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고 싶어요
놀고 싶어요
  • 편집부
  • 승인 2019.06.13 09:51
  • 호수 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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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환욱

요즘에 들어서야 관심을 받고 있는 주제가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 주제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바로 '공간'이라는 주제입니다.
우리는 모두 공장에서 찍어 나온 것 같은 직사각형의 건물과 교실, 그리고 뜀박질을 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기다란 직선의 복도가 있는 공간에서 학창시절을 보냈습니다. 교실의 분위기는 삭막했고 따스함 혹은 재미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교실의 주인인 학생에 대한 배려는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디자인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습니다.
'공간'에 대한 문제인식이 떠오르기 시작한 것은 이러한 과거 환경에 대한 아쉬움을 지금 세대의 아이들에게 물려주면 안 된다는 깨어있는 목소리, 그리고 앞서가는 나라들의 사례가 널리 알려지면서입니다. 
공간을 내부공간과 외부공간으로 나누었을 때 바꾸기가 좀 더 용이한 것은 외부공간 같습니다. 그 중 아이들의 관심이 가장 집중되어 있는 곳은 놀이터인데 이상하게도 놀이터가 외면을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의 놀이터 관련 사업은 기존의 놀이터를 반성하는 것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비싼 돈을 들여서 만든 놀이기구들이 정작 아이들에게 외면을 받고 있으니 반성을 할 수 밖에 없죠.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입니다. 우선 지나치게 안전만을 고려하다보니 재미가 없습니다. 어디를 가도 비슷비슷합니다. 기구 중심이기에 금방 질립니다. 어떤 모험심을 느끼기 어렵기에 더욱 금방 질립니다. 그나마 그네가 짜릿함을 줍니다만 그마저도 위험하다면서 설치를 꺼려하는 곳도 있습니다. 아이들이 주로 이용하는 공간인데 아이들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단단한 쇠 뭉치들과 플라스틱, 독한 성분으로 방부 처리된 나무들이 있을 뿐입니다.
더 생각해보아야 할 것은 이렇게 안전만을 고집한 놀이터가 의외로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방심을 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안전사고의 주된 원인은 방심입니다.
반면 다소 위험하게 설계된 놀이터는 어떨까요. 덴마크의 놀이터를 두고 적당히 다칠 수 있게 설계되었다고도 합니다. 흔들다리라든가 외나무다리, 통나무 그네 등을 두고 말이죠. 정확히는 아이들이 좀 더 재미있게 놀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는 것인데, 행여나 놀다가 다친다고 하여도 새로운 시도를 하며 두려움도 배운 것이라 여긴다고 합니다.
여기서 좀 더 나아가 이제는 놀이터를 만들 때부터 지역 아이들을 불러 모아 의견을 듣고 설계부터 그들의 요구들을 반영하거나, 기구 중심에서 탈피하여 공간에 각종 재료만 둘 뿐 아이들이 그 공간을 자신들의 입맛대로 창조하며 놀 수 있도록 장려하는 놀이터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놀이터로 보일지언정 말이죠.
최근에는 숲 밧줄 놀이터도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밧줄 놀이터의 특징은 설치와 철수의 용이성인데 그만큼 아이들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은 것 같습니다. 직접 배워서 함께 설치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전문가를 초빙하여 부모님과 아이들이 함께 놀며 배우고 설치하는 연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이들과 부모님들의 손길로 재탄생하는 놀이터는 생각만으로도 설렘을 줍니다. 같은 음식도 직접 해보면 더욱 맛있듯이 놀이 또한 자신의 손을 거칠 때 더욱 재미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공간은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과연 언제 놀 수 있을까요? 어른들은 일하느라 바쁘고 아이들은 수업과 방과후수업, 그리고 학원으로 바쁩니다. 시간이 촉박하니 짧은 시간으로도 가능한 스마트폰만 찾게 됩니다. 진정으로 노는 것은 주말로 미뤄야 할까요? 그래야 한다면 주말을 하루 더 늘렸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평일에도 맘껏 놀 수 있는 시간이 모두에게 주어지면 좋겠습니다. 인간은 놀기 위해서 태어났다고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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