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와 병원
학교와 병원
  • 편집부
  • 승인 2019.04.18 09:46
  • 호수 48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환욱

아이들이 점점 병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겉은 밝은 색 같은데 내면을 들여다보면 온갖 해로운 것들이 아이들을 어두운 색으로 물들이고 있습니다. 학교는 수업을 하는 곳이 아니라 마음과 정신에 상처를 입은 채 등교하는 아이들을 치료하는 곳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아이러니 한 것은 그 상처들의 대부분은 바로 그들이 애지중지하는 스마트폰을 통해 전염된다는 점입니다. 불행히도 아이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스스로 상처를 냅니다. 그것이 상처인 줄도 모르고 재미있다고 합니다. 자신의 영혼이 어둡게 물들어가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합니다.
점점 스마트폰을 접하는 시기가 어려지고 있습니다. 돌이 지나지도 않은 아기에게 스마트폰을 보여주면서 밥을 먹이는 것은 유행을 지나 당연한 것처럼 되어버렸습니다. 그런 아이는 음식의 맛을 느끼지 못하기에 미각 또한 제대로 발달되지 않습니다.
매년 상태가 심각해지는 아이들이 이곳저곳에서 보입니다. 많은 감각이 훼손된 아이들이 느껴집니다. 특히 어린 나이에는 직접 보고 만져보면서 세상을 접하고 이를 통해 건강한 감각과 의지를 길러야 하는데, 화면으로 세상을 접하다보니 감각은 왜곡되었고 의지는 실종되었습니다. 부모의 감시를 벗어나 스마트폰을 은밀히 쓰는 요령을 익히고, 또래나 선배들로부터 음란물을 보는 법을 전수받기도 합니다. 이로운 것도 많으나 저질스러운 것도 많은 유튜브에 빠지면서 언행이 급격하게 나빠집니다. 게임에 버려지는 시간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입은 거칠어지고 산만하여 수업과 자기주도학습 등에 집중을 하지 못합니다. 이는 잠재적인 ADHD 증상이기도 합니다. 한쪽으로 중독된 뇌가 원하는 만큼의 시각적 자극이 채워지지 않으니 불안하고 산만해지는 것이죠. 공부는 조건부로 하면서 경청은 하지 못합니다. 성적이 점차 떨어지는 원인이 실은 이 요망한 물체에 있습니다. 모 신문사가 선동하는 혁신교육의 문제가 아닙니다.
스마트폰의 세상에서 인간은 쉽게 경시됩니다. 너무나도 쉽게 비하되고 성적대상화 됩니다. 인간에 대한 가치를 존엄히 여기지 않는 콘텐츠들과 대화가 난무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머리를 뚝배기라고 칭하는 세상 속에 빠진 영혼들이 점차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학교폭력도 증가합니다. 시각중추만 잔뜩 자극하느라 기억력, 사고력을 담당하는 전두엽의 성장은 소외 됩니다. 그래서 건강하고 아름다운 사고는 자리할 틈이 없어지고 있습니다. 토론, 토의 수업은 미봉책일 뿐입니다. 담배보다 중독적이고 해로운 이 물체가 모든 교육의 효과를 저해합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스마트폰에 대한 아무런 정책이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이것이 아무리 부모의 소관이라고 해도 말이죠. 아무런 캠페인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초등 시기는 자제력이 없는 시기입니다. 신이 인간을 그렇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자제력이 없는 아이에게 스스로 자제하기를 바라는 것은 서로가 괴로운 일입니다. 최선은 고등학교 이후에 갖게 되는 것이지만 적어도 초등 시기에 스마트폰이라는 마약을 쥐어줘서는 안됩니다. 많은 부모님들이 고등학교 때 스마트폰을 갖게 되는 것을 늦게 배운 도둑질처럼 여기고 수능을 망칠까봐 걱정하면서 일찍 주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완전한 오산이며 기업들이 환호할 생각입니다. 어린 고객들일수록 잘 잃어버리고 망가뜨리며 자주 구매해주니 아주 땡큐입니다. 판단력과 자제력이 있는 고등시기의 아이들은 잠깐 빠질 뿐 금방 헤어납니다. 스티브 잡스를 비롯한 실리콘 밸리의 연구원들은 누구보다 이를 잘 알고 본인들의 자녀는 아날로그 교육을 하는 발도르프학교 같은 곳으로 보냅니다. 반면 인터넷 강국인 우리나라는 시대에 뒤처지면 안 된다는 기업들의 논리에 휘둘리고 있습니다. 인간은 기계가 아닌 인간의 시대를 취해야 하는데 말이죠. 기업들의 시대는 결국 게임과 유튜브일 뿐입니다.
조만간 스마트폰 세대에 대한 위험한 지표들이 나타날 것 같습니다. 인간성과 건강한 사고력의 상실은 크나큰 사회 문제를 야기할지도 모릅니다. 원인을 제공한 어른들이 방관한 결과일 것입니다.
아이들을 해로운 것으로부터 보호하는 울타리를 치는 것이 어른들의 책무입니다. 지금은 이와 반대로 해로운 것을 쥐어주고 있습니다. 어른들의 울타리가 필요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