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농장에서
대추농장에서
  • 편집부
  • 승인 2019.06.20 10:17
  • 호수 4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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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점영 시인
정점영 시인
정점영 시인

이 시는 월간 문예사상 6월호에 실렸다. 정점영 시인은 수한 장선 출신으로 도서출판 청년문화 출판국장을 지냈으며 수험생의 필독서 예지를 출간하고 1999년에는 문학 21에 수필부분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하고 2000년 탐미문학에 시무문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충북경제신문 편집부 기자를 역임했으며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한국문인협회보은군지부 부회장이다. 보은군노인장애인복지관 해오름대학 문예창작반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뾰족뾰족 잎 내미는 초록초록 잎
조그만 얼굴 가득 노랑 노랑 꽃
다섯 병사 거느린 민낯 아기대추
별들의 요란한 날개짓
넋을 잃는다
삶이로구나

귀하신 몸 700주 모시고
이발해 주고 화장해주고
밥 먹이고 물 먹이고
벌레 잡아주고 풀깎아 주고

머슴살이 앞치마 열두달
전정가위는 필수 미니톱은 선택
흰 장갑도 필수 챙모자도 필수
먹는 샘물도 필수 꿀차도 필수
토시는 선택 사다리도 선택'대추 옆에 붙어 살아도

오뉴월 가뭄 칠월 장마
묵은 가시 풋가시 찌르고 박고
선녀님 떼거리 숯검댕이 한순간
수틀리면 빗자루에 목매
태풍과 눈 맞으면 가지 하나 절단나
불그레 볼연지 까막까치에 거덜나

그 숱한 문학회 모임 발묶어 NO
친구야, 놀자! 그렇지만 NO
상전(上典)은 대추

하필이면 보고 싶은 사람이 어째서 그리도 많고
가소 깊은 꽃잔치는 어찌 그리 많으며
쓰고 싶은 글 또한 왜그리 많은지

별 같은 대추꽃 팽이 같은 아기대추를 그리며
대추는 상전(上典)
앞으로 대추모시고 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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