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기 풋살구장에서 만난 소년들
관기 풋살구장에서 만난 소년들
  • 송진선 기자
  • 승인 2019.06.13 10:49
  • 호수 496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축구를 하면서 형, 동생처럼 친하게 지내요"

인구절벽, 지방소멸. 현재를 지배하는 신 사자성어(?)다. 비혼자 증가, 결혼을 해도 아이를 낳지 않는 신풍조 등 인구절벽을 가져온 이같은 사회풍조는 농촌은 물론 도시도 지배하고 있지만 특히 고령화가 심한 농촌에 드리워진 그늘로 소멸이라는 단어는 등호가 성립될 정도다.
아이들 웃음소리는 어른들의 스트레스 지수를 감소시키고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마저도 소음이 아닌 합창처럼 들려 귀가 즐거울 정도다.

관기 풋살구장에서 공을 차고 놀던 아이들이다. 사진 왼쪽부터 최윤찬(관기초 5학년), 이승희(6학년), 김현수(5학년), 전인철(보덕중 3학년) 김현호(보덕중 1학년) 김윤성(관기초 1학년), 김윤범(관기초 5학년) 학생.

한국고용정보원의 '한국의 지방소멸 2018' 보고서에서 소멸위험 지수 0.227을 기록, 지방소멸 위험지역, 인구절벽 중심에 서있는 보은군. 면단위에서 어린이, 청소년들을 보기는 것이 정말 힘들다.
지난 6월 8일 토요일 오후 4시경 마로면 관기1리에 조성된 풋살구장에서 "형 이리줘 형, 형!!" 하며 공을 차는 무리를 봤다. 거리에서도 사람구경, 어른 구경도 힘든데 면 단위에서 노인도 아닌 풋풋한 어린 아이들이라니. 횡재한 기분이다. 대박이다.
"얘들아 사진 좀 찍을래?"
"싫어요 왜 찍어요." "그러지 말고 찍자"
약간의 실랑이(?)를 하고 구슬림, 설득 끝에 아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와 우리 신문에 나오는 거예요?" 활짝 웃기도 하고 미소를 짓기도 했다. 푸른 인조잔디구장과 자라나는 새싹들의 푸릇푸릇한 기상이 무척 잘 어울렸다.
공을 차던 아이들은 2리터 들이 생수2병을 서로 나눠마시며 달아오른 오후 햇살의 뜨거운 열기를 식혔다. 이마에 맺힌 땀방울도 말렸다.
"너희들 다 초등학생 아니지?" "예." "친구도 아니고 서로 모르잖아. 그런데 어떻게 공을 같이 차니?"
"여기는 중학생 형이구요, 여기는 초등학교 동생이예요. 어떨 때는 고등학생 형들도 오는데요, 다 관기초등학교를 졸업한 형들이라 풋살구장에서 그냥 어울려서 공을 찰 수 있어요."
"저는 형이 없는데 여기 오면 중학생 형도 만나고 고등학생 형도 만나서 좋아요."
김윤성(관기초 1학년), 김윤범(관기초 5학년), 김현수(5학년), 최윤찬(관기초 5학년), 이승희(6학년), 김현호(보덕중 1학년), 전인철(보덕중 3학년) 군은 관기초등학교 운동장은 흙이고 풋살장은 인조잔디라 놀기가 좋아서 1주일에 한 번 이상 이렇게 논다고 말했다.

#화장실 좀 열어주세요
아이들은 "풋살구장 문은 잠궈놓지 않고 또 공은 관기초등학교 선생님이 차고 놀라며 주셨기 때문에 언제든지 공을 찰 수 있어서 심심하지 않아 좋아요" "근데요 건의할 것이 있어요. 화장실을 폐쇄한 후 열어놓지 않아요." "볼일이 급할 때 제일 난감해요."라고 말했다.
화장실 시설이 동파돼 고장이 났다며 2월말까지 폐쇄한다고 공지한 후 초여름이 된 6월 지금까지도 닫아놓았다고 아이들은 불만을 털어놓았다.
아이들은 "건의사항 또 한 개가 있어요. 수도도 있는데 물이 안나와요, 운동을 하고 나면 땀을 많이 흘리잖아요 그리고 목도 마르구요. 그런데 물이 안나오니까 답답해요."라고 말했다.
목마른 사람이 샘을 판다고는 했지만 바로 옆에 있는 나오지 않는 수도 덕분에 갈평1리에 사는 김윤범 학생이 용돈 2천원으로 생수 2병을 사가지고 와서 형들과 나눠 마셨다.
"화장실과 수도 좀 고쳐주세요."라고 아이들이 부탁했다. 아이들이 부탁하기 전에 어른들이 알아서 챙겨야 하는 것 아닌가? 공지한 시간보다 훨씬 지났는데도 지키지 않는 것은 어른들의 약속 위반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가영맘 2019-06-13 20:18:51
좋으네요 그런데 화장실 하고 물은 빨리 해결되면 더없이 아이들이 행복하게 놀수 있을턴데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