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노동인권센터 안건수 소장
이주민노동인권센터 안건수 소장
  • 김선봉 기자
  • 승인 2019.05.23 10:55
  • 호수 49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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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과 친구 맺기. 어려운 일 아니에요"

이주민노동인권센터 안건수 소장을 만나기 위해 지난 5월 18일 청주 사무실을 방문했다. 첫눈에 들어온 것은 책상위에 수북이 쌓여 있는 네팔, 베트남, 중국 등 국적별로 분류돼 있는 문서들. 안 소장이 상담중인 사건들이다. 인터뷰 중에도 사무실을 찾는 중국인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충북을 넘어 전국의 사건들을 상담하고 있는 안 소장을 통해 이주노동자의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충북도 인구와 맞먹는 160만 이주노동자
"5~6년 전부터 이주노동자중 농업노동자가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는데요. 현재 전국 160만으로 추청 충북도 인구와 맞먹는 이주노동자들이 산업과 농업, 우리 경제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없이는 한국 경제 자체가 돌아가지 않는 상황에 직면한거죠"라고 안건수 소장은 말을 시작했다.
안 소장은 농업과 산업, 식당 등 장시간 저임금의 산업현장에 이주노동자들로 채워지고 있으나 열악한 처우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농업현장에 가보면 10시간 노동에 중간 휴식도 제대로 취하지 못하고 일하죠. 또 숙식은 비닐하우스에서 하고 화장실도 없이 사는 경우도 있어요. 충분한 휴식없이 피로가 누적되는 경우도 많고, 체불임금과 최저임금에도 못치는 경우, 자유로운 직장이전 불가능, 산재가입 불가능, 체불임금을 보전받는 통로도 없어요"라며, 심하게는 여권과 외국인등록증 마저 회사에서 관리하는 노예와 다를바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지적했다.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미등록이라는 이유로 항의도 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죠"

#쌓였던 감정이 큰 사건사고를 불러일으켜...
"열악한 처우, 선입견, 인간다운 대우를 받지 못해 감정이 쌓이면 큰 사고로 이어지요"라고 안 소장은 말했다.
2017년 검찰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범죄발생건수는 총 186만1천796건이다. 이중 외국인범죄율은 3만6천277건으로 1.9%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3만6천건의 외국인범죄 중 살인과 성폭행, 강간, 폭행 등은 9천395건으로 26%가 강력범죄이다. 범행동기 또한 이윤취득이 아닌 우발적이 32%를 차지하고 있었으며, 한국인에 비해 강력범죄률이 훨씬 높게 나타났다.
"우리가 그들을 구분하고 차별하고 사람다운 대접을 하지 않고 그들을 고립시킨다면 사람이 살 수 없는 무서운 도시로 변하게 되는 거죠" 실제 이주노동자하면 많은 사람들이 안산시를 떠올리며 밤에는 돌아다닐 수 없는 곳으로 인식돼 있다.
또 2017년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음성군 등록 이주민만 1만3천166명, 진천은 8천869명이다. 미등록 이주민까지 합치면 보은인구의 절반에서 심하게는 가까울 정도로 많아, 십수년 전의 안산시가 떠오른다는 지역주민들의 목소리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친구로, 이웃으로 그들과 가까이...
"또 우리나라는 유엔아동권리협약에 가입했지만 난민과 일부 아동만이 어린이집과 유치원 보육료를 지원받고 있어요. 모든 아동에 대해 지원을 확대해야 하고, 올해부터 안산시는 모든 아동에 대해 보육료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또 고용허가제의 보완점, 농업노동자의 제도적 보완점 등도 하루빨리 보완돼야 합니다"라며, "그러나 제도적 변화를 기다리는 것보다 우선시 돼야 할 것은 이주민들에 대한 인식개선과 그들을 친구로 대하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이주민들의 간단한 인사말을 배워 나눠보는 것, 눈을 마주치면 웃어주는 것, 명절이면 갈곳없어 하는 이들에게 송편 같이 만들기, 전통놀이 즐기기 등. 그들과 친구가 되는 것은 센터를 짓고 어떤 프로그램이 필요한 게 아니라 생활 속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일들이에요"라며, 교육도 최근 마을이 함께 하듯, 이주민과 친구가 되는 것은 먼일이 아니라 지금 당장할 수 있는 것들이라는 것을 그는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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