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신공원, 출판공원으로 할 수는 없었을까
장신공원, 출판공원으로 할 수는 없었을까
  • 송진선
  • 승인 2019.11.28 12:34
  • 호수 518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증자 고 박맹호씨 유업 반영되지 않은 흔한 동네공원에 그쳐
이름도 장신 아닌 '공원, 비룡소' 라고 하면 어땠을까?
장신공원이라 명명된 공원의 모습이다.(왼쪽) 정상혁 군수의 이름이 적힌 표지석이 공원 앞에 있어 크게 거슬린다. 경기도 파주에 있는 카페 헤세의 모습이다.(오른쪽) 일반인들도 이렁게 다양하게 꾸미는데 왜 보은은 판에 박힌 공원만 생각할까 아쉬움이 크다. 자연친화적인 계단과 책과 출판 이미지를 넣은 무대, 책 벤치 조성, 피노키오 캐릭터 등으로 예쁘게 조성돼 일부러 사진을 찍기 위해 찾아오는 관광객 들도 많다.

도서출판 민음사 창업자이자 대한민국 출판계의 거목으로 평가받는 고 박맹호 회장이 보은군에 부지를 기증해 조성한 공원이 흔한 쉼터에 지나지 않아 큰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공원을 본 주민들은 고 박맹호 회장의 유지를 반영한 콘텐츠로 특징을 주든지 아니면 뒤늦게 조성하는 것인 만큼 이색적으로 조성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이에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보은군은 고 박맹호 회장이 기증한 장신리 국토관리사무소 뒤 2만1천361㎡ 부지에 12억2천700만원을 투입, 배드민턴장, 전망대, 산책로와 단풍나무, 느티나무 등 조경수와 운동시설, 주차장을 갖춘 공원을 조성했다.
이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정상혁 군수 이름 석자가 또렷하게 박힌  표지석이다. 공원조성에 따른 사연을 담기 위해 설치된 것이지만 본인이름만 쓰기에는 부담스러웠는지 시공사, 설계사, 지역개발과장, 팀장에 주무관 이름까지 새겨넣었다. 오히려 볼썽사나울 정도다.
주민들의 의견도 마찬가지. "공원을 예쁘게 조성해 감탄사를 자아낼 정도였다면 눈에 가시같은 표지석 정도는 가볍게 지나칠 수 있지만 모습을 드러낸 공원을 보면 어떤 시설물을 넣을 것인지 등 특색있는 공원 조성을 위한 고민이 크게 부족한 것같다"고 지적했다.
공원 내용물을 체육시설로 채울 것이 아니라 고 박맹호 회장이 평생 출판업에 종사했던 것을 충분히 반영해 출판으로 특화된 공원을 조성하면 지역의 또다른 명소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고 아쉬워하고 있다.
민음사의 대표적인 책과 또 민음사를 사랑하는 작가나 민음사가 배출한 대표적인 작가의 책 등을 형상화해서 일반적인 벤치 대신 책 벤치, 책 길 등을 조성하고 또 어린이 도서출판사 비룡소에서 출간된 동화로 포토존을 설치하거나 캐릭터 인형을 설치하는 등 출판 또는 책 공원 조성이 충분했을 것이란 주장이다.
또 바닥을 밀어내고 다시 조경을 하는 것이 아니라 부지의 원형을 최대한 살려 담쟁이 넝쿨을 올릴 수 있는 벽을 만들고 성냥갑처험 네모난 멋없는 화장실 대신 건물 위에 책이 올려진 화장실을 건축할 수도 있고, 철제 조형물의 책꽂이에 조형물의 책이 나란히 꽂혀있거나 실제로 나무로 서가를 만들고 책이 꽂혀 있는 이색 독서대가 설치된 공원이었다면 훨씬 더 주목을 끌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이 얼마든지 책과 출판 이미지가 담긴 공원 조성이 가능했을텐데 쉼터에 그친 공원의 모습이어서 주민들도 크게 아쉬워하고 있다.
공원 이름 또한 장신공원이 아니라 출판그룹 민음사의 자회사로 어린이 도서를 출판하는 비룡소가 있고 또 고 박맹호 회장이 태어난 곳이며 공원이 위치한 곳이 비룡소이기 때문에 비룡소 공원이 훨씬 더 주목을 끌 수 있을 것이란 주장도 덧붙였다.
경기도 파주에는 데미안의 작가 헤르만 헤세를 전면에 내세운 카페가 있다. 헤세가 쓴 시로 벽면을 장식하고 전등은 일반 갓 대신 책을 씌웠는가 하면 '정원 일의 즐거움'이란 에세이집을 토대로 정원을 조성하는 등 헤세를 상징하는 것들을 카페 내외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피노키오의 다양한 작품들을 전시해놓은 피노지움의 건물은 건물 꼭대기 다락방 창문 밖으로 피노키오가 고개를 내밀고 있는 등 더욱 이채를 띠고 있다.
주민들은 "공무원들도 고정화된 관념 속에 갇혀있지 말고 거꾸로도 보고 뒤집어도 보면서 이색적인 아이디어를 많이 발굴하는 창의적인 군정을 추진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보냈다.
한편 장신공원부지는 1977년 지정된 곳이다. 용도 지정 42년만에 공원이 조성됐는데 보은군은 향후 예산을 확보해 국유림관리소 뒤쪽으로 공원을 연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남광우 2019-11-28 21:08:47
좋은 기사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