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블랙리, 보은사람들
기생충, 블랙리, 보은사람들
  • 편집부
  • 승인 2019.06.20 10:18
  • 호수 4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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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동

영화 '기생충'을 보았다. 스포일러가 되지 않기 위해 영화 줄거리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 무척 재미있게 보았다. 개인적으로 영화는 일단 재미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예술적으로 훌륭한 작품이라고 해도 아무도 보지 않는다면 그 가치는 반감될 것이다. '기생충'은 현재 관객 800만 명을 돌파하고 1000만 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일단 흥행에 성공한 것이다. 게다가 세계 최고의 영화제라고 하는 '칸느 영화제'에서 최고의 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았으니 예술성에서도 입증이 된 것이다. 한 마디로 봉준호 감독은 예술성과 흥행으로 입증되는 대중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대단한 성과를 올린 것이다.그런데 최근 밝혀진 바에 의하면 과거 정부의 진보 성향 문화예술 인사 블랙리스트에 봉준호 감독이 포함되어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블랙리스트에 오른 예술가들에게는 지원과 투자를 막고 방송출연 등에 압력을 행사했다고 한다. 2년 전 봉준호 감독은 프랑스 통신 AFP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정권 시절은 많은 한국의 예술인들에게 깊은 상처를 준 악몽 같은 시간이었다'고 했다. 만약 그런 블랙리스트 제재가 계속되었다면 '기생충'이라는 명품 영화는 탄생되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연출되었을지도 모르겠다.나는 예술가들에게 있어 진보와 보수의 구분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예술가들은 태생적으로 세상의 모든 기존의 틀을 깨고 끊임없이 무언가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창조하고자 하는 진보적 속성들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에게 진보와 보수라는 정치적인 관념의 굴레를 씌워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면 위대한 예술작품의 탄생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표현의 자유의 중요성을 적극 주장한 미국 예일대 '토머스 에머슨' 교수는 '자유로운 토론을 억제할 경우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점들이 은폐되어 결국은 사회를 불가피한 분열과 대립 그리고 파괴의 방향으로 몰아갈 것이라고 했다. 지난 정부는 불법적인 블랙리스트를 작성하여,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분열과 대립, 갈등의 골을 깊게 하여 결국은 에머슨 교수의 주장대로 자멸의 길을 걷고 말았다.
그런데 이런 표현의 자유는 예술계에서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언론계에 있어 표현의 자유의 중요성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언론은 표현의 자유를 넘어 국가와 사회에 대한 냉철한 비판의 역할까지도 담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보은군에는 현재 '보은신문'과 '보은사람들'이라는 2개의 지역 신문이 있다. 인구 3만여 명에 불과한 보은군에 2개의 지역 신문이 서로 어깨를 겨누며 존재한다는 것은 지방 언론의 중요성과 역할이라는 측면에서 참으로 고맙고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방자치제가 시행된 지 20여 년이 지났다. 하지만 지방자치제는 적지 않은 문제를 안고 있다. 그 중 가장 큰 문제점은 지자체의 조직과 운영이 혈연, 학연, 지연 등으로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자유롭게 토론을 하고 상호 비판을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인척으로 얽힌 집안 윗사람, 마을 어른, 학교 선후배 등으로 얽히고 설켜 있어 서로 눈치를 보다보니 불합리하거나 부당한 일이 생겨도 비판하거나 제대로 항의조차 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보은군의 경우도 최근 발생한 보은군청신문 '대추고을소식' 예산 문제, '속리산 신 축제' 집행, 삼년산성 느티나무 가로수 이전 등 예산 편성과 집행 등에서 보여지는 군과 군민, 의회와 군의 갈등 해결 과정에서 성숙한 공적 토론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마치 집안 어른이나 학교 선배가 아랫사람에게 훈계하고 타이르면 그를 거스를 수 없는 듯한 어이없는 모습들을 연출하고 있어 보기에 민망하고 안타까운 심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군민의 의견을 대변하고 올바른 비판을 담당하는 '보은신문'과 '보은사람들' 양대 지역신문의 존재와 그 역할은 매우 중대하다 하겠다. 따라서 군과 의회는 지역 언론을 눈에 가시처럼 불편하게 생각할 것이 아니라 군민을 대변하고 함께 하는 동반자로 인정하고 지원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마침 6월 18일이 '보은사람들'의 창간 10주년 기념일이라고 한다. 축하의 인사와 함께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10년의 세월을 지켜낸 노고에 감사하며, 앞으로도 보은군의 발전을 위해 군민들의 아픔과 기쁨을 꼼꼼히 전달하고, 군 행정에 대한 날카롭고 정의로운 비판을 이어나가 주기 바라는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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