⑥일본의 지산지소, 농업유지·통비용 절감 및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
⑥일본의 지산지소, 농업유지·통비용 절감 및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
  • 송진선 기자
  • 승인 2019.09.04 21:03
  • 호수 5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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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농업 활성화·도농교류 등 지속가능한 농업, 지속가능한 농촌유지 역할

글 싣는 순서
①보은군의 로컬푸드 정책은 아직도…
②로컬푸드 1번지 만든 완주군의 농정패러다임
③독립경영체 성공모델인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
④로컬푸드로 공공급식 선도 모델 만든 나주시 자치농정
⑤농민·군민운동으로 푸드사업 시작 옥천살림 협동조합
▶⑥일본 로컬푸드 직매장 및 급식센터 운영사례
⑦지역순환경제 확장한 일본 오야미농협의 지산지소 운동


지역에서 소비되고 있는 농산물은 중간 상인들이 대도시 공판장에서 구입해와 지역 시장에 공급한다. 이 체계는 수십 년 간 계속 되고 있는 일이다. 이로 인해 고가의 유통비용 발생은 물론 생산지인 보은지역 주민들은 지역 농산물을 제대로 소비하지 못하는 모순을 안고 있다.
특히 보은군 농민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고령농, 소농, 여성농, 귀농인들은 물량이 안돼 공판장 출하도 어렵다. 운송수단도 취약해 잘 지어놓은 농산물을  동네 안으로 들어와 값을 후려치는 외지상인들에게 헐값에 팔리는 가슴아픔을 겪는다. 팔고 싶어도 물량이 작아 어디에 팔아야할지 몰라 자식들에게 주고 이웃에게 인심쓰는 때가 많은 것이 보은군 농산물 유통의 현실이다. 따라서 본보는 로컬푸드 운동으로 지역에서 생산된 안전한 먹을거리의 안정적 공급과 유통으로 농가의 소득안정을 꾀하는 등 지역의 순환경제로 전환돼 농업의 지속가능성, 로컬푸드로 지역경제 확장성을 보여주는 선진사례를 통해 우리지역의 로컬푸드 운동의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일본의 지산지소는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하는 활동'으로 우리의 신토불이와 같다고 하지만 로컬푸드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일본의 지산지소는 단순한 지역 농산물의 생산, 소비에서 벗어나 지역 농산물을 연계한 다양한 지역경제 활성화 운동으로 확대되고 있다.
일본의 지산지소 운동의 역사는 지난 1970년 지산지소의 원형인 지역식량 확립 운동에서 출발해 1990년대 '지역에 뿌리를 둔 식(먹을거리), 농(농업생산)의 재생'을 겨냥한 새로운 조류와 운동이 일어났다. 2000년 우리의 농협에 해당되는 JA(일본농협)가 참가하면서 전국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해 2003년 23회 JA전국대회에서 지산지소가 강조되면서 본격화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로컬푸드를 통한 지역경제력 확대라는 기획취재를 계기로 다녀온 일본에서 우리의 로컬푸드와 같은 개념인 지산지소 사례를 확인했다.
우먼파워가 돋보인 후쿠츠시의 살구꽃마을시장협동조합 직매장, 무나카타 시정촌과 국토교통성이 우리나라의 도로변 휴게소처럼 설치한 미치노 에키 무나카타, 그리고 오야마농협이 운영하는 고노하나 가르텐, 지역 농수산물을 식재료로 학생들에게 급식을 제공하는 히타시의 학교급식센터를 방문했다.
지산지소, 즉 로컬푸드로 인해 일본의 농업, 농민의 경제력을 확대시키고 있는 사례지를 차례로 보도한다.

여성농민들이 일궈낸 살구꽃마을이용조합 직매장
살구꽃마을이용조합 직매장의 전신은 후쿠오카현 후쿠츠(福津市)시 여성농민들이 도로변에 세워놓고 농산물을 팔았던 트럭매장이다. 1994년 이 지역 여성농민 30여명은 매달 셋째주 일요일 채소와 과일을 트럭에 싣고 도로변 공터에 나와 농산물을 판매했다. 갓 수확한 신선한 농산물, 유기 저농약의 안전농산물을 시장가보다 싸게 판매해 잘 팔렸다. 판매장의 필요성을 느낀 여성농민들은 회원 532명으로 살구꽃마을 파란하늘 시장모임을 결성하고 매달 1회  운영했던 노점을 2회로 늘렸다. 또 시장모임이라는 단순한 여성농업인 모임 대신 살구꽃마을시장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장이 열리는 도로변 공터에 직매장을 조성해달라고 츠야사키시에 요청했다. 여성농민들의 요청을 받아들인 츠야사키시는 1996년 살구나무 숲 근처에 산지형성촉진시설사업으로 작은규모의 직매장을 건립하고 매장 운영은 조합에 맡겼다. 농민들은 인근 바다에서 잡아 올린 수산물과 양배추, 브로콜리, 토마토, 딸기, 오이 등 신선한 농산물 판매했다. 아침일찍 수확해 선별, 소포장하고 가격을 매기고 바코드를 붙이고 진열한 싱싱한 농산물 구입을 위해 인근 지역은 물론 멀리에서도 매장을 찾았다.
잘 팔려나가 성과가 높고 성장을 거듭하고 또 각종 농업축제와 정부와 각종 기관에서 공모한 마을만들기 사례로 손꼽히고 각종 상을 휩쓸자 처음엔 회의적이었던 남편들이나 다른 여성농민들도 적극적인 지지자가 됐다.
살구꽃마을시장 축제, 모내기, 벼베기와 같은 각종 체험행사도 갖고 지산지소 채소 소비운동의 성과로 학교급식센터에 납품하는 성과도 올리고 있다. 조합원은 310명으로 늘고 직원 21명의 규모의 조합으로 성장한 살구꽃마을 시장 매장은 연간 27만여명의 소비자가 찾고 연4억엔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80세인 지금도 트랙터와 경운기를 운전할 정도로 노익장을 보이는 1대 조합장 이노구찌씨를 살구꽃마을 직매장에서 만났다. 고령인데다 소농이고 여성농민들은 농사를 지어도 팔 곳이 없어 힘들었는데 직매장이 생기면서 소농들도 계속 농사를 짓고 있다고 말했다. 80세인 자신도 현역농민으로 농사를 지어 그 수입으로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며 매장을 개설하기 전에는 월수입이 거의 없었으나 직매장 사업을 하면서 내 통장이 생겼고 매장이 여성들이 주체적 삶을 살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치노에키 무나카타, 휴게소 직판장
미치노에키는 일본 지방도의 역이란 뜻인데 우리나라처럼 단순 매점이 아닌 주변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수산물을 소비자와 직접 연결해주는 직판장이다.
2008년 3월 개소한 무나카타 시의 미치노에키는 평일에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 소문난 직판장으로 일본에 등록된 1천여 개의 미치노에키 중 최고로 꼽히는 곳 중의 하나다. 성공사례지로 손꼽혀 한국에서 오는 연수, 견학생 들이 많이 찾자 아예 한글 버전 자료집을 제작했을 정도다.
해안가에 자리잡은 이곳은 해산물 뿐만 아니라 과일, 신선채소 및 가공품을 취급하고 있는 미치노에키는 무나카타 시청과 상공회, 농업협동조합, 어업협동조합, 관광협회 등이 출자해 설립했으며 (주)미치노에키 무나카타에서 운영하고 있다.
미치노에키 무나카타의 대표이사인 타테이시 미노루 역장은 "미치노에키 무나카타 출품 조건은 농산물, 수산물, 농수산가공품 모두 무나카타시나 후쿠츠시에서 생산되거나 제조 가공된 것이어야 하고 공예품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개점이후 지속적으로 매출목표를 초과달성 하고 있는데 연간 매출액이 200억원에 육박할 정도다. 무나카타 지역 외에는 특별한 홍보를 하지 않았는데도 신선한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외지에서 방문객이 몰려드는데 전체 방문객의 90%를 차지한다.
보은군도 고속도로 속리산 휴게소 내에 행복장터라는 로컬푸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보은 시장에 들르지 않고도 외지 소비자들이 보은농산물을 접하는 곳이다. 매장개설에 만족하지 말고 일본의 미치노에키와 같이 가공품과 일부 사과, 대추 등만이 아닌 지역의 많은 신선 채소까지 판매가 확대되는 매장으로 성장할 수 있길 기대한다.

고노하나 가르텐 6차산업의 모범 사례
일본농협 최초로 개설한 오야마농협의 고노하나 가르텐은 농산물직매장, 농가레스토랑, 카페로 구성돼 있다. 1990년 영세한 농업여건 속에서 농가소득 증대와 소량 다품목·부가가치 농업의 실현을 위해 오야마농협은 210농가가 농산물을 출하하는 직매장을 개설했다.
싱싱한 농산물을 구입하기 위해 외지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이곳은 현재 농산물 출하농가는 3천여명으로 늘었다. 가족농, 소농, 65세 이상인 고령농가의 참여율이 높은 것 이곳 매장은 소규모 다품목을 생산하는 영세·고령농가에게 새로운 판로처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크게 주목을 받았다.
2001년엔 농가레스토랑을 오픈했는데, 그 지역에 사는 30년 이상 경력의 가정주부들이 지역농산물로 만든 음식에 매료된 식도락가들이 먼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찾아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처음에는 자기들이 만든 음식을 누가 사서 먹을까 주저했던 가정주부들은 고객들이 몰리면서 지금은 일자리가 생긴 것을 즐기고 음식연구를 하면서 일한다.
처음 직판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신선하고 안전한 농산물을 재료로 한 식당이 있으면 좋겠다는 손님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레스토랑을 개설한 것인데 80~90%가 외지사람일 정도로 인기가 높다. 지역농산물의 부가가치와 고용 창출 효과까지 거두고 외지사람들을 일부러 찾아오게 하는 관광지로 견인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이 고노하나 가르텐은 지역농산물 판매와 함께 농가 중심의 가공사업 추진, 농가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6차 산업화의 대표적 사례다.
도시 생활을 접고 5년 전 부터 연로한 부모님과 농사를 짓는 가와즈(41)씨는 "포도, 매실, 자두, 복숭아, 버섯, 샐러드를 농사지어 고노하나 가르텐에서만 판매해 연간 1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며 "꼭 필요한 매장"이라고 강조했다.
70년대 초부터 조리한 음식을 배송, 급식하는 히타시 학교급식센터는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로 조리해 배식한다. 식재료는 등록된 납품업자로부터 공급을 받는데 개인농가도 입찰에 참여해 지산지소비율을 높이고 있다. 또 급식에 끝내지 않고  각 학교를 다니며 식교육, 위생교육을 실시하는 등 먹거리의 중요성을 교육하고 지역농산물의 우수성을 일찌감치 인식시키고 있다. 현물이 아닌 현금 지원으로 사실상 로컬푸드가 아이들에게 제공되는 기회가 사전 차단되는 것이 보은군의 학교급식의 현실이다. 현금 지원이 아닌 현물지원으로의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일본의 지산지소가 작동하는 현장에서 로컬푸드의 활성화는 농가소득 향상과 농촌활력 증진, 지역농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고용 창출 효과까지 거두고 나아가 지속가능한 농업, 지속가능한 농촌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국내 사례지는 물론 일본에서도 농산물직매장, 레스토랑이 단순히 농산물 판매의 장소, 밥을 먹는 식당으로써 뿐만 아니라 지역농업활성화·도농교류라는 보다 큰 차원에서 만남의 장소로 활용하고 있다. 아직 로컬푸드 직매장조차 없는 보은군은 갈 길이 멀다.

살구꽃마을이용조합 직매장의 모습이다. 여성농민들이 도로변에 세워놓고 농산물을 팔았던 트럭매장이었다.
살구꽃마을이용조합 직매장의 모습이다. 여성농민들이 도로변에 세워놓고 농산물을 팔았던 트럭매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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