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자유
[칼럼] 자유
  • 편집부
  • 승인 2019.11.21 10:07
  • 호수 5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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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환욱

자유라는 말은 언제 들어도 매력적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시간, 공간, 돈과 같은 것들이 상상됩니다. 그러나 그런 기분 좋은 상상을 실현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학창시절에는 수능이라는 괴물에게 쫓겼고 성인이 된 이후에는 군대와 취업에 쫓겼습니다.
잠시 멈춰 온전한 자유를 누린다는 것은 현실과 거리가 멀었습니다. 그러다가 처음으로 작년 한 해에 쉼표를 찍어 보았습니다. 물론 모든 것을 멈추지는 못했지만 태어나 처음으로 느리고 자유롭게 지내보았습니다. 즉흥적으로 떠나기도 하고 나무를 만져보기도 했습니다. 주어진 시간을 마음대로 쓴다는 것은 아주 값진 것이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어른들에 비하여 자유를 누리기 훨씬 좋은 위치에 있습니다. 그리고 또 그래야 합니다. 돈을 벌지 않아도 되고 누군가를 양육하지도 않습니다. 맡아야 할 책임이 작습니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많은 것들이 아이들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이런 것입니다. 한 아이가 자신은 놀이터에 가지 않는다고 합니다. 놀이터에는 모래가 있어서 바지 밑단을 접고 놀다보면 어쩔 수 없이 모래가 바지 접은 곳에 들어가죠.
그런데 아이의 아빠는 한 번만 더 모래를 달고 집에 오면 절대로 밖에 놀러가게 못한다고 합니다. 아이는 놀이터에서 마음껏 놀 자유가 박탈당한 것이죠. 놀고 왔으니 잘 씻으면 되는 것인데 말입니다. 많은 아이들이 재미있게 놀다가 옷을 더럽히곤 하는데, 이를 보고 혼을 내는 부모가 대다수입니다. 아이의 자유는 아이의 책임이 아닌 것에 의해 압박을 받습니다.
더군다나 지금의 시대는 아이러니하게도 아이를 위한 의도가 아이를 위한 놀 자유를 심히 가로막고 있습니다. '안전'이라는 구호가 아이들의 놀이를 방해하는 것이죠. 많은 어른들이 아이들이 다치는 것에 대하여 지나친 경계를 하면서 놀이터는 시시해졌고 바닥은 흙의 기운이 차단되었으며 아이들은 위험을 마주할 줄 모르게 되었습니다. 놀 시간도 적은데 놀만한 공간도 사라진 것입니다.
기적의 놀이터로 이름난 한 놀이터 디자이너는 이런 부상에 대하여 회복이 가능한 부상과 불가능한 부상으로 구분하였고 찰과상이나 다리 골절과 같이 회복 가능한 부상을 너무 두려워하지 말자고 하였습니다.
어린 시절 이 정도의 다침은 나중에 더 큰 부상을 방지하는 배움이 될 수 있는 것이죠. 그리고 이 또한 아이가 충분히 질 수 있는 책임입니다.
수 년 전에는 학교와 교과서를 감옥에 비유했던 노래 가사가 아이들에게 큰 공감을 얻었습니다. 정감이 가지 않는 직사각형의 딱딱한 환경에서 주어진 시간표대로 움직여야 하는 생활은 자유와는 거리가 멀다는 거였죠. 영국의 써머힐학교와 같이 배울 자유를 보장하는 것은 먼 이상이었습니다.
올해 맡은 아이들에게 수업을 듣기 싫은 마음이 있다면 교실을 나가서 그 시간을 스스로 보내도 된다고 했습니다. 교실에서는 예정된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데 이를 억지로 참고 있는 것은 그 과목에 대한 거부감을 기를 뿐 자발성의 측면에서 장기적인 학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 이끌어서 듣는 것보다 자유 의지로 배우는 것이 중요하니 절대로 혼내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 했습니다.
과연 이렇게 한 아이가 있었을까요? 아이들과 떨어지는 게 싫은지, 잠시 누린 자유에 대한 책임이 두려웠는지 모르지만 안타깝게도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 시간에 배우지 못한 것을 언젠가는 메꿔야 하는 책임이 부담감으로 다가왔을까요.
그런데 저는 그런 것이 좋습니다.
자신이 누린 자유에 대한 책임 또한 자신의 몫으로 받아들이는 것이죠. 그것을 감당하지 않으려는 자유는 곧 방종이니, 자신이나 타인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것을 경계하라고 합니다. 그래서 자유는 참 어렵고 귀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정작 소위 고위직이라는 사람들이 자신의 언행에 대하여 책임을 지지 않는 일들이 너무 많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를 본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요? 자신의 언행에 대하여 책임을 지지 않아도 괜찮다는 의식이 스며들어 갈 것입니다. 누군가의 방종 때문에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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