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 여행 그리고 보은
목포 여행 그리고 보은
  • 편집부
  • 승인 2019.04.25 10:22
  • 호수 4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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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동

최근 마음 맞는 친구들과 목포 여행을 했다.
인터넷 커뮤니티 열풍이 불던 지난 2000년,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인연을 맺어 아무런 이해관계 없이 20여 년을 함께 웃고, 함께 슬퍼하며 흉허물 없는 사이가 된 친구들. 인터넷에서 만났기 때문에 주거지가 그야말로 전국구이다. 서울, 함양, 거창, 오창, 전주, 익산, 금산, 보은 등등. 전국 곳곳에 터를 잡고 살다보니 분기별로 돌아가면서 자기 사는 곳으로 초대를 해 함께 여행을 하곤 한다.
이번에는 호남지역에 사는 친구들의 초대로 목포 지역을 여행하기로 한 것이었다. 호남 지역을 갔으니 맛집 여행은 필수 코스. 현지인 친구의 치밀하게 준비된 안내로 맛집 순회를 시작했다. 점심으로 간단히 처음 먹어본 별미 준치회덮밥을 시작으로 저녁에는 코 속을 뻥 뚫리게 하는 목포의 별미, 홍어삼합집을 찾았다. 언뜻 보기에도 세월이 느껴지는 허름한 간판. 하지만 식당 안은 손님으로 가득했다. 홍어회에 익숙하지 않은 손님들을 배려해 심하게 삭히지 않아 코 속을 뻥 뚫리게 하지는 않았지만 그 또한 별미였다. 특히 홍어애탕은 술꾼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신묘한 맛이었다. 거기에 더해 처음 먹어보는 우럭간국과 제철은 아니지만 싱싱한 민어회도 먹어보는 그야말로 왕도 못 누릴 호사를 누렸다.
맛집 여행 순회에 이어 요즈음 모 국회의원 때문에 핫 플레이스가 된 창성장이 있는 만호동 거리를 방문했다. 거리는 마치 세월을 빗겨간 듯 일제 강점기 때 건물들이 즐비하고 거리의 모습은 과거 70~80년대의 모습 그대로였다. 붓으로 울긋불긋 원색의 글씨로 상호를 쓴 낡은 간판들과 건물들 사이로 하늘 높이 치솟은 굴뚝들은 어린 시절의 상점들과 목욕탕의 추억을 떠올리게 했다. 일본식 건물인 목포근대역사관에서 창성장으로 이어지는 거리에는 최근 이슈가 되어서인지 많은 관광객들이 삼삼오오 사진들을 찍고 있었다.
화제의 창성장은 낡은 적산가옥을 산뜻하게 리모델링해 게스트하우스로 운영되고 있었다. 하지만 개조를 하지 않은 옆집은 귀신이 나올 듯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최근 이슈가 되지 않았다면 아마도 이 거리는 조만간 재개발을 해야만 할 듯싶었다. 목포의 상징인 유달산 공원에서 내려다본 목포 시내는 서울과 다름없는 아파트와 빌딩 숲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화려한 분수 쇼로 유명한 평화광장 역시 유명 브랜드의 현대식 카페와 음식점들로 가득 차 있었다. 만호동이 위치한 항구 쪽만이 옛날 모습 그대로였다. 완전히 상반된 양쪽의 모습을 보면서 생각이 깊어졌다. 개발과 보존, 어느 것이 옳은 것일까?
개발은 자본주의 하에서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개발은 경제적인 측면과 인간의 편의성이라는 측면에서 어쩌면 모든 사람들이 추구하는 거부할 수 없는 욕구일 것이다. 하지만 최소한의 지킬 것들은 지키는 것도 장기적으로 보면 그 도시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를 가도 똑같은 상품과 똑같은 현대식 건물 그리고 똑같은 음식들만 있다면 굳이 무엇 하러 다른 지역을 여행할 것인가.
만약 목포항에 현대식 수산시장과 브랜드화한 대형 마트와 일식집, 설렁탕집, 부대찌개, 해장국집 그리고 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 등의 규격화된 똑같은 상점들만 존재하고,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굴뚝도 없고, 모자만 파는 100년 된 가게도 없다면 그 누구도 목포를 찾지 않을 것이다.
이번 목포 여행을 통해 보은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보은은 어느 지역이 현대화된 도심 개발 지역일까?  어느 곳이 목포근대역사관이나 창성장과 같이 역사가 묻어나는 건물과 유적들이 있는 목포 만호동 거리 같은 곳일지 생각해 보았다. 최근 몇 년 사이 보은군에는 급격한 변화가 일고 있다. 대단위 공단들이 들어서고, 여기저기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고 있다, 자고 깨면 새로운 현대적 카페들이 우후죽순처럼 탄생한다. 청정 보은의 아름답고 성공적인 미래를 위해 어느 곳을 개발하고 어느 곳은 지켜야 할까? 보은군민 모두 목포의 논쟁과 변화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개발과 보존의 합리적 병존을 심사숙고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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