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 마당의 부끄러운 자화상
훈민정음 마당의 부끄러운 자화상
  • 편집부
  • 승인 2019.08.13 22:24
  • 호수 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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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승 종
보은읍 삼산리

훈민정음은 1443년에 창제되어 1446년 세종대왕이 반포한 우리민족의 가장 위대한 문화유산 중의 하나다. 백성을 가르치는 올바른 소리란 뜻의 훈민정음은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문자로서 199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 유산에 등재되어 인류의 문화유산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보은군은 55억을 들여 속리산에 훈민정음 마당이라는 공원을 조성했다. 공원은 종각과 신미대사, 정이품송 세 마당으로 이뤄져 있다. 무심코 관람을 하던 중 왠지 마음이 불편해지면서 탄식의 한숨에 만감이 교차했다. 우리 민족의 걸작이며 유네스코 세계 인류문화 유산으로 등재된 훈민정음을 55억 예산을 투자해 이렇게밖에 표현 할 수 없었는가 하는 안타까움과 도대체 전문가의 자문을 받기는 했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첫 번째 문제점은 구성이 너무 평이하다 못해 조잡스럽다. 훈민정음 관련 인물들의 나열에 중점을 둔 반면에 훈민정음에 나타나는 역사적, 객관적 사실을 통해 한글의 과학적 우수성과 세종대왕의 애민정신을 각인시킬 수 있는 메시지가 부족하다.
즉 훈민정음의 예의 본에 나타나는 세종대왕의 애민사상과 해례본에 나타나는 한글의 과학적 제작원리의 창의성을 표현한 강한 메시지나 이미지를 구현했어야했다. 역사는 과거의 객관적 사실도 중요하지만 그 사실을 통해 후세에게 던져주는 교훈적 메시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
두 번째 문제는 훈민정음 창제관련 인물들의 지위서열의 배열 형태가 난잡하다. 특히 세종대왕보다 신미대사의 동상이 더 웅장하고 화려한 모습과 신미를 한글창제의 주역처럼 표현한 글을 보는 순간 매우 당황스러웠다.
우리가 역사의 기록을 통해 배워온 지식과 상식 정서적으로 이해 할 수가 없다.
답답한 마음에 한글학회에 문의해  본 결과 아주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대왕의 칭호는 위대한 업적을 남긴 군주에게만 붙여지는 칭호다. 우리민족은 그 누구보다 세종대왕을 존경해왔다. 국제기구인 유네스코가 문명퇴치에 기여한 단체나 개인에게 수여하는 상의 명칭도 세종대왕 문해상이다. 그만큼 한글창제는 세계가 인정하는 위대한 업적이다.
세 번째는 종각의 종에 황금색으로 새겨진 보은군수의 이름은 훈민정음 창제 주역들과 역사에 대한 무례함이다. 보은군의 해설은 '훈민정음 창제 주역 7인의 실루엣이 담긴 종각으로 왕가의 비밀프로젝트였던 훈민정음 창제의 이야기를 알리고자 한다.' 라고 적혀있다. 이처럼 주역들의 거룩한 뜻을 내포하고 있는 조형물에 한글창제와 전혀 무관한 정상혁 군수의 이름을 황금색으로 새겨 넣은 것이 과연 창제 주역들과 역사에 대한 올바른 처신인지 묻고 싶다.
네 번째 문제는 신미대사를 중심으로 구성된 인물들의 동상들을 보노라면 기가 막히고 어처구니가 없어서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훈민정음 테마공원에 훈민정음과 전혀 관련이 없는 인물들이 조형물에 수억의 예산을 쏟아 부은 심각한 예산낭비의 현장이기 때문이다. 한글창제 이전에 사망한 신미 외조부의 동상이 그 자리에 과연 필요한 것인가? 신미의 부모가 훈민정음과 무슨 관련이 있는가?
신미의 제자인 학조 , 학년이 훈민정음 창제에 무슨 역할을 했는가?
신미의 스승 함허당과 동료선 수미의 동상을 왜 이곳에 세워야 하는가?
다섯 번째로는 정이품송 조형물이다. 바로 코앞에 역사의 주인공인 정이품송이 600여년의 세월을 품고 낙락장송이 되어 시퍼렇게 서있는데 7억 원을 들어 굳이 조형물을 만들 필요가 있는가 하는 것이다.
참으로 어이가 없다. 예산을 부풀리고 늘리려고 안간힘을 쓰고 몸부림친 흔적이 역력하여 쾌쾌한 땀 냄새가 진동한다.
예산낭비 부분에 대해서는 보은군의회도 책임이 크다. 예산심의 과정에서 보은군의회는 무엇을 했는가? 어떻게 이러한 예산을 집행하도록 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보은군 의회의 명백한 직무유기다.
훈민정음 마당은 역사왜곡 문제와 의혹투성이로 가득한 보은군의 망신 공원이다.
지방자치 단체가 국가 예산으로 역사를 왜곡한 현장이며 예산낭비의 흔적이 명백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보은군의회가 나서서 바로 잡아야 하겠지만 이미 감시와 견제 , 비판기능을 상실한 보은군의회이기 때문에 기대할 수가 없다.
이제는 군민이 직접 나서야 하는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
정치에 무관심한 대가는 나보다 저급한 자들에게 지배당한다는 플라톤의 말을 되새겨 보게한다.

김 승 종
보은읍 삼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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