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외면 신정리 박경화 이장 집에 꾸민 딸의 결혼식장 화제
산외면 신정리 박경화 이장 집에 꾸민 딸의 결혼식장 화제
  • 송진선 기자
  • 승인 2019.05.02 11:31
  • 호수 49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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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확행이라는 신조어가 있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뜻하는 말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집에 나와 유명해진 단어이다. 크고 화려해야만 행복을 주는 것이 아니라 작고 소박해도 확실하게 행복을 준다는 의미이다.
산외면 신정리에서도 그야말로 소확행의 결혼식이 있었다. 지난 4월 27일 신정리 박경화 이장은 자신의 집을 결혼식장으로 꾸미고 고추온상으로 썼던 하우스는 하객들을 맞는 피로연장으로 꾸며 자신의 딸 주희씨의 결혼을 치러 화제가 됐다.

박경화(사진 오른쪽)이장의 딸 주희씨와 사위 남희씨의 결혼식을 마치고 사돈과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박경화(사진 오른쪽)이장의 딸 주희씨와 사위 남희씨의 결혼식을 마치고 사돈과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결혼식 전날부터 새벽까지 비가 이어져 결혼식장을 꾸미는데 다소 지장이 있었지만 아쉽지 않고 정말 아름다운 전원결혼식장이었다. 만약 비가 오지 않았다면 얼마나 더 예쁘게 꾸며졌을까 온전하게 꾸몄을 식장의 모습에 궁금증을 갖게 했다.

아버지 박경화 이장이 딸과 함께 꾸민 결혼식장은 이랬다. 집안으로 들어가는 출입구 쪽 마당에 신랑신부가 걸어가는 길 즉 주단은 마루를 설치해 만들고 마루 위에 흰색 천을 깔아 청초함을 더했다. 마루 가양에는 건축 자재인 파이프를 이용해 기둥을 세우고 페인트칠을 하니 결혼식장의 모습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화룡점정은 딸 주희씨의 몫. 12년간 호주에서 살며 주말에는 웨딩사업을 할 정도로 실력을 갖고 있었던 정화씨는 사랑스런 이미지의 분홍색 천을 두르고 커튼 모양을 냈다. 꽃을 만들어 꽂고 풍선을 불어 모양을 내 장식을 했다. 하객들을 맞는 방명의 장소는 마당 앞 원두막 이곳에도 꽃을 붙이니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추억을 담을 수 있는 결혼식장으로 탄생했다.

피로연장은 겨울철 고추 온상으로 사용했던 하우스. 딸 주희씨의 결혼을 위해 올해 고추온상을 딸에게 양보했다. 외부에는 차광막을 쳐서 햇빛을 차단하고 들어가는 입구에 풍선을 붙여 예쁘게 치장하고 하얀 조팝나무 꽃을 피로연장으로 들여왔고 천정에는 술이 무성한 종이꽃으로 조명을 가려 은은한 멋을 냈다.
결혼식장을 찾은 하객들은 가정집이 결혼식장으로 꾸며진 것을 보고 "좋다", "예쁘다"를 연발하며 혼주인 박경화 이장에게 엄지를 들어보였다. 신부 주희씨에게도 칭찬의 말이 그치지 않았다.
박경화 이장은 "청첩장을 받은 지인들이 집에서 결혼식을 치른다고 하길래 옛날 전통혼례인가보다 했는데 그게 아니고 현대식 결혼식장을 어떻게 이렇게 예쁘게 꾸몄느냐"며 놀라워하고 "대단하다고 하면서 좋아하셨다"고 말했다.
시내 번듯한 결혼식장에서 혼례를 치르자는 아버지의 제안을 겸손하게 거절하며 부모님이 사는 집을 자신만의 예식장으로 꾸민 딸 주희씨와 신랑 김남희씨는 어느 누구보다도 여유로워 보였다. 앞뒤로 계속된 예식시간 쫓기는 기성 예식과 달리 서로를 보면서 하얀 이를 드러내 보이며 환하게 웃고 부모님에게도 미소를 지어보이고, 멀리 있는 친구들에게는 손을 살짝 들어 수인사를 하는 등 자유스런 모습이었다. 짜맞춤된 순서에 의해 빠듯하게 진행되는 기성예식에서는 전혀 느낄 수 없는 여유, 자유스러움이었다.
식장을 꾸미는데 어려움은 있었지만 자신들만의 추억을 생각하면 그런 고생은 충분히 감수할 수 있는 것이라는 분위기.
신랑 김남희씨가 서울에 있어서 신부 주희씨도 그곳에서 살지만 자신처럼 소박한 결혼을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충분히 웨딩실력을 선보일 수 있고 그런 계획도 갖고 있다.
턱시도와 드레스, 한복 등 결혼예복과 결혼식장 꾸미는데 들어가는 부자재 까지 갖추고 있고 엄마, 아빠의 화장과 머리를 모두 담당했을 정도로 이 분야의 전문가인 신부 주희씨와 신랑 남희씨는 이날 하루 종일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박경화(62)이장과 부인 박효숙(62)씨는 "결혼에 오셔서 축하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고 혹시 불편한 점은 없었는지 모르겠다. 딸과 사위가 행복하게 살면 그것이 축하해준 모든 분들에게 보답하는 것"일 것이라며 거듭 감사의 인사말을 전했다.
한편 박경화 이장은 결혼식이 끝난 후 이를 해체하지 않고 그대로 둔 채 신랑신부가 걸어가는 길 양쪽에 세운 파이프를 타고 올가갈 박을 식재했다. 박 넝쿨 그늘이 만들어 질 여름철, 둥근 박이 주렁주렁 열릴 가을철 박경화 이장의 집은 또다른 그림이 그려질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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