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자립도와 군민행복지수
재정자립도와 군민행복지수
  • 편집부
  • 승인 2019.10.02 15:05
  • 호수 5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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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규 인
보은장신 / 보은향토문화연구회

가을이 깊어갑니다. 가을은 하늘의 기운이 맑아지고 땅의 기운은 익어가면서 그 가운데 있는 인간에게 풍요로움을 안겨주는 계절입니다. 멀리 보이는 산에는 이미 단풍의 자태가 보이고 가까운 들판은 나날이 황금빛이 선명해집니다.
가을장마와 태풍을 이겨낸 논과 밭이 참으로 대견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그 대견함 뒤에 있는 농심은 지친표정입니다. 우리 지역은 태풍이 비교적 곱게 지나간 편입니다만 들판에 가보면 많은 논에 쓰러진 벼가 깔리어 있습니다. 그 광경을 바라보는 농부의 표정이 망연자실 그 자체입니다.
지난주에 발행된 지역신문에서 보은군이 재정자립도 전국 꼴찌라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함께 실린 도표를 보면 2012년부터 금년까지 줄곧 하향 곡선이 이어집니다. 달리 표현하면 지난 8년간 꼴찌를 향해 달려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현재의 정상혁 군수는 보은군 지방자치 역사상 최초로 3선에 성공한 군수입니다. 그런 탓에 정군수의 면모는 역대 어느 군수보다 더욱 군민들의 뇌리에 선명하게 새겨져 있습니다. 군민을 상대로 한 어느 강연에서나 열정적인 말로 군정을 홍보하고 자신의 업적을 알리며, 자신과 견해를 달리하는 사람들에게는 거친 표현의 반박을 서슴지 않는 분입니다. 또한 친화력이 뛰어나고 제스처가 능하며 정확한 수치를 능숙하게 인용하는 명석함을 인정받는 분입니다. 이런 분이 강산도 변한다는 긴 기간에 걸쳐 보은군을 운영한 결과에 대한 객관적인 성적이 전국 꼴찌라는 사실에 많은 군민들은 의아함과 허탈감을 동시에 느낍니다.
시행착오에 자유로운 사람은 그 누구도 없습니다. 더군다나 한 지역의 수장이 되어, 그것도 여러 면에서 열악한 환경의 지역에서 그 지역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과정에서는 시행착오는 피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10년이라는 기간은 결코 짧은 기간이 아닙니다. 더 이상의 시행착오가 용납될 수 없는 기간입니다.
활을 쏘는 사람들에게 통용되는 말이 있습니다. 다름 아닌 "10발의 화살을 쏘아 과녁을 맞히지 못할 때에는 그 자세를 바꾸어야 한다"라는 말입니다.
같은 지역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후배로서 외람되지만 연장자인 군수님께 한마디 충고하고자 합니다. 이제까지의 군정운영방식에 대해 통절한 자기반성이 있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우리 보은군이 꼴찌를 한 지방재정자립도는 국가로 치면 GNP에 비교될 수 있습니다. GNP가 높은 나라일수록 대체로 선진국이며 국민들의 삶의 질도 높은 편입니다. 하지만 GNP와 그 나라 국민의 행복지수가 정비례하는 것은 아닙니다. 히말라야 한 속에서 있는 작은 국가 부탄은 GNP로는 하위에 속하지만 국민행복지수는 세계 1위입니다. 우리 보은군도 부탄을 모델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행정이 투명하고 공정하며 민주적으로 운영될 때 그 지역 주민들은 지역에 대한 긍지를 가질 수 있습니다. 나아가서 주민 서로가 서로의 처지와 입장을 이해하고 상호 존중하는 풍토가 조성되면 그 지역주민들의 행복지수는 높아지게 마련입니다. 재정자립도 전국 꼴찌라는 현 상황에서 '나'를 뺀 '남'만 탓하는 것은 유치한 짓입니다. 군민 모두가 책임을 통감해야 합니다. 다만 그 중에서도 공직에 종사하는 분들은 더 큰 책임감을 느껴야 마땅합니다. 왜냐하면 공직의 최종목표는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전화위복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지방재정자립도 전국 꼴찌라는 현재의 상황에 대해 민관이 함께 책임을 느끼고 이 불명예를 벗어나기 위해 심기일전한다면 보은군의 미래는 결코 어둡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게 할 때 우리 군민 모두는 '은혜를 갚는 땅'의 진정한 주인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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