⑦일본오야마 농협 … 일본 최초 지역농산물 직판장 개설, 6차산업 효시 기록
⑦일본오야마 농협 … 일본 최초 지역농산물 직판장 개설, 6차산업 효시 기록
  • 송진선 기자
  • 승인 2019.09.19 12:23
  • 호수 5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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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직원 70명 중 금융담당 5명, 나머지 경제사업 투입

글 싣는 순서

①보은군의 로컬푸드 정책은 아직도…
②로컬푸드 1번지 만든 완주군의 농정패러다임
③독립경영체 성공모델인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
④로컬푸드로 공공급식 선도 모델 만든 나주시 자치농정
⑤농민·군민운동으로 푸드사업 시작 옥천살림 협동조합
⑥일본 로컬푸드 직매장 및 급식센터 운영사례
▶⑦지역순환경제 확장한 일본 오야미농협의 지산지소 운동

지역에서 소비되고 있는 농산물은 중간 상인들이 대도시 공판장에서 구입해와 지역 시장에 공급한다. 이 체계는 수십 년 간 계속 되고 있는 일이다. 이로 인해 고가의 유통비용 발생은 물론 생산지인 보은지역 주민들은 지역 농산물을 제대로 소비하지 못하는 모순을 안고 있다. 특히 보은군 농민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고령농, 소농, 여성농, 귀농인들은 물량이 안돼 공판장 출하도 어렵다. 운송수단도 취약해 잘 지어놓은 농산물을  동네 안으로 들어와 값을 후려치는 외지상인들에게 헐값에 팔리는 가슴아픔을 겪는다. 팔고 싶어도 물량이 작아 어디에 팔아야할지 몰라 자식들에게 주고 이웃에게 인심쓰는 때가 많은 것이 보은군 농산물 유통의 현실이다. 따라서 본보는 로컬푸드 운동으로 지역에서 생산된 안전한 먹을거리의 안정적 공급과 유통으로 농가의 소득안정을 꾀하는 등 지역의 순환경제로 전환돼 농업의 지속가능성, 로컬푸드로 지역경제 확장성을 보여주는 선진사례를 통해 우리지역의 로컬푸드 운동의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대한민국의 농촌 특히 작은 시골마을은 아이울음소리가 끊긴지 오래됐다. 노인으로 치는 65세는 시골에선 젊은이이고 80세 이상이 인구의 주축을 이루니 지방소멸, 여기에 인구절벽이라는 사자성어 같은 이 말이 아주 자연스러워졌다. 농업으로 경제활동을 이어가야 하지만 기후변화로 작물재배여건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1년살이를 위한 벌이는 시원치 않다.
 젊은이 등 일할 수 있는 자체 인력이 없어서 외국인들이 노동력을 대신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들마저 떠날 경우 식량창고인 농촌의 들녘이 걱정스러울 정도다.
 '로컬푸드로 확장되는 지역경제력'이란 주제로 취재한 일본 오이타현 오야마정의 오야마 농협은 단순한 농산물 판매, 구매, 지도가 아닌 농촌개발, 농민의식개혁으로 농촌이 지속가능하고 농업의 지속가능성까지 가져다 준 곳으로 평가됐다. 정직원 70명 중 금융 및 보험 담당은 5명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경제사업에 투입됐다. 금융, 보험에 집중하면서 경제사업을 부수로 취급하는 우리의 농협현실과 많이 다른 오야마농협의 시사점은 우리의 농협이 크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산이 많아 오야마(大山)라 불리는 이곳은 전체 면적의 80%가 산지이고 경작지는 7%(호당경지면적 0.4ha)에 불과한, 그리고 고령화율이 매우 높은 곳이다.
 변변한 자원도 없고, 경관이 좋은 것도 아니고, 철도나 고속도로도 지나지 않고 유적이나 무형문화재도 없는 곳. 소득작목이 없고 인구감소는 가속되고 젊은이들이 없는 오이타현에서도 가장 가난한 동네의 한 곳이 오야마 지역이다.
 이런 불리한 여건임에도 역발상과 차별화 전략을 내세운 오야마 농협으로 인해 이 지역은 일본에서도 주목하고 해외 한국에서도 주목하는 지역이 됐다.
 특히 일본농업에 기여한 점은 더욱 눈길을 끈다. 우리는 상상도 못할 1961년 소득작목을 도입해 생산, 가공, 판매까지 이뤄지는 6차산업의 효시를 만든 농협이다. 또 쌀 증산정책과 규모화 전문화를 폈던 1960년대 일본정부의 농업정책과 어긋나는 정책을 추진했는데 그것이 농지에 벼나 채소가 아닌 과실나무를 식재하고 소량 다품목 재배 체제이다. 정부정책에 반하는 이 사업으로 오야마 지역은 정부 보조금을 전혀 받지 못했지만 소득작목의 생산, 가공, 판매를 자력으로 해결한 농협이다.
 또 일본 최초로 직매장(미치노에끼)를 개설한 농협이다. 그것이 1990년이다. 조합원들이 농산물을 소포장 해서 직접 결정한 가격표를 농산물에 붙여 직매장에 진열하면 조합은 매장의 판매관리를 책임지는 시스템이다. 이후 직매장 사업은 일본전역에 확대됐다. 협동조합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고 한국에도 영향을 미쳐 전북 완주군 등 로컬푸드 사업을 추진하는 자치단체마다 벤치마킹을 위한 방문지가 됐고, 국내 각 농협에서도 이곳을 연수 및 조합장 초청 강연을 여는 등 오야마 농협은 협동조합의 사례를 배우는 곳이 됐다.
 64년 오야마 농협에 입사해 40년간 직원으로 일하고 조합장이 돼서 10여년간 조합을 이끌고 있는 오야마 지역 성공사례의 산중인 야하타 세이고 조합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오야마 농협의 선진 사례를 살펴본다.
 
?농촌개발사업 농협이 주도해
 농지도 많지 않고 오이타현의 가장  가난한 곳 중의 한 곳인 오야마의 부활은 1961년 오야마 농협 조합장과 당시 오야마정의 촌장(村長)을 겸했던 야하타 하루미가 추진한 농산촌 지역활성화 운동에서 비롯됐다. 이 운동은 3차에 걸쳐 추진됐는데 농촌개발사업을 농협 주도로 시작됐다.
 1961년 1차 농촌 지역활성화 운동은 '매실과 밤 심어서 하와이 여행가자' 사업이다. 이 운동의 핵심은 농가 소득증대였다. 논에 매실과 자두나무를 심고 밭에는 밤나무 식재사업을 추진했다. 그리고 1차 산업에 머물지 않고 2차, 3차 산업기반을 마련하는데 힘썼다. 오야마에서 이 사업을 추진할 당시 일본정부는 '쌀한가마 증산운동'을 펼치면서 규모화, 전문화를 추진, 오야마의 정책은 정부정책을 역행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산촌인 오야마 지역으로서는 논에 벼를 심고 밭에 채소를 심는 것으로는 소득을 높일 수 없었다.
 1965년에 시작된 2차 농촌개발운동은 풍요로운 사람만들기 운동. 행정은 학습과 학원 등을 다닐 수 있도록 지원해 주민들이 풍부한 교양과 지식을 쌓게 하고 농협은 체험학습에 중점을 둬 주민들의 국내 및 해외연수나 여행을 지원했다. 즉 하와이, 중국, 이스라엘 등과 각각 우호관계를 맺고 친선 교류를 추진했다. 이 사업의 목적은 해외여행을 통해 주민들에게 문화적 충격을 줘 지혜를 얻고 다시 일해야겠다는 의욕을 촉발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농협은 저리로 여행자금을 대출하고 또 무료 문화버스를 운행해 주민들이 교양을 쌓을 수 있도록 도왔다. 60년대 중반으로서는 상상도 못할 일을 추진한 것이다.
 1969년 살기좋은 환경만들기를 벌인 3차운동은 지역을 파라다이스로 만들자는 원대한 목표를 수립했다. 그것은 오야마에 사는 사람들이 즐겁게 살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드는 것, 즉 시골에 살아도 도시와 같은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다면 농촌이야말로 이상적인 생활권이 되루 수 있다고 믿기 때문.
 이같은 지역개발 운동에 따라 오야마 농협은 1990년 직매장, 카페, 레스토랑을 갖춘 복합시설 고노하나가르텐(木の花カルテン)을 개설, 도시민들이 일부터 찾는 곳으로 맞들었고 2015년에는 임야 27㏊에 도시 소비자와 농민들의 교류의 장인 농업공원 오가닉 랜드도 개설했다.
 야하타 세이고 조합장은 "오야마농협이 추진한 이들 사업의 성공으로 오야마는 작지만 강한 지역, 젊은이들이 떠나지 않고 또 도시로 나갔던 젊은이들이 돌아와 부모와 함께 농사를 짓는 지속가능한 농촌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연간 270만명이 찾는 6차산업장
 오야마농협은 산지의 특성을 살려 다품목 소량 생산을 더 강화했다. 부족한 농지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계단식 농법으로 단을 높이 쌓아 표고버섯, 팽이버섯 등을 재배토록 했다. 생산물은 마을 특색에 맞게 가공해 킬로그램이 아닌 그램 단위로 소포장으로 판매했다.
 1990년에 개설한 29년 역사의 직매장이 개설돼 가능했다. 직매장은 다품목 소량생산 농가들이 맘놓고 농사지을 수 있게 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현재 오야마 농협은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 95% 이상을 농협이 판매한다고 한다. 우리지역의 농협에서는 찾아볼 수 있는 부러운 사례다. 중간상인들에게 헐값에 넘기거나 농민들이 새벽같이 도시 청과시장으로 나가 경매에 참여해 판매를 하고 있는 생산자가 부담하는 우리의 유통시스템과 다른 오야마농협의 사례는 우리지역의 농협에 큰 숙제를 낸다.
 오야마농협이 개설한 농산물 직매장 외에 우메보시(매실발효) 저장실, 레스토랑과 도예공방 등의 시설을 갖춘 종합 직판장 고노하나가르텐은 전국에서 연간 270만명이 찾는 유명명소다. 도시 소비자들이 교통오지인 산골 오야마지역으로 농산물 쇼핑, 먹거리 쇼핑을 오고 있는 것이다.
 이곳에서는 매년 우메보시 전국대회를 여는 등 이벤트로 주목을 끌고 있다. 또 농가레스토랑은 지역 여성농민들이 직접 음식을 조리해 판매하는데 농산물 및 농산가공품의 부가가치를 높일 뿐만 아니라 덤으로 일자리창출 효과도 가져오고 있다. 오야마농협은 현재 11곳에서 이같은 농가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가 지정한 속리산이라는 국립공원의 연간 방문객보다 더 많은 숫자다. 연간 70만명이 찾는 법주사지구보다 4배가량 더 많은 숫자다. 농산물이 농촌활성화를 견인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지식이 지혜, 자산이 될 것이다"
 위에서 말했던  주민 의식 개혁, 농촌개발 운동의 촉매제가 되었던 오야마 농협의 '하와이 여행'은 최근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초창기 오야마 농협이 농민들의 해외여행을 추진한 목적은 '자신감'을 갖게 하는 것이었다. 해외여행을 도시 샐러리맨만 가는 것이 아니라 농민도 정기적으로 해외여행을 다닐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줬다. 또 외국문물을 보고, 먹고 느낀 것이 농산물 생산에서부터 판매에 이르기 까지 '생각'이 깨일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당시 일본 언론에선 작은 마을이 어떻게 농가 자부담으로 하와이 여행을 갈 수 있을지 의심 가득한 눈초리로 지켜보았다. 그러나 해외여행이 실제 추진되면서 오야마 지역 사례는 전국적으로 부상했다. 해외여행은 조합원 뿐만 아니라 주민과 학생의 여행까지 지원했다. 여행경비도 농협에서 빌려주고 무이자 상환하는 방법으로 추진했다.
 초창기 하와이로 추진했던 해외여행지는 지금은 하와이 뿐 아니라 동남아시아, 한국, 이스라엘의 키부츠, 핀란드와 네덜란드 등으로 확대됐다. 젊은 후계자를 파견해 선진농업기술을 습득하거나 정보교류의 창구로도 활용하고 있다. 몸으로 느낀 세계의 스케일로 자유로운 발상을 가진 농민으로 자라게 된 것이다. 이렇게 얻은 지식은 쌓이고 쌓여서 지혜가 되고 나중에는 자산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야하타 세이고 조합장은 농협의 이같은 사업의 근거는 "사람에겐 꿈이 중요하다. 오야마농협은 꿈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농협 직원은 씨를 뿌리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농협의 역할을 읽을 수 있었다.
 야하타 조합장은 또 농협의 사업수익을 높이기보다는 조합원의 소득증대를 지원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전체 오야마 지역 36개 마을의 조합원 575명인 오야마농협의 직원은 정 직원 70명을 포함해 계약직과 파트타임 등 300명에 달한다. 그런데 금융이나 보험을 담당하는 직원은 5명에 불과하고 대부분의 인원은 경제사업에 투입돼 있으며 농가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직원들이 모두 책임지고 판매하게 해 실제 95% 이상을 농협이 판매한다. 또 농협은 또 농가와 한 몸이라는 인식을 갖고 전체 직원이 조합원 가정을 두 달에 한 번씩 방문해 애로사항을 청취한다. 농협의 역할을 또다시 일깨워준다.
 야하타 조합장은 생활여건과 영농여건을 더욱 좋게 만들어서 풍요롭고 안심하고 농사지으며 생활하는 농업 농촌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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