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고운글] 2019 보은대추축제와 정상혁 군수
[결고운글] 2019 보은대추축제와 정상혁 군수
  • 편집부
  • 승인 2019.10.17 10:32
  • 호수 5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황균

보은대추축제가 예년 수준을 넘어서는 성황을 이루고 있어 참으로 다행스럽다. 정상혁 군수의 친일 망언이 전국을 강타하고, 급기야 보은 농산물 불매 운동 얘기가 불거질 때만 해도 사실 걱정이 아닐 수 없었다. 오죽하면 보은군수퇴진운동본부는 처음 기자회견 할 때부터 국민들께 "보은 농민들의 피와 땀을 잊지 말아 달라"는 애끓는 호소를 하였을까.

이번 축제의 성공은 여러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최선을 다한 보은군 공무원들의 필사의 노력과 '보은군축제추진위원회' 이문섭 위원장님을 비롯한 추진위원님들의 기여가 이뤄낸 빛나는 결과가 아닐까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수차례의 태풍 피해 등 자연재해를 이겨낸 보은 농민들의 피땀 어린 노고가 대추축제 성공의 가장 큰 밑바탕이 되었다.

품질 좋은 대추가 없는 대추축제가 어디 가당키나 할까. 그럼에도 마음 한 구석엔 정상혁 군수의 친일 망언만 없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의 남는다.

“정상혁 군수의 잘못이지 보은 농민이 무슨 죄가 있느냐"는 군민들의 애끓는 호소는 물론, 대추축제의 성공을 위해 축제장에서 시위를 자제하는 등 다방면에서 노력을 기울여 온 '정상혁보은군수퇴진운동본부'의 노력도 알게 모르게 일조를 했다고 본다. 어쩌면 정 군수의 친일 망언이 부른 보은농산물 불매운동이 커다란 국가적 이슈 등에 묻혀 국민의 관심에서 멀어진 것도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천혜의 청정지역이라는 명성과 동학의 민족정기가 면면히 흐르고 있다는 민족적 자부심과 기상이 넘치는 보은 땅! 군수 한 사람의 언행은 개인의 입장이 아닌 공인이기에, 자랑스러운 보은이 가지는 이미지 면에서 커다란 비중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군수의 언행이 군민을 주인으로 섬기는 겸허한 마음에서 우러난 것이냐, 아니면 군민을 업신여기고 무시하는 교만에서 나온 것이냐는 하늘과 땅 차이가 아닐까 한다. 군수의 언행이 사사건건 보은군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군민들의 갈등만을 부추긴다면 그는 이미 군수로서의 자격을 상실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정상혁 보은군수의 퇴진을 외치는 군민들의 요구는 주인으로서 정당하고 당연한 것이 아닐까.

망언 이후 정 군수의 행보 또한 뼈를 깎는 통렬한 반성과는 애시 당초 거리가 먼 것이었다. 오죽하면 뜻있는 사람들이 군수를 향해 행사장 참석을 자제하라는 쓴 소리까지 할까. 일례로 지난 10월 7일 내북면 봉황리에 위치한 항일 애국지사 이승칠 어른의 추모제에 친일 망언의 당사자인 정 군수가 초헌관으로 참례한 일은 참으로 개탄을 금치 못할 일이었다. 1912년 일본 메이지 왕이 죽은 후 상복착용을 강요당하자, 이를 거절하고 봉황정 절벽에서 아끼던 말과 함께 뛰어내려 자결한 이승칠 의사께서 정 군수의 잔을 받고 지하에서 통곡을 하지나 않으실지 마음이 여간 무거운 게 아니다. 자신의 언행에 대한 합리적이고 정당한 비판을 애써 무시하고, 마음에서 우러나는 반성은커녕 군수입네 하고 여기저기 얼굴을 내미는 후안무치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난감하다.

가는 곳마다 이름을 새기지 않고는 못 배기는 습성이나 앞 뒤 생각 없이 무분별하게 밀어붙이는 부실투성이 공사판은 결국 정상혁 군수 자신을 옥죄는 족쇄가 될 것이라는 점을 알고나 있는지 모르겠다. 관계 공무원이 수사기관에 불려 다니는 상황이라면, 고생하는 군청 직원들을 생각해서라도 스스로 군수직을 내려놓고 편안한 여생을 보내는 것이 순리가 아닐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