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로컬푸드로 시작해 공공급식 선도 모델만든 나주시
④로컬푸드로 시작해 공공급식 선도 모델만든 나주시
  • 송진선 기자
  • 승인 2019.08.14 10:10
  • 호수 5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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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창기 어려움 딛고 직매장 개설 3년 만에 매출 100억 달성

글 싣는 순서

①보은군의 로컬푸드 정책은 아직도…
②로컬푸드 1번지 만든 완주군의 농정패러다임
③독립경영체 성공모델인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
▶④로컬푸드로 공공급식 선도 모델 만든 나주시 자치농정
⑤지역순환경제 확장한 일본 오야미농협의 지산지소 운동
⑥일본 로컬푸드 직매장 및 급식센터 운영사례

지역에서 소비되고 있는 농산물은 중간 상인들이 대도시 공판장에서 구입해와 지역 시장에 공급한다. 이 체계는 수십 년 간 계속 되고 있는 일이다. 이로 인해 고가의 유통비용 발생은 물론 생산지인 보은지역 주민들은 지역 농산물을 제대로 소비하지 못하는 모순을 안고 있다. 특히 보은군 농민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고령농, 소농, 여성농, 귀농인들은 물량이 안돼 공판장 출하도 어렵다. 운송수단도 취약해 잘 지어놓은 농산물을  동네 안으로 들어와 값을 후려치는 외지상인들에게 헐값에 팔리는 가슴아픔을 겪는다. 팔고 싶어도 물량이 작아 어디에 팔아야할지 몰라 자식들에게 주고 이웃에게 인심쓰는 때가 많은 것이 보은군 농산물 유통의 현실이다. 따라서 본보는 로컬푸드 운동으로 지역에서 생산된 안전한 먹을거리의 안정적 공급과 유통으로 농가의 소득안정을 꾀하는 등 지역의 순환경제로 전환돼 농업의 지속가능성, 로컬푸드로 지역경제 확장성을 보여주는 선진사례를 통해 우리지역의 로컬푸드 운동의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번호에서는 전국 최초 친환경 무상급식을 전국 최초로 단행한 지역으로 주목을 받았던 나주시의 로컬푸드 운영사례를 보도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나주시는 로컬푸드 직매장은 물론 혁신도시에 입주한 공공기관에 로컬푸드를 공급하는 등 비교적 짧은 기간 로컬푸드 사업이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직매장은 나만의 작은 가게나 다름없어요"
"새벽 5시에 작업을 해서 아침 7시면 로컬푸드 직매장에 나오는데요. 오늘은 수박 40개를 가지고 나왔어요.
저도 로컬푸드 매장이 생기기 전에는 농사를 지으면 도시 공판장으로 운송 출하했어요. 팔 데가 없으니까 도시 공판장에 갈 수밖에 없었던 거죠. 그런데 로컬푸드직매장이 생긴 이후 공판장엔 안가요. 이곳에 출하하면 물류비도 빠지고 운송시간 절약하고 상하차 작업 안하는 것만 해도 맘 편하죠. 선별하고 포장해서 아침에 직매장에 진열하러 나오는데 내 가게에 내 물건을 진열하러 나오는 것 같아서 아침마다 기분이 좋아요."
지난 7월 12일 나주시의 로컬푸드 운영사례 취재를 위해 찾은 나주시 로컬푸드 빛가람점에서 만난 나주시 산포면 신도리 당촌마을 남명식(63) 농민의 얘기다.
남명식씨는 논은 500평밖에 안되고 밭 농사를 위주로 한다. 노지 2천평, 하우스 1천평 정도 되는데 이곳에서 복숭아, 당근, 수박, 비트, 피망, 무, 콩 등을 심어 출하하고 있다고 했다. 로컬직매장 개설 전 공판장 출하할 때는 5천만원 매출을 올렸던 것을 직매장에 납품하면서 2천만원이 더 늘어난 7천만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남명식씨는 자신은 중농 이상은 되기 때문에 일반 건고추, 알배기 쌈배추, 상추 등 엽채류는 고령의 소농가들을 위해 심지 않는다고 했다. 조금 덜 벌어도 소농가들도 함께 살아가기 위해 소농들이 할 몫을 남겨두는 것이다. 점차 각박해져 간다는 농촌에서, 로컬푸드로 이웃까지 생각하는 마음이 살아나고 있음을 읽게 해줬다.
역시 빛가람점에서 만난 이인숙씨는 "호박 하나만 갖고 나와도 로컬푸드 직매장은 받아줘요. 오늘 호박 5개를 가지고 왔는데 호박 5개를 노점에서 팔겠어요, 아니면 농협에다 팔아달라고 갖다주겠어요? 로컬푸드 매장이니까 가능한 거죠."라고 말했다. 이같이 로컬푸드의 직매장 이용 효과를 몸소 느끼고 있다.
나주시 로컬푸드사업은 현 강인규 시장의 공약이었다. 민선6기인 2014년 선거출마시 (재)지역재단의 좋은정책만들기 나주시운동본부와의 공동협약으로 추진했는데 나주시는 전북 완주의 성공적 모델을 기반으로 나주형 로컬푸드시스템의 기본 방향을 수립했다.
역시 로컬푸드사업의 핵심은 소농 다품목 연중생산체계 구축이다. 소비자들이 장을 볼 수 있는 구색을 갖추기 위해서는 다양한 폼목이 진열돼야 했다. 나주시는 농민을 대상으로 한 교육에서 다품목, 연중생산이라는 기획생산 교육을 끊임없이 했다. △소농 중심의 다품목 소량 연중 생산체계 구축 △농업정책 소외층인 소농, 고령농에게 안정적인 소득 보장 △소량다품종생산체계를 통한 단작화 폐해 완화, 연중 공급 보장 △생산자조직의 활성화 △마을단위 조직을 통한 공동체 복원 △지역농산물을 활용한 다양한 공동체 가공 지원 및 육성 △지역 내 자원순환체계 수립을 통한 생태농업 실현 △유통 단계의 축소, 신선 농산물의 소비 확대 △생산자와 소비자의 살아 있는 관계 형성 등을 설정했다.
가격결정은 농민들이 스스로 하는데 대형 할인마트, 재래시장, 농협 하나로마트, 농산물 공판장의 가격을 살펴보고 그보다는 다소 낮은 가격을 정해 바코드를 찍는다. 이같이 농민들이 로컬푸드에 맞게 체질변화를 가져오게 하는데는 정책을 입안한 나주시가 중간 지원조직으로 만든 나주시로컬푸드통합지원센터 직원들의 숨은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빛가람 매장과 먼거리에 있는 고령의 어르신 농민들을 위해 센터 직원들이 지역을 순회하며 농산물을 수집해 매장에 진열하고 있다.

초창기 못판 농산물 직원들 나눠 구입하기도
2014년 나주시는 로컬푸드육성 및 지원조례 제정을 시작으로 2015년 3월 나주시로컬푸드통합지원센터를 개설했다. 나주시의 인건비 지원을 받은 4명의 직원으로 출발했다. 현재는 31명으로 늘었는데 초창기부터 참여한 나주시로컬푸드통합지원센터 김양정 팀장은 처음에는 농산물 확보가 당면과제였을 정도로 어려웠던 초기를 회상했다.
처음 농민 교육 등 가입절차를 밟고 출하자격증을 받은 300농가로 생산자 회원을 모아 2015년 11월 나주시 혁신도시 내에 개설한 빛가람점 로컬푸드 직매장에 농산물을 출하토록 했는데 충분한 준비기간 없이 시작해 상품의 흐름, 진열, 가격결정, 소포장 등 모든 것이 서툴렀다.
다품목 소량을 생산하도록 기획생산에 대한 교육을 했지만 당시 다품목 생산체제가 아니었고 농민들도 로컬푸드에 대한 마인드가 없었던 때여서 센터 직원들은 각 마을을 다니며 물건을 주면 팔아주겠다고 호소했다. 어렵사리 확보한 농산물을 팔지 못한 경우 일부는 직원들이 1/n로 나눠 구입하기도 했다. 1년내 필요한 농산물이 조미 채소, 쌈 채소이고, 특히 상추인데, 팔기 위해 상추농사를 짓는 사람이 없어서 농민들에게 상추 심으세요 상추 심으세요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다.
"마늘 밭에 상추 조금 있으니 뜯어가라"고 하는 할머니의 말씀이 고마워 직원들이 상추를 뜯어와 그 할머니 이름으로 소포장해 진열해 판매되면 대금을 입금해주기도 했다.
또 학교급식에 참여한 농가들은 무농약으로 부추, 시금치, 오이 등 다양한 신선채소를 재배해 초창기 이들의 도움을 받았는데 소포장하지 않고 콘티박스째로 주는 농산물을 받아서 직원들이 하루종일 소포장해서 매장에 진열하고 판매했다. 이렇게 참여한 농가들의 통장에 돈이 쌓여가자 농가의 인식도 변했고 참여 농가도 계속 늘어났다. 운송능력이 없는 고령의 어르신들을 위해서는 순회수집을 실시하고 있다. 2015년 11월 초창기 300농가에서 시작한 로컬푸드 참여농가는 지금은 470농가로 늘었다.
또 소량이더라도 다품목을 재배하는 지도를 끊임없이 하고 연중 채소 생산이 가능하도록 100평 규모의 하우스 시설을 지원해 채소가 없어서 로컬푸드직매장 매대를 비우는 사태는 더 이상 발생하지 않았다.
이렇게 기획생산을 지도해온 센터는 로컬푸드의 신뢰에 금이 가지 않도록 참여농가에 대한 엄중한 관리를 하고 있다. 제초제가 검출되면 영구제명, 사다팔아도 영구제명, 연중 2회 실시하는 정기교육을 3회 연속 받지않으면 제명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상품 진열기한은 △엽채류 1일 △열매채소와 과일은 2일 △뿌리채소 3일 △쌀과 두류,가공품은 한 달이다. 기한이 지나면 농민 스스로 회수해 자가 소비 또는 이웃과 나눠 먹고 있다. 원칙을 세웠으니 판매되지 않아 회수하는 농산물이 있어도 농민들은 이에대한 불만이 없다.
매출도 크게 신장했다. 초반 2, 300만원에 그쳤던 일 매출은 올 상반기 1천100만원으로 늘었다. 그리고 지난해 로컬푸드 우수인증기관으로 선정된 빛가람점은 참여 농가 472명, 소비자회원 8천775명을 넘어서며 개장 3년 만에 누적매출 100억원을 돌파했다.
나주시는 빛가람직매장 성공에 힘입어 광주시 남구에 직매장을 개설했다. 이에 오는 9월에는 나누지 금남동에 제2의 직매장을 추가 개설할 계획이다. 나주시는 또 전라남도가 광주시 농성동에 개설한 전남 로컬푸드직매장 운영권도 따내 나주시 로컬푸드 활성화로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을 가능하게 하고 고령, 영세, 귀농인 등 소규모 농가의 안정적인 소득 창출로 농촌활력 유지를 기대케 했다.
나주시도 완주과 같이 1차농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농산 가공품 생산에도 주력했다. 보은군이 농가 개별적으로 농산물을 가공하도록 손을 놓고 있는 것과 다르게 나주시는 농가 개별적으로는 식품제조허가를 득하기도 어렵고 또 유지관리도 어렵기 때문에 나주시의 지원을 받은 로컬푸드통합지원센터가 식품 제조허가를 득해 농업인 가공활성화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농산 가공품의 경우 농가는 가공기술 향상을 위한 기초 및 심화과정 안전교육, 식품위생교육, 가공품 포장교육 등 가공 아카데미를 수료하면 가공활성화센터에서 떡, 즙, 반찬, 김치, 부각, 잼 등 로컬푸드 가공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천연색소 추출 및 농축, 동결건조 등을 통한 천연색소 산업화지원센터도 개설해 농산물 가공활성화를 지원하고 있다.

농업인 가공활성화센터에서 교육을 받은 농민들이 로컬푸드를 이용해 반찬을 만들고 있는모습.

푸드플랜 패키지 사업 선정 국비100억 확보
2003년 전국 최초로 학교급식 지원조례를 제정한 나주시는 2005년부터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안전한 친환경 농산물로 학교급식을 실시했다. 로컬푸드 운동이 이미 이때부터 시작된 것이다. 이후 식교육, 식문화 등 나주시의 로컬푸드 운동은 행정조직으로 먹거리정책팀, 로컬푸드팀, 공공급식팀, 식품가공팀으로 구성된 먹거리계획과를 전국 최초로 신설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인 푸드플랜으로 발전, 진화했다.
2018년 10월 나주시 공공급식지원에 관한 조례가 제정되고 나주시 지역농산물 이용촉진 등 농산물 직거래 활성화에 대한 조례가 제정됐다. 11월에는 나주 '빛가람 혁신도시'에 입주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로컬푸드를 공급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해 먹거리 선순환체계를 구축했다.
참여기관은 △한국전력공사 △한전KPS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한국농어촌공사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한국인터넷진흥원 △한국전력거래소 △한국콘텐츠진흥원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국립전파연구원 △농식품공무원교육원 △우정사업정보센터 등이다.
각 기관의 구내식당에서 나주지역 생산 식자재를 사용하는 것인데 나주시는 정부와 함께 이들 공공기관에서 로컬푸드 비중을 70%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 지난해에는 문재인정부 100대 국정과제인 푸드플랜 구축을 위한 푸드플랜 패키지 지원 국비 공모사업에 전국 1위를 차지 국비 100억원을 확보했다. 로컬푸드 직매장 설치사업, 식(食), 농(農) 교육 등 2023년까지 12개 사업 290억원의 예산이 소요되는 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먹거리정책과 허영순 푸드플랜 팀장은 "푸드플랜의 정책의 효과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기존 로컬푸드 직매장, 냉동탑차, 산지유통시설, 농약 안정성 등 각각 개별사업을 패키지로 모아 2023년까지 집중지원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짧은 기간에 이러한 성과를 거두기까지 나주시는 지난 민선 6기부터 '생산자와 소비자가 상생하는 자치 농업'을 목표로 지역 농산물의 선순환 유통시스템 구축에 힘써왔다.
안전한 먹거리 공급 기반을 확대해나가고, 로컬푸드의 공익적 가치를 지역사회와 공유하고 있는 나주시의 사례가 지금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공동취재 : 송진선, 김경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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