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말초신경까지 닿는 정책을 펴라
지역의 말초신경까지 닿는 정책을 펴라
  • 편집부
  • 승인 2019.07.25 10:23
  • 호수 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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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진

피가 안통하면 손발이 차다. 몸이 안좋아도 손발이 저리다. 자유로운 손발이 내 몸을 먹여 살린다. 손발은 말단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내 몸 전체로 살지만 말단이 잘 뚫려있어야 고장안나고 생기있게 살아간다. 사회도 마찬가지이다. 말단계층에서부터 활력을 가져야 정작 전체 경기가 산다. 마치 시계추 끝이 무거워야 움직이는 것처럼 사회를 추동시키는 힘은 가장 밑바닥에 있는 사람들의 삶에 얼마나 무게중심이 실려있는가에 달려있다.
얼마전 '보은사람들 신문사'의 군정비판보도를 구실로 홍보비를 끊어버린 보은군에 대해 충북민언련이 이유를 묻자, '참고 참다가 홍보비를 집행하지 않는다.'라는 기사를 읽었다. 비판보도에 오류가 있다면 정정요구를 당당히 할 것이고 비판보도가 사실이라면 겸허히 수용하고 시정하면 될 것이지, 그것이 불만이라고 '보은사람들'에게만 홍보비 예산을 끊는 행위는 몹시도 치졸한 입막음 협박이라고 느꼈다.
민간언론사는 보은군 홍보부가 아니다. 일반군민의 귀와 눈과 입이다. 공무원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이런 식이라면 군민에게도 얼마든지 이와 같을 수도 있다고 본다. 국가의 봉록을 받는 자의 초점이 군민을 향해 있는 것인지, 자기 행정조직과 상관을 향해 있는 것인지 의심케 한다.
제대로 된 행정은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게 아니라 말단군민에게까지 정책효과가 가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말단의 군민부터 좋아지면 군민전체에 고루 파급효과가 확장된다. 그런 것을 좋은 정책이고 행정이라고 본다.
그런데 공직자가 자신의 공적이라고 플랜카드를 거는 걸 보자면 참으로 착잡하다. 그걸 다 자신이 했다고 하는 것도 믿기 어렵지만 꼭 그렇게 셀프 공적비를 세우는 짓은 관리자로서의 체면상 면구스럽지 않은가? 군민의 삶이 실제로 나아지면 그런 홍보 굳이 안해도 군민이 알아서 소문내준다.
실상은 또 어떤가? 나랏돈 그렇게 많이 끌어왔는데 정작 나에게 실감나게 달라진 것이 뭔가? 이웃에게도 물어보자. 몇십억 지원금 받았다는데 그럼 자신의 생활에서 무엇이 다르게 느껴지시냐고? 그래서 언론이 제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다. 말단에서 열심히 생업에 종사하는 군민들에게 혜택이 먼저 돌아가야 한다. 다수의 군민을 구성하는 소규모 농부들이 잘살고, 거리와 시장과 좌판에서 살아가는 가게상인도 잘살고, 하루하루 자기 자본없이 노동을 파는 사람도 잘살아야 한다. 말단이 우선 잘살아야 한다.
특히 보은군은 농업인이 대다수인 지역이므로 소농을 위한 농업정책에서 몇가지 만이라도 제안해보고 싶다.
첫째 보은군은 친환경농업에 대한 지원을 적극적으로 늘려야 한다. 다른 시군에 비해 겨우 구색이나 맞추는 형편이다. 친환경농업 기반이 너무 빈약하다.
둘째, 농가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 조례 등을 통해서라도 직불금제도를 토지에서 농민중심으로 개편하여 영세 전업농의 존립지속을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소규모 농업 종사자에게 과감하게 투자해야 한다. 특히 소규모가공, 소규모축산, 토종종자농산물, 소규모 도농교류와 다양한 판매방식에 대한 장단기적인 다변화전략이 필요하다.
넷째, 농업에 대한 개념을 돈벌이 수단이 아닌 환경개선을 통한 삶의 질 향상으로 가지고 가야 한다. 지금 저녁에 나가보면 보은군은 똥으로 망할 징조가 난다. 저지대 중심으로 공장형 축사의 악취가 온통 내리깔린다. 그러나 이대로 가면 생존형농업도 전망이 없고 모두의 삶의 질도 최악이 될 것이다. 자연형 축산과 축분순환, 수질보전에 대한 전반적인 대책이 시급하다.
다섯째, 산림을 이윤추구의 관점으로 성급하고 경솔하게 접근해서는 안된다.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너무 함부로 베고 깎는다. 전면삭벌방식과 단일수종조림으로 나무밭을 만드는 관행도 문제라고 본다.
여섯째, 초중고 학교에 올바른 식문화와 환경보전의 가치를 기반으로 로컬푸드와 친환경농산물 급식이 확산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일곱째, 영세한 농민들을 더욱 괴롭히는 고라니, 멧돼지, 까치 같은 유해조수 피해없이 좀 살아봤으면 좋겠다. 자나깨나 걱정이다.
말단농민, 소농이 잘 살게 된다는 것은 결국 보은군민 모두에게 피가 돌고 살이 돋아서 다같이 잘 살아갈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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