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밀착형 군정이 아쉽다
생활밀착형 군정이 아쉽다
  • 송진선 기자
  • 승인 2019.11.28 17:10
  • 호수 5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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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2일 정상혁 군수가 내년도 본예산안을 군의회에 심의를 요청하면서 올해 사업 성과 및 내년도 사업계획을 밝히는 시정연설을 했다.
정 군수가 내년도에 하겠다고 한 사업에 공약사업이 들어있다. 정 군수는 입성 후 공약 사업에 대해 주민 공청회를 거치지 않아 사실 어떤 공약을 내걸었는지 조차 모르는 군민들이 대부분이다. 이시종 도지사나 김재종 군수는 공청회를 통해 공약 사업을 확정했고 옥천군은 공약 이행까지 군민들이 점검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정성혁 군수는 3선 입성 후 자신이 공약한 사업에 대해 군정조정위원회를 거치는 것만으로 절차를 생략하고 공약을 확정했다.
시정연설에서 밝힌 ICT 융복합 스마트팜 시범농장사업이나 중판리 쪽에 조성하겠다고 하는 50년대 시간여행마을이란 지방정원 사업, 자연친화적인 군립묘지개발사업 과수거점 산지유통센터 건립 사업 등 하나같이 몇십억원씩의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 아마 공청회를 한다면 분명히 논란을 겪고 쟁점이 될 수 있는 사업들이다. 그런데 보은군민들은 이들 사업이 정말 필요한 사업이라고 체감할까? 주민들이 정말 간절히 원하는 사업일까? 아닐 것이다.
오히려 중소농, 고령농이 대부분인 지역 농민들은 이런 거창하고 거대한 사업 보다는 당장 내가 지은 농산물을 잘 팔아주는 것이 더 절실하다. 보은군이 유통에 가장 신경을 쓰는 것은 대추 정도다. 대추 수출을 위해 군수가 서울 등 도시의 유통시설로, 일본으로, 싱가포르 등 해외출장까지 갔다. 산림조합을 통해 수매까지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다른 농산물은 대추에 치어 서러움을 겪는 것이 사실이다. 새벽에 도시 경매장에 사과를 싣고 가거나 오이를 싣고 간다. 이것도 하지 못하는 농민은 보은장날 보청천 하상으로 고추를 가지고 나오고 이것마저 안되는 농민은 동네로 찾아오는 중간상인들에게 헐값에 넘긴다. 내게 쥐어지는 소득이 적어도 유통력이 떨어지니 농민들은 감수하고 있다. 그래서 지자체마다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판매하기 위해 로컬푸드 매장을 속속 개설한다. 인근 옥천군도 로컬푸드 매장을 개설했는데 이곳에서 판매하는 품목이 300여개에 달한다고 한다. 얼마 전에는 로컬푸드 매장 사상 전국 최초 해썹인증까지 받았다. 인근 대전 소비자들까지 와서 구입해갈 정도로 옥천 농산물 유통의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농민들에게는 잘 알지도 못하는 ICT 스마트팜이나 APC 보다 내가 생산한 농산물을 제때 제값에 판매해주는 시스템이 더 확실하게 와닿는 것이다.
보은군이 내년 45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중판리에 조성하겠다는 50년대 시간여행이라는 사업도 마찬가지다. 시내버스 계단 오르내리는 것이 힘든 고령의 어르신들이나 장애인들에게는 이동이 편리한 저상버스가 더 절실하다. 이미 옥천군은 저상버스 1대를 구입, 노선에 투입했다. 고령화 지수가 옥천보다 훨씬 높은 보은군은 왜 교통약자 이동 편의에 대해 생각이 미치지 못하는 것일까?
보은읍내 뒷골목에 대한 정비는 굳이 지역재생 측면이 아니더라도 생활환경 정비측면에서 바로 시행해야 한다. 정비를 한 주요 시가지와는 달리 한발만 떼서 뒷골목으로 들어가 보면 슬럼가처럼 느껴질 정도로 어수선하다. 아니 지저분하다. 아스콘 포장이 멀쩡(?)하다고 지나치면 안될 것이 깨진 하수구 뚜껑이 덜껑거린다. 아무도 신경쓰지 않으니 행인들도 아무렇지도 않게 쓰레기를 버린다. 삼산3리는 양복점이 있고 여인숙이 있는 7, 80년대 도시문화가 살아있는 골목이다. 가게 앞에 주차 못하고 볼썽사나운 드럼통을 놓지 말고 예쁜 꽃화분을 내넣고 정비사업을 통한 재생사업이 이뤄지면 걷고 싶은 거리가 될 수 있다. 서울 북촌과 서촌을 한복을 입고 누비는 젊은 학생들을 보은에서 보지 말라는 법이 없다.
도로변에 불법주차가 일반화 돼 있는 보은읍내 주차장 조성도 하루가 급하다. 하나로마트나 영마트 앞, 파크장 옆 등 공터를 매입하거나 임대해 주차공간을 만들어 주민들이 이용하게 하면 군민들은 주민세를 내고 보은군에 사는 보람을 느낄 수 있다. 또 담장을 허물고 주택 안에 주차장을 만드는 사업은 골목 교행의 원활함을 줄 수 있다. 목욕탕이 없어서 읍내까지 나와야지만 씻을 수 있는 면지역에도 찜질을 할 수 있는 목욕탕을 만드는 일도 일상에서 복지를 실현할 수 있는 것이다. 시정연설에서 정 군수는 군민들의 부정적인 여론에도 불구하고 189억원을 들여 다목적 종합운동장을 만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나의 사업을 하는데 쓰겠다는 189억원은 생활 속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이들 사업을 전부 다해도 남을 것이다. 거대한 사업에만 몰두하는 보은군. 소소하지만 생활밀착형 군정을 군민들은 더 바란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시정연설을 들으며 또다시 확인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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