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군 공무원의 농촌일손돕기 현장
보은군 공무원의 농촌일손돕기 현장
  • 박상범 기자
  • 승인 2011.05.26 09:18
  • 호수 9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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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은 흐르고 비는 맞아도 마음은 즐거워

보은군은 농업이 주산업이다. 산업생산량의 약 50%가 농업에서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인구가 줄어들고 고령화되어 감에 따라, 농작물을 파종하고 적과를 해야 하는 봄철과 농산물을 수확하는 가을철에 일손 구하기는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다. 보은군 공무원들이 부족한 일손을 조금이나마 메우기 위해 봄·가을로 일손돕기를 하고 있다. 군청 각 실과소가 읍·면사무소와 결연을 맺고 해당 읍면을 찾아 부족한 일손을 거들고 있다. 지난 20일 행정과와 회남면 직원들의 일손돕기 현장을 함께 했다.

 

▲ 지난 20일 행정과와 회남면 직원들이 회남면 분저리에서 복숭아농장 적과작업을 했다. 내리는 비에도 아랑곳 않고 내 일처럼 모두들 열심히 일손을 도왔다. 사진은 오후 3시경 빗줄기가 굵어지면서 더이상 작업을 진행할 수 없자, 작업종료에 앞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직원들(왼쪽 사진).

 

#영하의 추위를 이겨내고 푸른빛으로
시인의 시구를 빌리지 않아도, 계절은 부지런히 피여선 지는가 보다. 영하 20도로 온 세상을 꽁꽁 얼어붙게 했던 겨울추위는 온데간데없이, 어느덧 세상은 푸른빛으로 변하고 생기가 넘친다.

오전 9시. 행정과 조권현 주사의 차를 얻어 타고 일손돕기 현장인 회남면 분저리로 향했다.  길 양옆의 풍경은 봄의 기운이 물씬 묻어난다.  논에서는 트랙터가 써래질을 하느라 이리저리 정신없이 돌아다니고, 그 옆의 논은 모내기를 할 모양인지 모판을 내는 농부의 손길이 분주하기만 하다. 밭에는 마늘대가 무릎 높이만큼이나 자랐고, 노란 유채꽃이 핀 곳도 간간이 눈에 띤다.

9시 20분. 일손돕기 현장인 선주네농원(대표 이병근)의 복숭아과수원에 도착했다. 행정과와 회남면 직원들도 개인차량을 이용해 삼삼오오 도착한다. 오늘 할일은 복숭아 적과작업. 사과나무 적과작업은 해본 적이 있지만, 복숭아 적과작업은 처음. '잘 해야 할 텐데' 걱정이 앞선다.

 

▲ 회남면 전욱환 산업계장이 열심히 적과하고 있는 모습.

 

#사정없이 솎아야 주먹만한 복숭아 돼
오전 9시 30분. 12년째 복숭아 농사를 짓고 있는 이병근(52, 회남면 분저리) 농장대표로부터 약 5분간 복숭아 적과요령을 듣고 실제 시범을 보았다.

이 대표가 설명한 적과설명은 대략 '1차 적과는 1가지에 3개 안팎으로 복숭아를 남기고 나머지는 따내는데, 간격은 대략 20㎝ 내외정도를 유지하며, 2차 적과시에는 그 중 1~2개 추가로 따내 상품가치를 높인다'. 그야말로 물건이 될 놈만 밀어주는 방식이다. 설명을 들은 후, 각자 한 그루씩 책임을 지고 적과를 시작했다. 높은 가지는 사다리나 박스를 밟고 올라가 땄다.

"과감하게 따내! 주인들은 아까워서 과감하게 못 따는데, 우리가 인정사정없이 따내주어야 한다. 그게 농장주인을 돕는 거여!", "그냥 '싸악' 따내면 되는 거예요, 하하하!" 행정과 이재기 주사의 한마디에 모두들 웃음소리로 화답한다.

조권현·이정훈·유재문 주사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잔디기계와 예초기를 이용해 제법 자라있는 잡풀을 깎는 작업을 한다.

 

▲ 일손돕기에 한 부분인 막걸리 마시는 시간.

 

#시원한 막걸리 한잔, '바로 이 맛이야'
흐린 날씨로 햇볕이 나지 않아 얼굴이 타지 않은 것은 좋은데, 기온은 높은데다 비가 오려는지 후덥지근하다. 모두들 적과작업에 구슬땀을 흘린다. 고개를 쳐들고 하는 작업이다보니, 고개와 어깨가 뻐근해지기 시작한다.

1시간 정도 작업을 했을까, 잠깐 쉬고 싶은데, 마침 시원한 막걸리가 등장한다. 모두모여 동태찌게와 두부김치를 안주로 한잔씩 돌아간다.

"으하, 바로 이 맛이야, 이 맛에 여길 나오지"
몇몇 직원들은 한잔이 아쉬워 자기들끼리 두세 번씩 잔을 더 돌린다. 마침 정윤오 회남면장이 음료수를 들고 찾아왔다. 막걸리를 마시지 않는 직원들에게는 음료수를, 나머지 직원들에게는 막걸리를 한잔씩 돌린다.

막걸리를 한잔씩 한 탓일까, 힘든 줄 모르고 내 복숭아나무를 가꾸듯 적과하는 손길이 분주하다. 그렇게 1시간을 더 작업하고 점심식사를 하러 회남 면소재지인 거교리로 향했다. 약 8㎞ 떨어진 분저리까지 바쁜 점심시간에 식사를 배달해줄 식당이 없기 때문에.

모두들 시장했는지 얼큰한 김치찌개가 모두 바닥을 드러냈다. 창 밖에는 '우르릉, 콰~쾅' 천둥소리가 요란하다. 제대로 쏟아질 기세이다.

 

 

#비가와도 즐거워, 우중 적과작업
몸에 배인 습관은 어쩔 수가 없나보다. 점심을 먹고 제각각 흩어졌던 직원들이 오후 1시가 되자, 모두들 농장으로 다시 모여든다.

빗방울이 조금씩 들기 시작한다. 대청호 저편에서는 먹구름이 몰려오고 천둥소리는 점점 커진다. 본격적으로 비가 쏟아지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복숭아를 솎아내기 위해 손길이 분주해진다. 적당한 비와 바람이 작업에 도움을 준다.

오후 3시가 되자, 빗줄기가 제법 굵어졌다. 회남면 직원들이 점심시간을 이용해 미리 준비해둔 우비를 하나씩 나누어준다. 우비를 입고 좀더 작업을 진행하려 했으나, 고개를 들고 해야 하는 적과작업인 만큼, 내리는 비로 인해 곤란한 상황이다.

농장주 이병근 대표가 이 정도만으로 많은 도움이 됐다면서 그만 하시라고 말을 건넨다.
이렇게 오전 9시 30분에 시작된 일손돕기가 6시간여 만에 종료됐다. 농장의 2/3 가량이  적과를 마친 듯 하다. 비로 인해 마무리를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쉬운 마음들이다.

이 대표가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공무원들이 하루 나와서 일을 거들어 주면, 우리 부부가 몇 일씩 고생해야 하는 일을 해주는 셈이다. 일손돕기가 많은 도움이 된다"고.

 

 

#책상에 앉아 있는 것만 공무원이 할 일은 아냐
농촌지역의 공무원들은 도시지역에 비해 여러 가지를 한다. 그 중 하나가 영농철에 실시되는 농촌일손돕기 봉사활동다. 책상에 앉아 서류만지고, 컴퓨터로 문서 만드는 작업만 하는 것이 공무원이 하는 전부가 아닌 것이다.

지난겨울에는 구제역 방역작업에 전 공무원들이 동원됐고, 3월에 들어서자 2개월간 산불예방 및 진화작업에 나섰고, 이제부터는 농촌일손돕기가 시작된 것이다.

보은군은 5월 2일부터 30일까지 '봄철 농촌일손돕기' 추진기간으로 정하고 노약자·부녀자 등 일손이 부족한 농가들을 우선적으로 선별해 실과소 및 읍면별로 일손지원을 하고 있다.

강대옥 회남면 부면장은 "봄가을 2회씩 실시하는 농촌일손돕기가 일손이 부족한 농민들을 위하는 일이지만, 면사무소 내부적으로는 직원들 단합의 기회도 된다"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하루종일 같은 일을 하면서 동질감도 느끼며, 지역민을 위해 무언가 했다는 부듯함도 느끼게 된다"고 소감을 전했다.

차창 밖으로 내리는 빗방울이 점점 굵어진다. 온 대지를 적시는 이 비로 인해 과일과 곡식들이 알차게 영글어, 올 가을 우리들의 식탁을 풍성하게 만들어주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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