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썹이 “눈썹이 수상해요”
눈썹이 “눈썹이 수상해요”
  • 송진선
  • 승인 2019.05.31 19:14
  • 호수 49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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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안 윤대용・이장순씨는 눈썹 장인
이장순씨이다. 눈썹이 풍성하다
윤대용씨이다. 눈썹이 풍성하다

 

사람의 인상을 결정짓는데 많은 요소들이 있지만 눈썹도 중요한 위치를 점한다.

여자들이 화장할 때 눈썹을 공들여 그리는 것을 보면 안다. 눈썹 숱이 적으면 인상이 또렷하지 않다.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여자는 물론 남자들도 풍성한 눈썹을 갖기 위해 문신을 마다하지 않는다.

눈썹 모양도 각양각색이다. 갈매기모양, 초승달 모양, 일자 등등. 모양에 따라 인상이 강하거나 사나워 보이기도 하고, 부드러워 보이기도 하고, 동안으로 보이게도 한다.

지난 5월 31일 장안면 개안리 북두무니라는 곳에서 직접 손모내기를 하며 부르는 노동의 고통을 노래, 놀이로 스오하시킨 우리 조상들의 지혜, 슬기를 엿볼 수있는 전통놀이가 있었다.

보은군장안면전통민속보존회(회장 김갑진)가 지난해 전국 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시연해 국무총리상을 수상한 보은장안농요로, 이날 보은장안농요축제를 열었다.

장안농요는 들나가기→모찌기→모심기→점심참→초듬 아시매기→이듬 논 뜯기→신명풀이로 진행되는데 농요단은 깃발 담당, 사물담당, 농민, 부녀자 등으로 구성됐다.

오전 10시에 시작해 오후 2시 30분경까지 4시간 30분 가량 공연을 했는데 구성원 중에 눈에 띄는 단원이 있었는데 바로 기이한 눈썹을 가진 분들이었다.

주인공은 징을 친 윤대용(81, 황곡)씨와 농부로 참여한 이장순(67, 황곡)씨이다.

두 분 다 눈썹이 하얗게 샜는데 얼굴 면으로 누운 것이 아니라 옆으로 섰고, 길었으며, 풍성했다. 그야말로 눈썹 장인들이다.

어떤 사연이 숨어있을까 궁금했다.

#윤대용씨, "눈썹때문에 부자가됐지"

"젊어서부터 눈썹이 이랬어. 이발소에서도 자꾸 눈썹 잘라준다는 것을 그동안 못 자르게 했거든. 5년 전인가 이발소에서 머리를 자르는 동안 나도 모르게 자 버렸나벼. 일어나니까 아 글쎄 눈썹을 잘라놓은거여. 허 참. 어떻혀. 이미 잘라진 눈썹인디. 그 이후로 절대 눈썹 못자르게 혀. 그래서 지금까지 이 눈썹을 하고 있는거여.

나같이 생긴 눈썹을 가진 사람이 부자가 된다고 하드라구. 그 설이 정말인지 지지리도 가난했던 나도 부자가 됐어.

참 못살았어. 나 어려서 아버지는 일본 보급대로 끌려갔다가 사할린까지 갔고. 아버지 얼굴도 몰러. 엄마도 돌아가시고….

그래서 할아버지, 할머니 밑에서 컸어. 남의 집살이 하다가 군대가기 전에 스무 살 때 예쁜 각시 얻어서 장가를 갔어. 각시 혼자 두고 군대를 다녀왔지. 새벽별보고 나가고 별보고 들어왔어. 품도 팔면서 죽어라 일 했지. 장안 하천에서 올갱이도 잡아서 팔고 담배농사도 짓고.

그 바람에 땅을 3천평 샀어. 안 먹어도 배부르고 누워 있으면 웃음이 저절로 나오는 거여. 생각해봐 아무것도 가진 것 없었는데 내 이름으로 된 땅 3천평을 샀으니 얼마나 좋았겠어.

지금은 2천600평 정도는 삼밭으로 줘서 도지를 받고 내가 농사짓는 것은 450평 정도 밖에 안돼.

각시는 어른들이 중매해서 만난 마로면 소여리 양증임(81)이여. 슬하에 2남2녀 아들딸도 두었는데 나 만나서 고생 많이 했어. 참 고마워."

#이장순씨, "황곡에서 산새소리 들으며 살고 있어"

"머리도 허얀데 눈썹도 허얗게 샜어. 그래서 다른 사람들보다 눈에 잘띄는 것이 사실여.

부천에서 사업을 하다가 부도도 맞고 사기도 당하고 참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어. 이러단 안되겠어 싶어서 부천재산 몽땅 정리해서 2016년 황곡으로 귀농했어.

한 7천평 되는 밭이 딸린 임야를 샀는데 돈 꾸어달라는 사람 부탁 거절못해 사기도 맞았었는데 황곡리로 귀농해서는 땅에 박아놓으니 사기 당할 염려도 없고 또 돈꾸어달라고 하는 사람도 없지만 말여.

황곡리로는 어떻게 왔냐구? 시골로 귀농하려고 전국을 다 다녔어. 물어물어 찾아다녔는데 보은만큼 내 맘, 그리고 내가 가진 조건에 딱 맞는 곳이 없었어. 그래서 들어왔지.

수십년간 자영업을 해서 농사의 농자도 모르고 시골로 들어오고 그것도 논농사도 아니고 밭농사를 지으니 얼마나 힘들어. 대추, 고추, 고구마, 감자 농사를 짓는데 논을 샀으면 모내기 할 때와 벼 벨때만 좀 바쁘면 되는데 밭농사를 매일이 바쁘네.

그래도 공기 좋은 곳에서 산새소리 들으며 사니까 좋아. 우리 마누라는 2010년 저 세상으로 갔어. 아들 2명이 있는데 저들끼리 잘 살아. 참 우리집에 방 2칸이 있어 여름에 놀러오면 좋아 닭도 키우는데 잘하면 닭고기도 먹을 수 있지.

눈썹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이발소에 가면 눈썹 잘라줄까요? 하고 물어. 그러면 내가 못건드리게 하지. 삐져 나오는 게 있으면 내가 정리해. 내 눈썹 특이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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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사회 2019-06-05 20:25:04
주민들의 훈훈한 이야기
보은사람들 신문이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언제나 응원합니디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