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 목소리⑤다문화가정 결혼이주여성 강순애, 알린이 올란데즈, 펜스리, 응오티트엉씨
유권자 목소리⑤다문화가정 결혼이주여성 강순애, 알린이 올란데즈, 펜스리, 응오티트엉씨
  • 송진선 기자
  • 승인 2020.01.16 10:08
  • 호수 5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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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가정의 한국어 능력을 키우기 위한 세심한 관찰 지도 요구
 [21대 국회의원선거] 유권자 목소리 … 다문화가정 결혼이주여성 강순애, 알린이 올란데즈, 펜스리, 응오티트엉씨

지난 1월 11일 베트남 식당 유진푸드에서 오는 4월 15일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투표를 행사하는 결혼 이주여성 강순애(62, 중국, 보은 이평)씨, 알린이 올란데즈(필리핀)씨, 펜스리(태국)씨, 응어티트엉(베트남)씨를 만났다.
한국으로 시집온 지 20년 된 강순애씨는 4남매 중 2명을 결혼하고 2명은 아직 미혼이다.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해 요양병원에서 일하다 요즘은 허리를 다친 후 쉬고 있다. 지난 12월부터 다담웨딩숍에서 미용기술을 배우고 있다는 강순애씨는 "한국으로 시집와서 은혜도 많이 입었다. 미용기술을 배워서 남에게 베풀고도 싶고 기술만 있으면 돈도 벌 수 있어서 미용기술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알린이 올란데즈(47, 회남 분저)씨는 남편과의 사이에 딸 둘, 아들 둘을 뒀는데 필리핀에서 데리고 온 아들(23)이 1월 7일 다솜학교를 졸업해 1급 전기자격증을 획득했으며 1월 17일에는 영주 폴리텍대학 면접만 남았다. 현재는 미용제품을 판매하는데 조만간 종교단체에서 다문화아이들을 위한 일을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삼승면 천남2리 부녀회장이기도 한 펜스리(59, 삼승 천남2리)씨는 한국으로 시집와 현재 19살의 아들을 두고 있다. 시부모님도 좋고 시어머니가 손자 한글을 가르쳐줘 한국인 엄마에게 한글공부를 한 것처럼 공부도 잘한다고 자랑했다.
억척스럽게 농사를 짓는다고 칭찬을 듣는 펜스리씨는 현재 농약상회로부터 주문 받은 고추 10만포기를 하우스에 키우는 중이라 겨울에도 바쁘다.
거의 연중 장날마다 노점을 펴서 대부분의 농산물을 파는데 이렇게 거둬들이는 수입이 쏠쏠하다. 아침부터 오후 4시까지는 한국인들이 주로 먹는 농산물을 팔고 오후 6, 7시에는 퇴근하는 외국인 주부 등을 겨냥한 농산물을 파는데 전략이 맞아떨어져 수입을 높이는 억척스런 농부이다.
응오티트엉(33, 보은 삼산)씨는 결혼한 지 13년. 슬하에 딸과 아들을 뒀는데 다문화 센터에서 일하다 그만 뒀다 한국어도 유창해 지금은 베트남과 한국을 오가며 현지에서 통역 가이드를 하고 식품을 판매하는 자영업을 준비 중이다. 트엉씨가 이렇게 일감을 더 많이 만든 것은 자녀교육비 등 생활비가 많이 소요돼 더 적극적으로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둘째 다섯 살 밖에 안돼 아직 엄마의 손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트엉씨는 베트남 친정엄마와 아버지를 방문 비자로 입국케 해 아들을 봐주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문비자로도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할 때까지 2년, 2년 연장할 수 있고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3개월 있다가 모국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한국에 입국할 수 있어서 아이들을 맡기고 일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현재는 베트남 진출을 추진하는 대전의 치과병원 법인 설립을 하고 있는 중이다.
이렇게 토착민화 돼 가정경제를 위해 또 자녀 교육을 위해 한국부모 못지않게 열성적으로 살고 있는 다문화 가정의 결혼이주여성들이 우리나라에 생활하면서 한국의 제도로 인한 불편함은 뭐가 있을까
이들은 하나같이 한국국적 취득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했다. 한국 국적을 취득하는데 보는 시험과목이 역사뿐만 아니라 경제, 문화체육, 한국문학 등 과목이 많은데 고등학교에 버금가는 수준이어서 이국인 주부들이 시험 통과가 상당히 어렵다는 것.
한국에서 초중학교를 졸업한 것도 아니고 겨우 한글 초급도 안되는 수준으로 한국에 시집와 사는 것인데 고등학교 수준 정도는 돼야 풀 수 있어서 정말 통과하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결혼 이주여성들은 한국으로 시집와서 가정을 꾸리고 아이 양육하면서 일하다보면 시간이 많지 않고 세월이 흐르면서 나이도 먹기 때문에 공부하는 것이 더 어렵다고 처지를 설명하면서  다문화센터와 또 센터에 소속된 다문화 가정 결혼이민자들의 추천으로 국적을 취득하는 방법도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단일국적을 고수하다 지난해 이중국적을 허가한 태국이 모국인 펜스리씨는 이제 한국 국적을 취득해도 되지만 나이가 많아서 공부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한국 국적 취득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알린이씨는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시집와 슬하에 딸 하나를 둔 지인은 남판도 사망하고 국적도 취득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한국 정착이 어렵기 때문에 다시 필리핀으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알린이씨는 남편이 살아있으면 국적 취득을 도와줬을텐데 남편 사망으로 가정을 꾸려면서 국적 취득을 위한 공부를 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할 수 없이 필리핀으로 돌아간다며 센터나 다문화 주부들의 추천으로 한국 국적을 취득하는 방안이 마련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다문화 가정의 특수성에 대한 이해와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문화 가정의 경우 대부분 가정형편이 어렵고 또 나이차이가 많은 남편이 나이가 많아지면서 이주여성들이 가장이 되는 경우가 많다며, 자녀들을 위한 양육수당 등 정책적으로 아이들을 잘 키울 수 있도록 배려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다문화 가정 자녀의 한국어 능력을 키우기 위한 보다 세심한 관찰 및 지도를 요구했다. 센터에 선생님이 배치돼 언어발달 수준에 따른 치료를 하고 있지만 선생님이 크게 부족해 언어치료를 받아야 하는 아이들을 다 수용하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강순애씨는 이평 주공아파트에 다문화가정이 많은데 한글을 잘 알지 못하는 아이들을 보면 너무 안타깝다며 어린나이의 아이들에게 한글을 지도하는 돌봄시스템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보통 아이들은 엄마를 통해 한글을 배우는데 다문화 가정은 엄마의 한국어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한글의 이해력 부족 상태에서 학교에 들어가는 경우가 보통이라고 말했다. 초등학교에서 특수반을 운영하지만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 3, 4살 정도 한창 말을 하는 나이에 언어 수준을 검사해 뒤떨어질 경우 아이를 집중적으로 치료해야 하는데 지금은 제도적으로 그렇지 못하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래서 초등학교 입학해도 또래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한국어 수준 차이로 학습 진도를 잘 따라가지 못하는 등 여러가지 학교문제 사회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2세를 위한 한국어 지도가 우선 급하기 때문에 국가가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소멸, 인구절벽 시대를 맞고 있는 보은에 아기울음소리가 들리게 한 것은 다문화 가정 결혼 이민자들의 덕이 크다. 다문화가정 자녀라는 차이만 있을 뿐 한국인인 그 자녀들이 미래의 동량으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국가가 큰 울타리가 돼 줘야 한다는 과제를 그녀들이 무겁게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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