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세월호를 생각한다
다시 세월호를 생각한다
  • 편집부
  • 승인 2019.04.11 10:10
  • 호수 487
  • 조회수 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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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황균

'대한민국의 현대사는 세월호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라고 말한 이가 있다. 그만큼 세월호는 국민들의 의식에 지대한 영향을 준 사건이요, 그래서 대한민국의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전환점이 되었다. 2014년 4월 16일 아침 전남 진도군 맹골수로에서 침몰한 세월호의 전복사고는 476명의 승객 중 304명이 희생된 참사였다. 특히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던 안산시의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이 세월호에 탑승하였다가 한꺼번에 학생 250명과 교사 11명이 희생되었다. 그 많은 사람들이 침몰하는 배와 함께 죽음을 맞는 광경을 TV생중계로 무기력하게 지켜보고만 있어야 했던 온 국민들은 말로는 다하기 어려운 충격과 슬픔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바로 5년 전의 일이다. 해마다 이 맘 때가 되면 그 참혹하고 허망하기 짝이 없었던 아픈 기억이 더욱 또렷해지는 것은 웬일인지 모르겠다. 침몰하는 배에 갇혀 객실 유리창을 두드리며 살려달라고  절박하게 외치는 아이들 옆으로 해경정이 뱃머리를 대고 팬티 바람의 선장을 비롯한 승무원들을 구조하던 광경은 도저히 현실로 믿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어찌 저럴 수가 있단 말인가!
그 당시 무슨 이유에선지 지상파 방송은 배가 침몰하고 있음에도 '전원구조'라는 오보를 내보냈고, 배가 침몰하여 뒤집혀져 바닷물 속에 쳐 박혀 있는데도 마치 승객 중 일부가 살아있다는 듯이 '에어포켓'이니 뭐니 하면서 국민 전체를 호도하기 여념이 없었다. 이 나라 대통령이란 분은 아이들이 죽고 나서야 뒤늦게 재난대책본부에 나와 잠 덜 깬 부스스한 목소리로 '구명조끼'를 운운하였다. 아! 자식 잃은 부모와 가족들은 그 후로도 지옥보다 더한 고통의 날들을 몇 년이나 더 보내야 했다. 아니 평생을 가슴에 자식을 묻고 슬픔을 견뎌내야 한다. 평범했던 일상을 송두리째 내던지고 슬픔과 회한으로 싸우고 또 싸웠지만 묵묵부답! 정부의 대답은 다람쥐 쳇바퀴였다. 찢겨진 가슴을 안고 희생자 가족과 부모님들은 종국에는 광화문 광장에 쓰러져 누웠다. 거기서 세월호의 억울한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하기위해 정부의 진실 규명을 촉구하는 단식을 전개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애를 끊는 통곡 앞에서 또 다른 만행이 자행되었다. 애간장이 다 타버린 세월호 희생자 부모들 앞에서 그 단식을 조롱하는 폭식집회를 하는 자들이 있었다. 우리는 인간이 얼마만큼 타락할 수 있는지를 똑똑히 보았다.
침몰하는 배에서 탈출할 수 있는 소위 골든타임이 있었음에도 객실 안에 갇힌 생떼 같은 아이들에게 누가 왜 '가만히 있으라!'고 몇 번 씩이나 방송을 했는지는 아직도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그 말만 철석같이 믿고 객실에서 초조하게 구조를 기다리다가 죽음을 맞이한 젊은 영혼들에게 우리는 무슨 말을 할 수가 있으랴. 더구나 생떼 같은 자식을 잃은 부모의 아픔과 상처를 어찌 짐작인들 할 수 있으랴. 그 안타까운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는 길은 과연 무엇일까.  아직도 저 깊은 바닷속에 잠겨있는 진실을 온전하게 건져 올리는 일이 그 첫걸음이 아닐까. 5년이라는 세월이 흘러갔음에도 누군가 세월호 CCTV 녹화장치를 편집하고 조작했다는 이야기가 이제야 흘러나오는 실정이다. 천신만고 끝에 세월호 선체는 건져 올렸으나 진실은 아직도 멀리 잠겨 있다.    
이제 우리는 '가만히 있으라'는 그릇된 명령에 대하여 '이제는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선언으로 맞서야 한다.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는 깨달음이야말로 세월호가 일러준 이 시대의 가르침이 아닌가 한다. 무슨 일이든지 가만히 있어서는 될 일이 없다는 명쾌하고도 간단한  명제를 우리는 왜 잊고 살아왔는지. 뒤집어보면 금방 잘못된 것임을 알 수 있음에도,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거짓이 오랫동안 신처럼 군림하고 만고불변의 진리처럼 행세해왔다. 대중이 진실을 깨닫는 순간 거짓은 진실에 그 자리를 물려줄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이제까지는 대한민국의 역사가 '가만히 있으라'는 자들의 의도대로 흘러왔을지라도, 이제는 가르치면 가르치는 대로, 들려주면 들려주는 대로, 그대로 믿고 따르는 세월이 아니다. 급기야 그 추운 겨울에 온 국민이 들고 일어나 멀리 서울의 광화문 광장에 모여 촛불을 켜 들고 외치지 않았던가. "이게 나라냐!" "물러가라!"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그 세월호를 늘 기억하고 되새겨서 그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나는 믿는다. 어디로 가야하나. 무엇을 할 것인가. 마음이 흔들릴 때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허망하고 억울한 죽음을 당한 세월호의 희생자들은 내게 무어라고 대답을 해줄까? 그 목소리에 가만히 귀를 기울여 본다. 언제나 그 분들의 목소리가 나지막하지만 단호하게 귓전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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