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보은 로컬푸드직매장은 노점, 농정패러다임 전환 서둘러야
①보은 로컬푸드직매장은 노점, 농정패러다임 전환 서둘러야
  • 송진선 기자
  • 승인 2019.07.18 10:34
  • 호수 5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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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싣는 순서

▶①보은군의 로컬푸드 정책은 아직도…
②로컬푸드 일번지 만든 완주군의 농정패러다임
③독립경영체 성공모델인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
④로컬푸드로 공공급식 선도모델 만든 나주시 자치농정
⑤지역순환경제 확장한 일본 오야미농협의 지산지소 운동
⑥일본 로컬푸드 직매장 및 급식센터 운영사례

지역에서 소비되고 있는 농산물은 중간 상인들이 대도시 공판장에서 경락받아와 지역 시장에 공급한다. 이 체계는 수십 년 간 계속 되고 있는 일이다. 이로 인해 고가의 유통비용 발생은 물론 생산지인 보은지역 주민들은 지역 농산물을 제대로 소비하지 못하는 모순을 안고 있다.
특히 보은군 농민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고령농, 소농, 여성농, 귀농인들은 물량이 안돼 공판장 출하도 어렵다. 운송수단도 취약해 잘 지어놓은 농산물을 장날 동네 안으로 들어와 값을 후려치는 외지상인들에게 헐값에 팔리는 가슴아픔을 겪는다. 팔고 싶어도 물량이 작아 어디에 팔아야할지 몰라 자식들에게 주고 이웃에게 인심쓰는 때가 많은 것이 보은군 농산물 유통의 현실이다. 따라서 본보는 로컬푸드 운동으로 지역에서 생산된 안전한 먹을거리의 안정적 공급과 유통으로 농가의 소득안정을 꾀하는 등 지역의 순환경제로 전환돼 농업의 지속가능성, 로컬푸드로 지역경제 확장성을 보여주는 선진사례를 통해 우리지역의 로컬푸드 운동의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그 첫 번째로 보은군 로컬푸드의 현주소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어디서 누구의 손에 의해 생산되고 어떻게 운송됐는지 알 수 없는 글로벌 푸드와는 달리 어디서 누가 생산한 것인지를 알 수 있어 안전성과 친환경성이 담보되는 농산물, 보통 반경 50킬로미터 이내의 지역에서 생산된 믿을 수 있는 친환경 농산물, 안전한 먹을거리를 의미한다.
로컬푸드 운동은 지역에서 생산된 먹거리를 지역에서 소비하자는 운동으로 생산자와 소비자가 서로 관계 맺기를 통해 밥상 안전을 지키고 지속 가능한 생산-소비의 선순환 시스템을 만들고 생산자와 소비자가 상생하는 공동체를 만드는데 의미를 두고 있다.
생협, 직매장, 학교급식 등으로 시행되고 있는 로컬푸드 운동은 소비자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중소농은 물론 고령농 및 여성농들은 소규모 생산자들이 출하할 곳이 많지 않았는데 로컬푸드 직매장이 생간 이후 안정적인 출하처가 확보되는 동시에 소득도 올랐다고 말했고 소비자들 역시 생산자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고 싱싱하고 안전한 농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믿고 살 수 있어서 좋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완주 로컬푸드 직매장의 성공사례는 전국의 지자체와 농협을 중심으로 직매장이 활발하게 설립 운영되는 계기가 됐다. 실제 완주군이 전국 로컬푸드 직매장 1호를 용진농협에 개설했던 2012년 로컬푸드 직매장은 전국에 3개에 불과했으나 2013년 32개, 2015년 89개, 2018년 229개소로 늘었다. 출장길에 시군 경계를 넘을 때마다 심심치 않게 매장을 볼 수 있을 정도다.
매장은 농협 하나로마트 매장 안에도 있고 마트와는 별도매장으로 운영하는 곳도 있고 농민들이 협동조합을 조직해 운영하는 등 다양한 형태다.
보은에서 청주 상당산성 가는 길목인 낭성면에도 낭성농협 옆에 농민들이 운영하는 낭성 로컬푸드 매장이 있다. 또 청주 오송에서 한국교원대 방향에 청주 강내농협 로컬푸드 매장이 있다. 최근에는 우리지역과 이웃하고 있는 옥천군에서 만든 로컬푸드 직매장도 개장했다.
이같이 로컬푸드운동이 활성화될수록 지역농산물 소비가 촉진돼 농민들의 생산량 및 소득증대로 이어지고 있다. 소농, 고령농, 여성농, 그리고 토지 등 생산기반이 취액한 귀농의 유통판매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되고 있어 규모화 일변도로 추진돼온 그동안의 농정의 폐해도 치유되는 효과도 보인다.
적극적으로 로컬푸드 직매장을 개설하는 다른 지역과 달리 로컬푸드 직매장이 없는 보은군은 보은농산물을 도시 공판장에서 경락받아서 다시 생산지인 보은에서 파는 기이한 유통구조를 보이고 있다. 생산지인데도 장거리 운송을 해야 다시 우리의 식탁으로 돌아오는 구조다. 이것이 보은군 로컬푸드 정책이 없는 보은군의 현실이다.

#지역 농산물을 도시 공판장에서 구입해오는 기이한 구조
글 서두에서 밝혔듯이 보은에서 생산된 농산물은 거의 전량 대전이나 청주, 구리시 등 도시 공판장으로 출하한다. 생산지이지만 지역에서 보은산 농산물을 구경하기 힘든 상황이다.
그래서 과일이나 채소를 판매하는 읍내 점포, 시장에서는 보은산이 아닌 외지에서 구입한 농산물이 공급되고 있다. 보은전통시장 내 7개 업소에서는 일요일을 제외한 매일 새벽 3시반경 대전 오정동 농산물시장으로 출장, 농산물을 경락받아온다. 이는 보은농협 하나로마트도 마찬가지다. 매일 대전 오정동 농협공판장에서 경락받은 채소와 과일이 하나로마트에 들여온다. 한우고기와 달걀 일부, 딸기, 자두, 고추, 복숭아, 포도, 사과, 배, 대추, 무, 배추, 고추, 고사리, 쑥 등 가공품과 간헐적으로 군내에서 생산된 농산물이 입점되긴 하나, 양이 매우 적다. 거의 전량이 외지산이다. 결과적으로 시장이나 마트 등에서 우리지역농산물을 팔아주는 게 아니고 외지 농산물을 팔아주는 꼴이다.
그나마 대파는 보은산이다. 보은읍 봉평리 김성산씨 등 2명의 농민에게서 공급을 받는다. 15년째 보은시장에 파를 출하하는 김성산씨는 공판장 시세보다 2㎏ 1단당 500원 정도 더 비싼 가격에 판다. 공판장에 출하하려면 시간 및 유통비용이 많이 들지만 지역에 출하하니 유통비용도 절약되고 오히려 지역출하가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상인들도 김성산씨 등으로부터 대파를 받지 않을 때는 대전에서 구입해왔는데 지역 대파의 품질이 좋고 공급이 원활하고 싸게 공급하니까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직매장이나 직거래장터 등이 없는 구조에서 공판장 출하가 가능한 전업농이 아닌 중소농가는 대부분 밭떼기 거래나 외지상인들에게 헐값에 넘기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에서 이는 로컬푸드 지역판매의 이점을 알 수 있는 대목으로 그나마 다행인 사례다. 농사 잘 지어서 장사꾼 좋을 일 시킨다며 억울함이 배어있는 어머니들의 목소리가 더 이상 나오지 않게 할 수는 없을까?
다품목 생산이 가능한 소농, 여성 및 고령농가, 귀농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보은군 농정의 패러다임 전환과 함께 로컬푸드 직매장, 직거래장터의 필요성이 다시 한 번 강조된다.

보은읍 봉평리에서 파와 채소를 생산하고 있는 김성산씨는 보은시장에 파를 출하하고 있다.

#보은군의 로컬푸드 직매장은 노점
먹거리 시스템 개선, 생산자와 소비자간 상생을 구현, 고령의 소농들에게도 안정적 판로를 제공하고 수익 보장이 가능한 것이 로컬푸드운동의 긍정적 효과다. 이런 역할을 하는 곳이 우리지역은 바로 노점이다.
지난 7월 16일 보은 장날 시장을 탐방하며 다양한 종류의 계절 농산물을 갖고 나온 여성농업인을 만날 수 있었다. 보은읍 삼산리 보건소 앞에 산다는 유승희(67)씨인데 갖고나온 품목이 19가지에 달했다. 가지고추, 청양고추, 아삭이 고추, 꽈리고추, 일반오이, 노각오이, 취청오이, 꽃상추, 청상추, 적양파, 일반양파, 가지, 대파, 풋호박, 열무, 부추, 감자, 아욱, 그리고 골파씨까지 다양했다. 유승희씨는 항상 그 자리에 노점을 펴고 갖고나오는 농산물의 품질도 좋고 또 다양한 종류로 구색을 갖춰놓으니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
유승희씨는 하우스 900평, 밭 1천600여평에서 밭작물을 재배하는데 이날 갖고 나온 작물 외에도 옥수수, 참깨, 들깨, 야콘, 당근, 알타리무, 얼갈이배추, 고구마, 양배추, 일반 무 등을 재배한다. 유승희씨는 하우스까지 있어서 연중 생산, 연중 공급할 수 있는 구조다.
보통의 농가에서 밭 전체에 옥수수를 심어서 출하하고 나면 김장용 배추를 심고 감자, 고구마 옥수수, 콩, 들깨, 참깨까지 몇 안되는 품목을 재배하는 것과 크게 다르다.
또 생산한 농산물의 대부분은 노점에서 판매한다. 로컬푸드직매장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는 셈이다.
회인 송평 윤옥순(70)씨도 이날 회인 유황마늘 50접을 갖고 나와 전량 판매했다. 호랑이 콩을 가지고 나와 장사를 한 산외면 대원리의 윤선영(37)씨도 만났다. 14년 전 한국으로 시집온 이주여성인데 제철 콩인 호랑이 콩 70㎏ 가량 가지고 나와 거의 전량을 팔았다. 장에 나오기 전 수확해서 싱싱하고 알이 굵고 좋아서인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계절농산물이 그때그때 잘 팔리고 또 많은 양도 다 판매될 정도로 로컬푸드 시장력은 매우 좋다고 할 수 있다.
이날 노점을 편 윤옥순씨는 "동생이 세종시에 살아서 세종시에서 나는 농산물만 파는 직매장을 가봤어요. 농민들이 판매 신경쓰지 않고 농사만 지으면 되니까 얼마나 좋겠던지…"라고 부러워하면서 "우리는 노점까지 해서 파는 것 아니냐, 농민들이 농사짓기도 힘든데 유통까지 해야 하니까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윤선영씨 또한 "우리는 농사 규모가 적어요. 지역에 판매장이 있으면 오이농사도 짓고 싶은데 판로 때문에 못지어요 우리같이 적게 농사지으면 공판장에도 못나가요"며 농산물 유통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윤선영씨는 "아는 집에서 오이하고 양파농사를 지어요. 낮에는 수확하고 밤에 대전 공판장으로 출하하는데 힘들어하더라구요."라고 말하고 재배가 문제가 아니라 판매가 문제라며 보은에 직매장이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보은농협은 7월 이사회에 하나로마트에 7평 규모의 로컬푸드 매장을 개설하는 안건을 상정계획이다.

#속리산휴게소 행복장터·보은농협, 작은 시작
이같이 농민들이 농산물 유통의 취약성을 절절히 체감하는 가운데 보은군이 로컬푸드 유통에 작은 시동을 걸었다. 오는 7월 26일경 고속도로 속리산휴게소 내 로컬푸드 행복장터를 개장할 계획이다. 참여농가 및 업체를 모집한 결과 농산물 9농가(단체), 가공업체 12업체를 포함 총 21농가(업체)가 참여의사를 밝혔고 취급품목 17개(농산물 16품목 + 가공식품)에 가짓수는 101종이 진열될 예정이다.
일반소비자들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고속도로내 휴게소에 위치하는 것에 아쉬움이 크지만 외지인들에게 판매하고 지역 농산물 홍보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보은농협도 7월 이사회에 하나로마트내 6, 7평 규모의 로컬푸드 매장을 개설하는 안건을 상정할 계획이다. 이사회에서 의결되면 11월경 개장할 계획인데 그동안 보은농협은 증평, 진천 등 농협이 운영하는 로컬드매장을 견학하는 등 준비작업을 해왔다. 농협중앙회가 운영비 등 비용의 50%를 지원해 2020년까지 로컬푸드직매장을 600개로 확대하고 농가소득 5천만원을 달성한다는 목표아래 이미 농가소득지원팀까지 개설해놓고 있다.
본점 판매계와 하나로마트지점은 로컬푸드직매장을 통해 소비자에게는 신선한 지역농산물을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하고 농민에게는 안정적인 판로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보은군이 시행하는 로컬푸드 행복장터나 보은농협하나로마트 로컬푸드사업이 충분한 준비과정이 없어 아쉽지만 로컬푸드가 갖는 지역경제의 확장성에 대한 기대를 가지며 타 지역의 성공사례에 대한 본보의 보도가 긍정적으로 반영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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