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작교육 목공교실에는 특별함이 있다
노작교육 목공교실에는 특별함이 있다
  • 김경순
  • 승인 2019.07.11 10:08
  • 호수 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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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문화재단이 선정한 햇살마루의 '사부작사부작 수상한 목수들'

"뚝딱뚝딱, 쓰싹쓰싹"
모두가 한가로이 주말을 보낼 때 지난 7월 6일 토요일, 보은읍 누청리에 있는 전통공예체험학교 안에서는 톱질과 망치질 소리로 요란하다.
'사부작사부작 수상한 목수들' 목공예 수업에 참여하는 아이들의 톱질과 망치질 소리.
"요즘 아이들은 스마트폰이나 TV에 과도하게 노출돼 자극적인 것에 즉각적 반응을 보이는 경향이 있어요. 점차 사라져가는 손의 솜씨를 기르고 몸을 사용하는 노작교육은 학문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미적체험을 경험하게 합니다" 수상한 목수들 수업을 총괄기획하고 책임지고 있는 판동초 강환욱 선생님의 말이다.
수상한 목수들 수업은 여느 수업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노작교육이라는 교육철학과 인간으로서 갖게 되는 기본적인 것들에 충실히 하면서 문화와 여가가 있는 체계적인 교육으로 구돼 있다.
수상한 목수들은 의식주를 만드는 것을 통해 물질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아이들이 물건에 대한 소중함을 잊지 않도록 다시한번 일깨워준다.

첫수업 천연염색으로 만든 단체티를 제작하고, 나무 숟가락과 젓가락을 만드는 데에도 열정을 다해야만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다.
"이게 제가 만든 수저인데요 캠프 때 이걸로 밥먹을 거에요" 보은중에 다니는 원일이는 자신의 수저를 내밀며 어깨를 으쓱한다. 좌우대칭이 잘 맞고 매끄럽게 샌딩(사포질)된 수저에서 원일이의 땀방울이 느껴진다.

"이건 우리팀이 만든 나무 자동차에요. 방향도 바꿀 수 있고 언덕에서 친구들과 함께 타면 정말 신나요" 동광초 4학년 준석이는 이렇게 행복한 수업은 처음이라며 매주 토요일이 기다려진단다. 4학년 아이들에게 목공수업은 친구들과의 만남의 장이자 놀이터로 천국이 따로 없다. 팀이름도 '말썽꾸러기'이다.

"아이들이 대견해요. 4주째 망치와 끌로 홈을 파고 샌딩을 줄기차게 하고 있으니 말이에요" 대장목수를 도와 함께 하고 있는 햇살마루 김민섭 이사장의 말이다. 수저와 자동차에 이어 차탁을 만들기 위해 아이들은 열심히 홈을 파고 있다. 못질 이음이 아닌 전통 짜맞춤으로 차탁을 만들기 위해 2십여개에 달하는 홈을 일일이 끌과 망치, 손의 힘에 의존해 도전하고 있다.
"땀을 흘리지 않고 짧은 시간에 좋은 결과물을 얻는 것에 익숙한 요즘 아이들에게 수상한 목수들 수업은 만만치 않을 거에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몸속 깊숙한 곳에서 느끼는 만족감은 그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성장과정의 의미있는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벌써 반목수가 된 아이들도 보이죠...(웃음)" 대장목수 정승호 선생의 말이다.

어느덧 수상한 목수들이 된 아이들은 다음 도전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찼다. 전통공예체험학교에 테라스를 설치하는 것.
이를 위해 3시간 동안 이뤄진 수업을 마치고 아이들이 귀가한 후에도 선생님들은 회의가 한창이다. 수업평가를 시작으로 다음 수업준비를 위해 기난긴 토론이 이어졌다.
"아이들이 경험하지 못한 방식으로 테라스를 지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하는 이재락 선생은 아이들에게 보다 풍부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고픈 마음이 앞선다. "아이들에게 좀 힘들수도 있으니 조금만 낮추면 어떨가요?"라며 의견이 다른 부분에 대해 4명의 선생님들이 옥신각신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에서 깊은 신뢰감이 느껴진다.
테라스를 마친 후에는 1기 수업을 마친 학생들과 8월부터 시작될 2기 학생들의 합동캠프가 진행된다. 그동안 배운 기술을 친구들에게 가르쳐주는 협동과정을 통해 탄생하게 될 아지트.
수상한 목수들 수업은 조금은 위험해 보이기도 하고(톱과 망치질, 기계 등...), 조금은 어려워 보이기도 한다.(차탁 하나를 위해 4주동안 나무 홈을 파고 다듬는 과정)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수업방식이었다.

이에대해 강환욱 선생님은 "적당히 위험한 도구는 오히려 주의력을 요구해 다치지 않습니다. 또 적당히 힘든 것을 그만큼 땀의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게 됩니다. 손을 사용하는 노작교육은 무엇가를 만드는 것 외에 인생 전반에 걸쳐 재주 있는 사람으로 만드는 교육입니다. 솜씨와 유연함을 갖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인간관계의 시작과 끝도 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 컴퓨터, 장난감 등 대부분 플라스틱을 자주 만지는 요즘 나무의 결이 살아있는 자연물을 통해 새로운 감각을 일깨우고, 육체노동과 정신노동의 결합한 형태로 아이들에게 새로운 경험, 새로운 자아를 발견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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