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식품영농조합 최창준 씨의 귀농일기
대산식품영농조합 최창준 씨의 귀농일기
  • 김선봉 기자
  • 승인 2019.09.04 21:11
  • 호수 5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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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대추, 전국 5만개 편의점 납품하고파...

40이라는 젊은 나이에 한창 잘나가던 도시에서의 안정적 삶을 접고 농부가 되기 위해 보은 세중골로 들어온 이가 있다.
올해로 귀농 10년을 맞은 마로면 세중리 최창준씨를 소개한다.
"대추의 부가가치가 높을 것이란 생각과 함께 부푼 꿈을 안고 누님과 매형, 셋이서 1만평이나 되는 농사를 짓기 시작했어요" 창준씨는 10년 전 초보농부이었던 시절을 잠깐 회상한다.
농사에 대해 아는 지식이 전혀 없던 그에게 큰 힘이 된 것은 세중리 마을 주민들이었다.
마을길을 오갈 때 마다 동네 주민들은 그에게 참깨와 고추를 심는 방법과 대추순 따기 등 효율적으로 농사를 짓는 방법에 대해 친절하게 알려줬다.
하루는 그의 경운기가 수렁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소식을 들은 주민은 먼길에서 30분동안 '탈~ 탈~탈' 느린 경운기를 끌고와서 꺼내주고는 다시 그 먼길을 되돌아 갔다.
"동네 어른들이 저를 예뻐하시는데요, 특별한 비결은 없어요. 그냥 하루 열 번을 마주쳐도 인사하는 거죠. 또 모르는 것을 물어보면 좋아하세요. 평생 자신들이 농사를 지으며 배운 기술을 귀기울이는 제 모습에서 보람을 느끼시나봐요" 창준씨는 소탈하게 말했다.
처음 3년간은 손가락만 빨아야 했다. 농사를 잘 짓지도 못했고 초기에 시설투자를 하느라 적금과 보험까지 해약하며 근근히 버텨야 했다.
"추수가 끝나고 겨울부터 봄 파종기까지 제주도에서 일일노동하며 1년 생활비를 벌고 그렇게 버텨야 했어요. 농사를 짓는다기 보다는 농부로 버텼다고 할까요? 지금 다시 하라고 하면 못하죠...(웃음)" 귀농생활을 결코 쉽지 않았다.
사람들은 농업을 블루오션이라고 하지만 우리나라 농업현실은 냉혹하기 그지 없었다.
"대추의 부가가치가 높다고 생각되는데 좀 아쉬워요" 보은에서 대추를 특화한지 10년이 넘었지만 지금까지 내놓으라 할만한 가공품이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해 안타까워 했다.
"간헐적으로 대추씨 포도주, 대추빵 등이 있지만 대중적인 것은 대추칩하고 대추즙이 다잖아요?" 그나마도 농민들은 수확기가 되면 가공하는 곳을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른다.
3년 전, 그는 인근 동네 지인과 술한잔 기울이며 일년농사의 피로를 풀다가 농민들이 대추칩과 즙을 만들지 못해 한달씩 기다리는 일까지 발생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2016년 보은읍 길상 장례식장 근처에 '대산식품영농조합' 회사를 설립하고 지인들과 함께 대추가공사업에 뛰어들었다.
"농민들은 대추축제 기간에 생대추를 판매하면서 대추칩과 대추즙을 함께 팔기를 원하고 또 고객들에게 서비스로 나눠져야할 제품이 필요한데 가공업체가 한정돼 있다보니 시일을 놓치기가 일쑤였죠"
그렇게 시작한 대산식품영농조합은 나날이 발전해 많은 농민들이 가을이 되면 단골로 찾는 회사가 됐다.
뿐만 아니다. 대산식품은 대추칩과 즙 외에도 도시의 여러 회사들로부터 OEM(주문생산방식)을 받아 건강음료와 대추과자를 납품하고 있다. 대산식품에서 생산하는 '보은대추 마이칩'은 인기가 상당히 높다. 쇼핑몰 운영자들이 억대 매출을 올리는가 하면 편의점 납품도 갈수록 늘고 있다.
"작년에는 매출이 늘어 보은대추만 1억원어치 사들여 가공판매할 정도였습니다"
여기에 그는 삼성의 서비스업과 여행사의 경험을 바탕으로 '원스톱 서비스' 정신을 발휘해 전국을 누비며 거래처를 확보하고 좋은 대추 확보를 위해 발품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렇게 노력한 결과 올해는 식품회사 웅진으로부터 건강음료 생산 주문까지 받은 상태이다.
"고객이 만족할 때까지 한번이고 열 번이고 다시 제품을 만들어서 선보이고 가공사업장을 항상 청결하게 운영하니까 방문하신 모든 분들이 신뢰를 갖게 되더라구요" 그렇게 4년차 접어들면서 매출은 해를 거듭할수록 눈부시게 성장해 정직원도 추가로 뽑을 계획이다.
또 그는 가공품 개발 연구에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작년에는 생대추칩을 만들어 특허를 받았다.
"소비자와 농민들로부터 높은 호응을 얻었는데 품이 많이 들어 생산량을 확대할지 동결할지 고민입니다. 그런데 건대추칩과는 다르게 생대추칩은 단맛과 담백한 맛이 어우러져 훨씬 맛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요"
또 현재 새로운 제품으로는 사과대추칩을 준비중에 있으며, 여기에 한약재로 쓰이는 대추가공 등의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전국에 편의점만 5만개가 넘어요. 보은대추칩이 전국 편의점에 다 납품되게 하고 싶어요"라며, "사실 요즘은 고민입니다. 대추농사도 짓고 사업도 확장되고 해서 하루가 모자를 정도로 바삐 살고 있어요"
뿐만 아니라 물가는 오르는데 그는 농민들을 위해 대추칩을 만드는 가공비를 올해도 동결할 계획이라고 한다.
"보통 회사들은 직장인일 뿐이잖아요. 그런데 제가 농부이기 때문에 농민들에게 한푼한푼 생산가격이 오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거든요. 초보농부 시절에 저도 어렵게 농사를 지으며 시작했기 때문에 그마음 더욱 간절하죠"
"전국 편의점이 5만개가 넘어요. 모든 편의점에 보은대추칩 과자를 납품하는게 꿈입니다"라며 그는 사업이 확장해 보은농민들의 대추 매입량을 늘리고 농사짓는 일도 보람있다는 것을 농사짓는 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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