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틀을 부셔라! 천국이 보일 것이다!
생각의 틀을 부셔라! 천국이 보일 것이다!
  • 편집부
  • 승인 2019.07.18 10:16
  • 호수 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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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동(조자용민문화연구회 대표. 도화리)

도화리(옛 대목리) 산기슭에 너와집을 지었다.
새로운 밀레니엄 시대가 열린다는 2000년. 세상은 인터넷, 3D, 핸드폰 등 3차 정보통신혁명의 시대를 맞아 정신없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아파트, 부동산, 증권 투자에 혈안이 되어 있을 때, 속리산 천왕봉 구름 아래 오지 마을에 집을 지었다. 부모님 고향도 아니고 내가 태어난 곳도 아닌 낯선 곳에 집을 지었다. 서울에서 태어나 평생을 서울에서만 살던 서울 촌놈이 도깨비 조화로 땅이 생겼고 집을 지었다. 남들은 최신식 벽돌집을 지을 때 지붕에는 너와를 올리고 벽은 흙을 발라 너와집을 지었다. 주위 사람들은 도깨비 같은 짓을 한다고 비웃었다. 그러나 지금은 오히려 낡은 너와흙집이 편안하고 운치 있다고 모두들 좋아한다.
처음에는 주말에만 내려오던 것이 점차 생활의 중심이 바뀌어 갔다. 보은 이틀, 서울 닷새이던 것이 보은 3일, 서울 4일로 변하더니 결국은 아예 보은 7일이 되었다. 서울은 이제 특별한 일이 있어야 올라간다. 일이 있어 올라가더라도 이삼 일을 견디지 못한다. 서울에 올라가면 눈이 따갑고 가슴이 답답해지기 시작한다. 서둘러 내려와 도화리 움막에 도착하면 가슴이 뻥뚫리고 눈이 맑아진다. 이제 난 어쩔 수 없이 자연친화적인 산골 촌놈이 된 듯하다. 큰 병 없이 거의 매일 산을 오른다. 이 나이에도 젊은 친구들과 술 마시고 즐겁게 춤추고 노래할 수 있다, 나에게는 청정 속리산 천왕봉 정기, 맑은 공기와 물 그리고 산행, 그 이상의 보약이 없는 듯하다.
지인들이 자주 놀러온다. 산골에서 한가로이 사는 나를 보고 그들이 공통으로 하는 말이 있다. "부럽다!"
그러면 내가 해주는 말. "부러우면 내려 오시게!"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내려오지 못한다. 부러운 데 왜 내려오지 못하는 것일까?
삶은 어차피 각자 자신의 선택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도시 사람들이 시골로 내려오지 못하는 이유는 자신을 얽매고 있는 갖가지 굴레와 살아온 습에서 벗어나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장 큰 이유는 끝이 없는 경제적 욕심 때문이 아닐까. 좀 더 많은 돈을 번 후에 시골에 내려와 집을 짓고 편안하게 살고 싶은 것이다. 1억 원이 있는 사람은 몇 억만 더 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5억이 있는 사람은 10억을 바란다. 10억을 번 사람은 100억 원을 꿈꾼다. 욕심에 끝이 없다.
죽기 전에는 시골로 내려올 수가 없다. 은퇴하고 내려온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이야기 해준다. 늙어서 여행을 하면 젊어서 하는 여행에서 느끼던 그런 큰 감흥도 없고 힘만 들 듯이, 늙어서 시골에 내려오면 농사도 짓기 어렵고 심지어 정원 가꾸기도 괴로움이라고. 하루라도 젊을 때 내려와야 몸과 마음이 적응이 되어 늙어서도 즐겁게 살 수 있다는 것을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
예전에는 도깨비 같은 놈이 지은 집이라고 비웃던 너와집과 밭떼기를 부러워하는 친구들이 있다. 시골 땅값이 많이 비싸졌다고 투덜대는 친구들이 있다. 그들에게 내가 말한다. 자네들 아파트 3평만 떼어 팔면 시골 땅 1000평을 살 수 있다고.
또 도시 생활과 시골 생활의 생활비에 대해 자주 질문을 받는다. 생활 패턴이 비슷하다면 내 생각으로는 시골에서는 도시생활비의 3분의 1정도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도시에서 3백만 원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100만 원이면 생활이 가능하다고 본다. 물론 시골에 와서도 고급 술집과 비싼 외식, 사치스런 상품을 찾는 사람이라면 5백만 원도 부족하겠지. 욕심 없는 삶을 산다면 그럴 것이라는 것이다.
시골에 살면 심심하지 않느냐고, 외롭지 않느냐고 묻는 친구들이 있다. 참 답답한 질문이다. 시골에 살면 심심할 틈이 없다. 바쁘다. 아침에 눈을 뜨면 산을 오른다. 계곡의 물소리와 산새들의 지저귐을 들으며 즐거운 산행을 한다. 텃밭에 심어놓은 싱싱한 가지와 햇감자로 요리한 웰빙 아침 식사를 한다. 인터넷 강국 대한민국은 깊은 산골, 산꼭대기에서도 인터넷이 가능하다. 인터넷 뉴스를 훑어보다 보면 어느새 점심이다. 상추와 깻잎에 밥을 싸서 고추에 고추장을 찍어 맛난 점심을 해먹는다. 텃밭에 나가 풀도 뽑고 구들방에 땔 나무도 좀 하고 주변 정리를 조금 하다 보면 해가 저문다. 오이와 감자볶음과 지는 해를 안주 삼아 막걸리 한 잔을 마신다. 세 끼를 꼬박꼬박 손수 챙겨 먹는 것은 도인이 도를 닦는 것과 별반 다름이 없다. 편안한 저녁이다. 밀린 책을 읽고 가끔 재미있는 드라마나 영화를 보기도 한다. 어느 새 밤이다. 눈이 감기면 눕고, 눈이 뜨이면 다시 아침이다. 심심하거나 외로울 틈이 없다.
사람들은 자신들을 가두고 있는 틀을 깨기 힘들다.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 출세해야 한다! 성공해야 한다! 남보다 잘 나야 한다! 등등."
태어나서부터 주입되어진 잘못된 생각과 강요된 자본주의식 교육 그리고 물질에 물들어 살아온 습의 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그 틀을 깰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자기 자신 뿐이다.
바쁜 도시 생활이 즐거운가? 화려한 도시문화가 당신에게 기쁨을 주는가? 쳇바퀴 돌 듯 반복되는 당신의 직장생활과 봉급에 만족하는가? 만족한다면 시골을 부러워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만약 당신이 눈 뜨면 일어나고, 배고프면 먹고, 심심하면 일하다, 힘들면 쉬고, 졸리면 다시 잠 자는, 그런 자유로운 삶을 원한다면 당신의 생각의 틀, 삶의 틀을 과감히 깨고 시골로 내려오라. 그러면 당신은 죽기 전에 이미 천국을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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