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가요?
광복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가요?
  • 편집부
  • 승인 2019.08.13 22:17
  • 호수 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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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인(보은읍 장신 / 보은향토문화연구회)

다시 광복절을 맞이했습니다. 특히 올해 광복절은 삼일독립운동 100주년 돼는 해의 광복절이어서 그 뜻이 더욱 각별하게 다가옵니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이 1919년 삼일독립운동은 대한민국임시정부수립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임시정부가 수립되고 나서 26년이 흘러 마침내 해방이 되었고, 그토록 열망했던 해방은 역설적이게도 조국 분단이라는 우리 민족 최대의 수난을 잉태하는 모태가 되었습니다.
김구 선생께서는 일본이 항복했다는 소식을 듣고 크게 한탄하셨다고 합니다. 이유는 일본의 갑작스런 항복에 우리의 독립군이 능동적이고 개입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일본의 패망이 조금만 지연되었어도 여러 방면에서 역량을 다진 독립군이 일본을 상대로 한 독립전쟁에서 당당하게 주인공 역할을 하여 외세에 의한 조국분단의 빌미를 주지 않을 수도 있었습니다.
한반도에 입성한 미군과 소련은 결코 우리민족의 독립군은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단지 점령군이었을 뿐입니다.
강대국이 주도하는 세계사는 이렇게 우리 민족과 국토를 두 동강 내었고 우리는 민족상잔의 육이오전쟁을 겪으며 서로에게 적대감을 키워왔습니다. 그러나 물극필반(物極必反)이라는 말이 의미하듯이 무엇이든 극단에 이르면 반드시 그 반대의 힘이 생기는 것이 자연의 법칙입니다.
미. 소 양국에 의해 극에 달했던 냉전체제가 무너지면서 이제 세계는 하나의 지구촌으로 변했습니다. 지구상의 마지막 분단국인 남한과 북한도 민족의 공존과 번영을 위한 대장정의 출발점에 서있습니다. 물론 우리의 앞길에는 수많은 내적(內的), 외적(外的) 장애물이 얽히어 있습니다. 그런 장애물에 대한 인식을 명료하게 하여 해결책을 강구하는 것이 광복절을 맞는 우림 모두의 기본적인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일본 아베 정권의 비상식적 무역압박에 대해 전 국민이 분노하고 있습니다. 우리 지역도 예외가 아닙니다. 군의회가 규탄 성명을 발표하고 어느 마트에서는 일본제품 불매운동도 펼치고 있습니다. 심지어 보은여고는 계획되었던 일본수학여행을 막대한 위약금을 물어내야하는 불이익을 감수하면서도 취소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훌륭한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편으론 아쉬운 마음도 있습니다. 반일(反日)의 차원을 넘어 극일(克日)의 차원으로 진화하기 위해서는 분노 못지않게 지일(知日)의 자세를 가져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비판하는 것은 아베정권의 부당한 무역압박이지 일본 민족 전체가 아니라는 점을 양식이 있는 일본인들에게 분명하게 전달해야 합니다.
어느 정권이나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민족 감정을 이용하는 경우를 자주 보아왔습니다. 지금의 일본 아베정권은 특히 그 정도가 심합니다. 아베 정권의 잘못을 바로 잡을 수 있는 사람들은 오직 양식 있는 일본인들입니다. 우리는 휴머니즘적 차원에서 일제 강점기의 일본 만행에 대해 도덕적 우위를 견지하면서 이성적으로 그 과오에 대한 사과와 배상을 요구해야 국제적으로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외교를 통한 국제적 지지를 확보하는 것 못지않게 우리 사회의 부족한 부분을 개혁하는 것이 이번 사태가 우리에게 안겨준 숙제입니다. 기초과학분야 인재를 육성하고 국민들의 역사의식을 강화하겠다는 정부의 발표가 공허하게 느껴지지 않도록 정부는 국민들로부터 진정성을 인정받아야 합니다.
어디 국가 입장에서만 진정성의 인정이 필요합니까. 우리가 생활하는 터전에서의 진정성이 더 절실하게 요구됩니다. 지역 언론에 보도되는 군정과 군의회의 활동에 대한 내용들은 군민을 실망시키는 것이 많습니다. 그 중에서도 군수의 잦은 외국출장과 성족리 개인소유의 농지에 대한 특혜성 공사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미국과 핀란드 학생 연수에 왜 반복해서 군수가 동행해야 합니까? 또 특혜성 공사에 대해서 시시비리를 가려달라는 감사원 감사 청구를 왜 동료 의원들이 외면하는 것인가요?
인구 3만의 작은 지역에서 조차도 대의 민주주의의 허점이 그대로 노정되고 있는 현실 앞에서 100년 전 삼일독립운동과 임시정부에서 목숨 바친 선열들이 꿈꾸었던 정의로운 민주독립국가를 생각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인가요?
들뜬 기쁨만으로 광복절을 맞이할 수 없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최규인(보은읍 장신/보은향토문화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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