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7기 1주년 중간 평가
민선7기 1주년 중간 평가
  • 김경순
  • 승인 2019.07.11 10:20
  • 호수 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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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군, 하고 싶은 사업에 걸림돌이 없었다

"보은군이 군민을 이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군민의 생각과 보조를 맞춘 동행 행정 기대한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돼 군수로 또 군의원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의욕적으로 출발했던 3선 정상혁 군수 재임 1주년과 8대 군의회 개원 1주년을 맞았다. 모두 최선을 다해 군정을 추진하고 의정활동을 펼쳤다고 하는데 과연 그럴까? 군정 및 의정 1주년을 점검해본다.

견제예상, 괜한 조바심
지난 지방선거 결과 한국당 소속의 정상혁 군수와 군의회는 민주당 5명, 한국당 3명으로 구성돼 정상혁 호의 군정이 군의회로부터 상당한 견제를 받을 것으로 전망했었다.
당시 본보에서도 이같은 전망을 하면서 보은군의 추진하는 각종 사업 특히 굵직한 현안사업 등은 차질이 어려울 것이란 예상도 했었다.
균형발전사업으로 추진하던 일명 이열모 미술관을 비롯해 속리산면 갈목, 중판리 휴양관광지지 조성사업도 점검 대상으로 꼽았었고 속리산면 갈목·중판리 일원 다문화 체험마을, 짚라인 등 산림레포츠 단지 조성사업도 꼽았으나 큰 견제 없이 보은군이 하고자 하는 대로 추진이 되고 있다.
스포츠 산업분야 또한 마찬가지다 민선5, 6기를 거쳐 민선 7기에도 계속 되고 있는데 이미 지방선거 당시 논란이 있었고 대회유치 건수 보다는 그야말로 돈이 되는 대회를 유치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여론이 모아져 예산심사에도 반영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전대와 크게 다를 바 없이 대부분 군이 요구하는 대로 예산이 의결되고 있다. 거의 거칠 것 없이 군수가 하고자 하는 방향대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셈이다. 그 때문인지 보은군은 민선7기 취임 1주년을 기념하면서 주요 성과사업을 보고했는데 성적이 화려하다.
집행부가 성과 중 가장 첫 번째로 꼽은 것이 규제없는 관광개발가능지 431헥타르(㏊) 확보, 관광사업을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보은군은 14년 국도유림 178헥타르를 군유림과 맞교환하고 중판리 사유림 253헥타를 41억8천만원에 매입, 총431헥타르의 개발가능지를 확보해 속리산 관광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고 자평했다.
이외에도 짚라인 조성 27억원, 산림레포츠 조성 10억원, 휴양관광지 모노레일 조성 18억원, 속리산다문화체험마을조성 52억원, 50년대 시간여행 마을조성 63억원 사업을 진행 중이다. 물놀이 체험시설과 잔디광장 조성, 사계절 훈련장 조성 사업은 완료됐다고 밝혔다.
이같은 사업을 발판으로 관광객 1천만명 시대를 열겠다는 것이 군의 목표다.
그러나 관광객의 구미를 당기는 콘텐츠 없이 시설을 나열하는 것만으로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것은 향후 관광객 없이 시설물만 남을 수 있는 위험성이 내포돼 있다. 하드웨어를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소프트웨어를 풍부하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민선 6기 말의 사업이긴 하지만 56억여원을 들여 속리산면 상판리 일원 1만평에 조성한 훈민정음 공원의 경우 주목을 끌지 못하는 부분이 바로 그것이다. 콘텐츠의 부재다.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인지 이해해야 하지만 이곳은 사실상 시설물을 배열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신미대사를 조명한다고 조형물을 설치하면서 세종대왕이 보잘 것 없는 조형물로 전락된 것은 이곳을 찾은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문제점이다. 종 또한 마찬가지이다. 종이 훈민정음 공원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주민들, 관광객들은 모른다. 당연히 생뚱맞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숨은그림찾기나 숨바꼭질처럼 종 안에 작은 글씨로 정상혁 군수를 명기 한 것을 찾아내고는 종을 세운 이유를 알겠다는 반응이다. 그래서 더욱 입방에 오르고 있다.
쓸데없는 종이나 사람얼굴 조형물 대신 KBS에서 방송하는 우리말 퀴즈처럼 대형 한글 퍼즐맞추기 판을 설치해 신미대사를 맞추게 하거나 큰 광장을 조성하고 바닥에 자음과 모음 조합으로 훈민정음 게임을 할 수 있게 하는 등 재미를 느낄 수 있는 핵심요소가 없다.
군민들의 눈에는 이같은 것들이 보이는데 왜 이런 사업을 추진하는 군 사업부서의 공무원들이나 군수의 눈에는 필터링 되지 않는지 의심스럽다.

스포츠산업, 여전히 먹거리로 대접
연간 20억원 이상 쏟아부어 대회를 유치하는 스포츠산업은 주민들도 의원들도 거의 포기하는 것 아닌가 할 정도로 무기력해진 게 사실이다.
지난 민선6기까지만 해도 수십개의 대회를 유치하고 몇 십만명이 보은군을 찾았다고 홍보할 때마다 군의회나 주민들도보은을 찾는 선수단에 보은군에 비용을 지불하고 대회를 치르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 오히려 보은군이 대회를 유치하기 위해 수십억원의 유치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가려져 있어 문제라고 공방을 벌였던 게 사실이다. 또 스포츠 시설을 설치하기 위해 예산을 요구할 때도 의회의 반대에 부딪히기도 했었다. 하지만 민선 7기에는 심하지 않다.
보은군의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2개의 국제대회를 비롯해 전국대회 47개, 전지훈련 548개팀을 유치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런 대회와 전지훈련으로 30여만명이 보은을 찾았다며 300여억원의 경제활성화를 가져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보은군이 스포츠대회유치로 거둔 경제효과에 대해 기준금액이 과다하게 책정됐다는 주장은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도마 위에 오르고 공격을 받기도 했다. 속리산 사내리에 거주하는 한 주민도 숙박업소 관계자를 통해 스포츠산업과 관련한 숙박업 매출이 다소 부풀려져 있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같이 스포츠산업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지만 보은군은 국제대회 유치에까지 손을 뻗쳤다. 올해 처음 14개국에서 찾은 아시안컵 우드볼 선수권대회를 개최했는데 군에서 홍보한 것 만큼의 규모는 아니었다는 것이 대회를 관람한 군의원들과 주민들의 평가다.
또 속리산 알프스 휴양림 등을 숙소로 이용한 이들은 경기 후 숙소 입소한 후에는 차량관계로 외출이 어려워 불편을 겪었다는 선수단의 고통이 제보되기도 했었다. 경기 후 시내 업소를 이용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상점활성화는 결국 기여하지 못했다.
작은 지자체에서 국제대회를 치르느라 노력한 점은 높이 사야 하지만 군정업무를 봐야 하는 공무원들이 차출돼(?) 심판을 보는 등 규모있고 짜임새 있는 대회가 아니어서 보통의 국제대회를 기대했던 주민들이 실망, 대회유치에 대한 보다 꼼꼼한 분석이 요구됐다.

전남 순천같은 놀이터가 아쉽다
정상혁 군수가 집권하면서 공을 들인 부분은 노인사업이다. 전체 읍면 복지대학 운영, 80세 이상 전용 경로당, 공공실버주택, 노인회관 개관, 노인주간보호센터를 건립했다. 6월말 현재 보은군 인구 3만3천285명 중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1만776명으로 전체의 32.37%에 해당돼 노인관련 사업이 많을 수밖에 없는데 일각에서는 노인들의 표심을 의식한 행정행위라는 비난도 나오는 게 사실이다.
보은군의 소멸위험이 예상되는 시점에서 청년, 청소년, 어린이에 대한 투자는 인색했던 게 사실이다. 그동안 본보에서도 2016년부터 여러차례 지적했던 어린이 물놀이장이 올해 이동식으로 설치될 예정인데 겨우 이동식 물놀이장 하나 얻는데 햇수로 4년이 걸린 셈이다.
그러나 아직도 어린세대를 위한 시설은 크게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나마 보은교육지원청이 군과 매칭한 행복지구 사업으로 열악한 지역의 교육환경 및 청소년들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싹이 트고 있으나 많이 부족하다. 달랑 청소년문화의 집 한 곳 있는데 그것도 규모가 작고 시설도 열악하고 프로그램실도 부족해 아이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가 없다. 그래서 학부모들이 하나같이 염원했던 게 청소년수련관인데 보은군은 난데없이 청소년수련원에 대한 의견을 수렴, 논점을 흐려놓고 있다.
아이들을 위한 시설은 시골일수록 더 심각하다. 시골 초등학교, 중학교를 졸업한 아이들이 갈 데가 없는 것이 면소재지를 비롯한 시골마을이다. 면소재지 정비 사업을 추진하지만 거의 모두 어른들을 위한 시설일 뿐, 그 지역의 또 다른 구성원인 아이들이 들어갈 시설은 아예 계획에서부터 배제돼 있다. 복지회관, 센터 등을 설치해도 어른들을 위한 프로그램실만 있을 뿐 아이들이 들어갈 공간이 없다. 그나마 보은읍 중심지 활성화사업에는 엄마들이 목소리를 높여 아이들을 위한 시설이 포함된 게 그나마 다행이다.
이같이 보은군이 노인사업에 집중할 때 인근 옥천군은 노인뿐만 아니라 아동 청소년, 청년사업에도 집중하고 있다. 옥천읍내 청소년수련관이 있고 청산과 이원면에 청소년문화의집이 있는데 최근에는 청산공립지역아동센터를 착공했다. 청산·청성 지역 아동들에게 방과 후 돌봄서비스 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이밖에 청년정책 수립을 위한 청년 의견 수렴 및 청년정책 제안, 청년문제 발굴, 조사, 개선 방안 등을 모색하는 청년위원회도 운영하고 있다. 보은군과 비교되는 바가 크다.
보은군이 군립 도서관과 영화관이 위치하는 복합 문화시설로 문화누리관을 조성 중인데 공립 놀이터를 없앴다. 대신 군은 문화누리관 앞쪽에 발목까지 잠기는 물놀이장이 있는 어린이놀이공원을 조성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문화누리관에서 소요되는 면적이 있고 나머지 잔여부지로 어린이놀이공원을 조성하는 것이어서 어린이들의 희망이 담긴 놀이공원으로서는 턱없이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
본보는 2017 보은군의 자치성적표라는 기획기사를 통해 전남 순천의 기적의 놀이터 사례를 보도한 바 있다.
순천시는 자연 친화적 놀이터를 만들기 위해 테스크포스(TF)팀을 꾸리는데 여기에 150여명의 어린이들이 참여해 설문조사부터 디자인 캠프 등 설계에 참여한 것은 물론 감리단으로도 활동했다. 당초 계획했던 내용에서 벗어나거나 미흡한 부분에 대한 보완을 요구하는 등 어린이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놀이터의 모습은 360도 바뀌었다. 놀이터 한가운데 미끄럼틀과 시소, 그네를 설치하는 것으로 했으나 이용하지 않자 아이들이 철거했다. 대신 바위와 쓰러진 고목을 놓고 또 시냇물 형태의 긴 수로와 물웅덩이를 파고, 잔디 미끄럼틀을 탈 수 있도록 언덕을 만들었다. 놀이터 이름이 '엉뚱발뚱'인데 이것도 아이들이 직접 지었다고 한다.
2호 놀이터눈 '작전을 시작하∼지', 3호 놀이터는 시가모노(시간 가는 줄모르고 노는 놀이터), 그리고 올해 5월에는 4호 놀이터 '올라올라'가 문을 열었다. 순천 아이들의 행복한 얼굴이 떠오른다.
정상혁 보은군수는 취임 1주년 기념사를 통해 하루 한 시간 1분이 정말 아깝다고 했다. 또 현장에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는데 주민들이 곧 현장이고 주민들의 의견이 곧 답이다. 군만이 아닌 주민들의 의견이 투영된 군정이야말로 지속가능할 수 있다.
민선 7기 취임 1주년을 맞은 시점에서 보은군이 이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군민의 생각과 보조를 맞춘 동행행정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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