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간 정원 만들어 온 은촌 이근태 목사
15년간 정원 만들어 온 은촌 이근태 목사
  • 송진선 기자
  • 승인 2019.04.04 11:06
  • 호수 486
  • 조회수 4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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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림교회 공원엔 사철 소나무, 3월엔 노란 산수유, 5월엔 하얀 찔레꽃 만발

만물이 움트는 봄이다. 봄을 알리는 전령사 꽃들은 이미 만개했다. 벚꽃들이 흐드러지게 피고 하얀 목련도 커다란 꽃망울을 피웠다. 이렇게 겨우내 칙칙함을 단번에 씻어낸 봄은 들녘이나 가로수에서만 보이는 것은 아니다. 보은읍 학림리 학림교회 정원에서도 울울창창한 소나무마다 봄기운이 소생하고 있다. 푸른 물기가 말랐던 잔디는 금빛 발하고, 구불구불 유연하게 몸을 만든 소나무들도 푸른 빛깔을 생생하게 뽐낸다. 멋들어지게 노란색 무지개를 피운 산수유 꽃은 지나는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사람의 손길로 가꿔진 정원이지만 자연그대로를 마당 안으로 끌어들인 것 같은 자연스러움이 더욱 눈길을 끈다. 거기에는 15년간 자연을 다듬어온 노 목사의 손길이 담겨있다.

#산수유를 노란 무지개 꽃으로 키웠다
목회 일선에서 한 발 물러나 있는 은촌(隱村) 이근태(74, 보은 학림) 목사는 요즘은 온전히 정원을 가꾸는데 사력을 다한다.
소나무 가지가 더 굵어지고 수형을 아름답게 하기 위해 전지를 하느라 피부는 벌써 흙빛이 되었다. 메마른 바람에 손은 거칠어졌다. 그래도 150그루 정도 되는 소나무 가지정리에 정성을 쏟는다. 정원을 가꿔놓은 것을 보면 자격증 있는 정원사 보다 더 전문가다. 그의 손을 탄 소나무마다 아름다운 수형을 뽐낸다.
그가 목회 일만큼이나 정성을 쏟고 있는 정원조성에는 그의 꿈이 담겨 있다. 일대를 공원으로 조성해 누구나 와서 즐기고 자연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하고 싶은 것. 그래서 시작한 것이 나무 심기였다.
1980년대 학림교회를 개척하고 처음 심은 나무가 산수유다. 청주에서 대규모 농원을 하는 업자가 한 그루를 줘서 교회 식당 입구 쪽에 심었는데 그게 바로 최근 화제가 된 노란 꽃을 피운 무지개모양의 40년생 산수유다.
학림교회에서 소나무만큼이나 인기있는 산수유나무는 한동안 교회를 비웠다가 다시 돌아왔던 2004년, 까맣게 잊었던 산수유가 자리를 지키며 잘 자라 있는 것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눈시울을 붉혔다. 심어놓기만 하고 전혀 돌보지 않았는데도 잘 자라 있는 것에 감격한 것. 그는 자신의 첫 조경수라고 할 수 있는 산수유에 정성을 쏟았다. 하늘로 쭉쭉 크게 키우지 않고 무지개 모양으로 가지를 잡았다.
이렇게 2004년부터 그는 담을 허물고 정원을 만들어 나갔다. 설계는 따로 없어도 그의 머릿속에 그려놓은 대로 자연석을 군데군데 놓고 소나무를 심었다. 잔디도 심었다. 이렇게 가꾸니 원래 그곳이 자기 자리였던 것처럼 자연스럽고 그래서 멋스러운 정원이 돼갔다.
주변에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 소나무도, 자연석도 교회 정원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교회 정원이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을 갖게 된 것에는 주변사람들의 도움이 컸다.
돈이 없는 그가 할 수 있는 사례는 전정가위를 들고 그들의 정원을 가꿔주는 일이었다. 그만큼 그의 손이 거칠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나무와 생활하고 잔디를 살피면서 고통스런 일이 있을 경우 그 일도 잊을 정도로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하는 그다. 더욱이 좋아하는 일을 하니까 힘든 줄도 모르고 빠져들 수 있었다고 덧붙인다. 요즘은 야트막한 돌담을 쌓고 있는데 돌의 모양에 따라 위에 괼 건지 아니면 아래에 두고 작은 돌을 괼 건지 머릿속으로 설계하면서 돌담을 쌓는데 그 또한 재미있어 시간가는 줄 모른다. 육체노동으로 인한 고됨보다는 무아지경의 즐거움까지 느낄 정도라고 말한다.
교회 정원을 확장하면서 그는 동네사람들에게도 마당에 잔디를 심을 것을 권장하고 귀촌하는 사름들에게도 담을 치지 말고 나무를 심을 것을 권장한다. 오지랖이 넓다고도 할 수 있지만 그의 꿈에 마을도 포함돼 있기 때문에 마을을 가꾸는 것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정원을 만들고 소나무를 많이 식재해 지명대로 학이 돌아오는 학림(鶴林)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것. 마을사랑이 진하게 배어있다. 학은 아니더라도 소나무 숲속에 자리한  마을이 될 수 있겠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
그 덕분인지 보통 콘크리트로 포장을 하는데, 학림에는 마당에 잔디를 식재한 집이 다른 마을에 비해 많다. 요즘은 경작지에서 탈곡이 이뤄지기 때문에 마당에 잔디를 심고 정원으로 가꾸자는 것이 그의 주장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는 것이다.

#정원에는 사계절 꽃이 살아있다
정원엔 나무와 꽃이 적절하게 조화롭게 식재된다. 전문 조경사, 정원사 못지않은 실력을 갖춘 그의 손길이 지난 나무마다 다른 곳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나무의 수형이 좋고 꽃 또한 무리를 지은 것처럼 뭉게뭉게 피어난다.
옆을 비집고 나온 가지를 자르고 원래의 기둥을 키우는 방식으로 정원수를 키워 원 가지가 매우 굵다. 그래서 꽃도 크고 실하다. 꽃을 피우는 관목이 많지 않은데도 무더기를 이룬다.
3월 산수유 꽃이 지면 5월 찔레꽃과 영산홍, 그리고 6월에는 목단 꽃이 피고, 한여름에는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도 때를 만난 듯 생글거리는 능소화가 핀다. 그리고 찔레꽃이 지고 난 자리에 맺힌 붉은 열매는 겨울까지 간다. 또 가을꽃은 붉은 단풍으로 대신할 수 있으니 그의 정원에서는 사계절 꽃을 볼 수 있는 것이다.
그의 정원에서 생명력을 보이고 있는 정원수들의 모양은 무지개 형상을 띠는 것이 이채롭다. 이유에 대해 이근태 목사는 계시였음을 끄집어낸다. "기도를 하는데 꿈속에서 10원짜리 동전이 폭포처럼 떨어지고 모은 두 손 위로 50원짜리 지폐가 날아와 앉더니 그 위로 다시 50원짜리 지폐들이 쌓이면서 가운데 무지개가 피어났는데 현실에서 본 것처럼 너무 또렷하고 생생했다"며 그때 영감을 얻어 산수유도, 단풍나무도, 소나무도 무지개 형상으로 수형을 잡았다고 말했다.
이유야 어떻든 무지개 모양을 내기위한 정성 덕분에 그의 정원에서는 무지개 형상의 나무들을 볼 수 있다. 사람에게 정성을 쏟으면 마음을 얻는 것처럼 나무의 마음도 얻는 것 같다.

#은촌, 초야에 물들다
2004년부터 시작해 15년간 그가 가꾼 정원은 그의 희로애락이 모두 들어있는 그의 생애사와도 같다. 시골교회 가난한 목사의 삶이 고스란히 들어있다.
그 안에는 그가 직접 지은 은촌당(隱村堂)이라는 황토방이 있다. 겨울이면 장작불 지피고, 호롱불, 촛불 밝혀 책도 읽는다. 국전 입선 서예가인 그는 그곳에서 서예작품에도 몰두한다. 재래식 화장실을 사용하면서 오는 불편함으로 모른다. 편리한 생활을 뒤로하고 초야에 묻혀 지낸 그에게서 불편함보다는 유유자적 삶을 즐기는 게 느껴진다.
지난해도 전기가 들어가지 않은 제2의 황토방을 지었다. 그 옆으로도 작은 규모의 황토방을 계속 지을 생각이다. 물질문명의 발달로 편리함만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에게 황토방을 쓰면서 물질문명을 소비재로 낭비하지 않고 검소하게 작은 불편은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또 도토리로 싹을 틔워 생산한 참나무 묘목을 3년 전 이식했는데 그는 참나무를 그늘로 이용하는 캠핑장도 만들어 현대인들이 자연을 느끼며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계획도 갖고 있다.
사람에 대한 애정이 묻어있음이 느껴진다. 그래서 은촌 이근태 목사의 정성이 배어있고 손때가 묻은 정원이 공원으로 발전해 누구나 쉴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곳에선 눈 오는 날, 비오는 날, 햇빛 찬란한 날, 바람불어 좋은 날의 바깥 풍경을 감상하면서 마음을 빼앗길 수 있는 편안함도 느긋하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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