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것과 돌려야 할 것
지난 것과 돌려야 할 것
  • 편집부
  • 승인 2019.08.13 22:24
  • 호수 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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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리스트 강 환 욱
보은교육협동조합햇살마루 이사

고등학교 동창인 한 친구는 첫째 아이가 8살이고 다른 친구는 첫째가 9살, 또 다른 친구는 첫째가 5살입니다. 서초동에서 저녁을 먹고 커피집을 갔는데 가족단위의 손님들이 꽤 있었습니다.
더운 만큼 시원한 커피집도 피서지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부모도 아이도 모두 책을 읽거나 문제를 풀고 있었습니다. 여섯 살 정도 밖에 되지 않아 보이는 아이도 문제를 풀고 아빠에게 확인을 받고 있었습니다.
그런 광경을 저는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단지 어린나이에 너무 공부만 강요받지 않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친구들은 무언가 위기의식을 느낀 것 같았습니다. 자신의 자녀들이 공부에 뒤처지지 않을까 하는 염려였죠. 그래서 현재의 상황을 물어보았는데 그 답변도 놀라웠습니다. 첫째 아이가 8살인 친구는 무려 6개의 학원을 보내고 있었고 9살인 아이는 7개의 학원을 다니고 있었습니다. 5살인 아이 또한 영어를 포함하여 3개의 학원을 다닌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면서도 커피집에서 공부를 하는 다른 어린 아이를 보고 자극을 받은 겁니다.
서울은 참으로 치열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상은 부모들끼리의 경쟁이겠지요. 수학의 정석을 중학교 때 선행하여 다 배우고 수Ⅱ까지 나간다는 것은 아이의 의지는 아닐테니까요.
과연 이런 교육이 지속가능할까요? 오늘자 기사에서는 지난해 대기권에 방출된 온실가스의 양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내용이 나왔습니다. 특히 이산화탄소는 80만년 이래 최고치라고 했습니다. 이런 상태 또한 지속가능할까요?
교육과 환경은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지구 환경이 위기로 치닫는 속도를 늦추거나, 회복의 전환점을 찾는 새로운 세대의 리더를 양성하는 역할이 바로 교육의 것입니다. 앞으로 혼란의 시기가 닥쳐도 사람들이 인간성을 훼손하지 않고 견뎌낼 수 있게 하는 역할 또한 교육의 것입니다. 하지만 지식 위주의 교육은 이런 것들을 다루지 않습니다.
책 <지속가능한 교육을 꿈꾸다>에서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는 아이들과 자연의 소원한 관계다. 자기가 먹는 음식이 어디에서 오는지도 알지 못하고 너무 징그럽다며 지렁이를 만지지도 못하며, 행여 숲속을 걷고 있더라도 스마트폰을 쳐다보느라 숲을 보지 못한다. 21세기의 아이들은 하루에 8시간을 디지털 미디어를 사용하며 보내고, 밖에서 활동하는 시간은 겨우 30분밖에 안 된다. 연구 결과, 아동기에 자연에서 놀았던 경험이 환경에 대한 모든 형태의 관심, 즉 내면화된 시민행동, 자원봉사, 친환경 정책에 대한 지지, 에너지 절약, 재활용 같은 행동들과 관련이 있다. 즉 어른이 되었을 때 환경을 생각하는 행동을 하도록 가르치려면 자연에서 놀고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반드시 필요하다. 아이들은 가상 체험을 통해서는 환경을 제대로 배울 수 없다. 지구와 사랑에 빠지기 위해서는 비에 젖고 흙이 묻어야 한다."
어린이를 사랑했던 방정환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기도 하셨습니다. "어린 사람의 앞에서 아무리 잘난 체 윗사람인 체 하여도 어른은 어린 사람보다 이십 년 삼사십년 뒤떨어진 낡은 사람입니다. 삼사십 년 뒤떨어진 낡은 사람이 삼사십 년 새 시대를 타고 나온 사람을 이리 끌고 저리 끌고 갈 수가 있겠습니까. 헌 것 낡은 것으로 새것을 눌러서는 안 됩니다. 어린 것이라 하여 업신여겨서는 안 됩니다. 어린 사람의 뜻을 존중하고 어린 사람의 인격을 존중하여야 우리가 바라는 좋은 새 시대를 지을 새싹이 부쩍부쩍 자라납니다. 어린이날을 기념하는 본의는 여기에 있습니다."
두 이야기 모두 중하면서 연결이 됩니다. 지나친 지식위주의 교육은 어른 세대가 입었던 낡은 것입니다. 이 옷을 억지로 어린 아이에게 입히면 안 됩니다. 그들을 잘 관찰하면서 뜻을 펼칠 수 있도록 존중해야 합니다. 맞는 옷을 입을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X세대와 신세대의 시대는 이미 지나갔습니다. 허나 지구의 시대는 되돌려 젊게 만들어주어야 합니다. 그래서 아이가 자신에게 맞는 옷을 찾는 장소에는 자연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합니다.
어릴 적에 자연을 사랑했던 사람들이 대폭 늘어나 사회 곳곳의 각자의 분야에서 지속가능한 환경을 만들기 위한 작업을 해야 합니다. 산소마스크를 차고 다녀야 하는 시대가 머지 않았습니다.

칼럼리스트  강 환 욱
보은교육협동조합햇살마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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