 최근에는 2만2천원까지 떨어졌다는 것. 최상품뿐만 아니라 5㎏ 박스당 13과가 들어가는 일반사과도 마찬가지여서 상품이 1만5천원에서 1만6천원대에 경락되고, 중품은 1만2천원대, 하품 9천원대에 낙찰된다며 역시 기존 대비 50%이상 가격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같이 거의 모든 사과의 공판장 가격이 50%이상 떨어지자 공판장에서는 물량을 조절해 도매가격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농가에 출하 자제를 요청할 정도.
지난 1월 16일 삼승면에서 만난 사과 재배농가들은 하나같이 떨어진 사과가격을 걱정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농민들은 "사과가격 하락은 이미 3년 전부터 시작됐지만 설마설마 했는데 이후에도 사과 가격이 살아나지 않고 계속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고 올해는 전보다 하락 폭이 더 커서 농약값 건지기 힘든 농가도 많이 나올 것"이라고 할 정도로 예후가 좋지 않다고 전망했다.
사과가격 추락 원인에 대해 농민들은 사과 생산량 증가 및 수입과일 증가, 사과 소비 부진을 들었는데 이는 보은군이 지난해 2018년 기준으로 자체 통계조사를 한 보은군 주요소득작물 및 한우 실태조사 보고서에도 나타나고 있다.
보고서를 기준으로 보면 보은군 사과재배면적은 584농가 607㏊ 면적에서 연간 약 7천톤의 사과를 생산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6년 대비 농가수는 51농가가 늘고 재배면적은 94㏊가 늘었으며 생산량은 1천720여톤이 늘었다. 그러나 재고량은 늘어 2018년 자가소비를 포함해 541톤가량 팔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사과재배농가평균 생산량 및 평균 판매량을 보면 더욱 확실하게 드러난다. 2016년엔 잔여물량이 853㎏이었으나 2018년엔 1톤으로 늘었다.
사과 평균 판매액은 즙 등 가공품을 포함해 2016년엔 4천612만원을 판매했으나 2018년엔 3천100여만원으로 줄었다.
위의 통계는 2018년을 기준으로 한 것인데 농민들은 보은군 사과재배농가들의 주 출하처인 도매시장에서 2019년산 사과판매량 및 가격은 이보다 더 좋지 않아 재고량은 더 늘어나고 농가당 평균 판매액도 큰 폭 감소가 예상했다. 농가가 갖는 위기의식을 뒷받침하는 통계여서 조사 및 분석 대책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농민들은 이같이 사과의 예후가 좋지 않은데 보은군이 3년 전부터 뉴질랜드 품종인 엔비사과 육성정책을 펴고 있는데 이는 사과 생산량을 더 늘리는 것이고 시장 출하량 증가에 따른 가격하락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며 종합적인 점검을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엔비사과 아시아 판권을 갖고 있는 한국법인 (주)ST-아시아는 지난 2017년 7월 보은군청 대회의실에서 가진 설명회에서 "엔비사과는 일단 국내만 유통하고 수출은 몇 천 톤이 돼야 생각해볼 수 있는데 아직 생산량이 미치지 못하고 생산량이 돼도 본사인 뉴질랜드에서 봤을 때 수출 가능한 품질이 나왔을 때 가능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어 수출까지는 아주 먼 길임을 예시했다.
상당기간 국내 출하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실제로 지난 1월 18일 대전의 한 대형마트에서 엔비사과가 유통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기존 부사품종과 같은 진열대에 비교할 수 있게 진열돼 있었는데 가격 및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한 싸움을 벌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보은군은 설명회 직후인 8월 (주)ST-아시아와 협약하며 2018년부터 3개년 계획으로 약 100㏊의 엔비사과 식재면적 확보하는 안을 밝힌 바 있다. 올해 3년차인데 농업기술센터에 따르면 현재 군내 엔비사과 식재면적은 2019년까지 87농가 38㏊로, 계획 1년 남은 가운데 100㏊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본격적인 생산은 2022년 이후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부사사과 소비의 부진은 엔비사과의 경쟁 뿐만 아니라 제철과일 개념을 희석시킨 국내산 신품종 과일 경쟁력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서울 가락동 시장 등 대규모 과일 유통시장의 분석에 의하면 미국산과 페루산 청포도 가격을 폭락시킬 정도인 신품종 포도 샤인머스켓이 겨울철에도 인기를 끌고 있고 귤 종류인 레드향, 천혜향, 그리고 딸기 설향 등 겨울철에 먹는 것들이 오렌지나 바나나, 파인애플 등 전통 수입과일의 소비 감소를 가져올 정도로 경쟁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따라서 보은군은 기존 재배작목에만 안주할 것이 아니라 시장조사와 함께 기후나 토양 등 지역환경을 분석해 사과를 대체할 수 있게 아열대 과일 등 품목의 확대 등 구조조정이 요구되고 있다.
이미 다른 지역의 경우 농업기술센터의 시범재배나 기술지도 등으로 선택지를 넓혀가고 있다.
영동군은 지난 2018년 포도폐원 하우스를 이용한 아열대식물 용과 재배에 성공했고 옥천군농업기술센터에서는 기술센터 시범포를 이용해 아열대 식물을 재배하고 있다.
괴산군은 더욱 적극적이다. 지난 2011년 조성한 농업기술센터 내 실증시험포에 만감류 7종, 신소득 유망작물 7종 등 총 14종의 아열대과일을 비롯해 아열대채소 5종을 시험 재배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제주도에서 재배되는 한라봉, 천혜향, 금귤 등 만감류 7종이 식재돼 생산성과 소득률을 시험하고 있다. 또 애플망고, 무화과, 구아바, 용과, 올리브, 레몬 등 동남아 아열대기후에서 생산되는 과일도 재배하며 적응성 테스트는 물론 소득원으로도 가치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이같이 기술센터가 선제적으로 시험재배를 실시해 농가가 작목전환을 하려고 할 때 기술센터의 이같은 시범포가 농가의 선택을 돕는 창구가 돼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보은군농업기술센터를 이전하면서 조성해놓았던 시범포장은 작목의 시범포가 아닌 국화꽃 생산현장으로 둔갑시켰다.
따라서 향후 성장가능성이 높고 소득이 높은 작목으로의 전환을 고민하는 농민들에게 길잡이가 될 수 있도록 보은군은 시범포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고민이 그 어느 때보다도 요구되고 있다.

대전시내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돼 판매되고 있는 엔비사과의 모습이다. 기존 부사와함께 판매되고 있었다.
대전시내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돼 판매되고 있는 엔비사과의 모습이다. 기존 부사와함께 판매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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