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땅과 선량한 미덕을 미래세대에 전해야
건강한 땅과 선량한 미덕을 미래세대에 전해야
  • 편집부
  • 승인 2019.04.04 10:05
  • 호수 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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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진(마로 한중)

산천이 좋아도 사람들이 고약하면 그 고을은 살기좋은 고장이라고 하지 않는다. 반면 풀과 나무가 잘 자라지 못하는 땅과 기후를 갖고 있어도 그곳 사람들 마음이 고우면 거기는 누구나 살고 싶은 좋은 마을이라 할 것이다.
요즘들어 세상이 이상해져간다고 느낄 만큼 인심이 각박해져가는 것 같다. 인의예지도 밥그릇에서 나온다고 한다. 아마도 경제적인 여유가 없고 사는 것이 바쁘다보니 남을 돌아볼 마음이 갈수록 좁아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좋은 사람들은 결국 좋은 환경을 만든다. 보은은 이름부터가 아름답고 곱다. 산천과 지형을 나타내는 대부분의 다른 지명들과 달리 '은혜에 보답한다'라는 아름다운 덕목을 갖고있지 않은가? 듣기만 해도 마음이 훈훈해지고 부를수록 정감이 든다.
보은은 아름다운 산천과 문화를 지닌 고장이다. 보은의 선조들은 분명 풍류와 도리를 아는 마음씨 고운 선인이었을 것이다. 이런 조상들에게 땅과 몸을 받아 살아가는 지금의 우리들도 역시 후손들에게 조상의 유산을 물려주기로 약속되어 있다. 적어도 온전히 그대로 전해주어야 함은 물론이고 더 나은 유산으로 가꾸어 이어주는 것이야말로 미약한 한 인간의 삶에서 고귀한 의무이자 보람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무엇을 가꾸어 물려줄 것인가? 나는 경제라는 허울로 치장된 탐욕스러운 현세대의 욕망을 물려주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공장과 도로와 건물을 물려주는 것보다는 건강한 땅과 울창한 숲과 선량한 미덕을 잘 전해주는 것이 후손들이 살아갈 앞으로의 세상에서는 더 귀하고 값어치 있는 보물로 여겨질 것이다. 빠른 변화의 물결 속에서 도시들은 저마다 환경재앙에 신음하고 있고 끊임없이 쏟아지는 폐물들은 온 천지에 가득하다. 지금은 예외가 없어 피난갈 장소도 없다. 깨끗한 자연환경을 물려받아놓고는 더럽게 아무렇게나 사용하고 나서 후손에게는 알아서 하라고 넘기는 것은 너무나도 무책임하고 몰염치한 짓이다.
빠른 변화는 전환시대의 동력원이다. 극단의 가능성들이 교차하기도 하고 새로운 시대의 암시와 예비로 가득 차 있기도 하다. 지금부터라도 올바른 변화를 위하여 서로 생각을 나누고 함께 준비하고 조금씩 한걸음 내걷는 것이 필요한 때이다.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첫 번째 이야기는 '땅심'에 대한 이야기다.
보은사람들은 땅심을 높이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 안정과 풍요의 근본은 토양에 있다. 땅심이 풍부하다는 것이 단순히 비료기가 높다는 의미가 아니다. 땅에 '유기물'이 많다는 것이 땅심의 핵심이다. 질소, 인, 칼륨을 넘어서 탄소질을 함유한 유기물이 흙을 잡고 있어야 한다. 땅심을 높이는 일이 쉽지는 않다. 그러나 우리 조상들은 좋은 땅심을 유지하고 그것을 후손에게 물려주면서 몇천년을 이어왔다. 그렇지 않았다면 애초에 농사는 없었을 것이고 진즉에 이곳은 폐허가 되었을 것이다. 나는 보은에서 유기물함량을 표기하는 '유기물탄소질토양인증'을 만들어서 제대로 된 땅심마크를 붙이고 나온 건강한 농산물들을 당당하게 내걸었으면 좋겠다. 땅심이 좋은 고을에서 만물의 희망을 본다.
두 번째 이야기는 보은의 공공급식제도를 시행하는데 있어서 먹는 주체를 바로세우는 '먹거리 민주주의'에 대한 이야기다. 최근 지자체별로 활발하게 준비되고 있는 공공급식 상생프로젝트인 푸드플랜을 보면 옥천, 영동, 괴산은 산지기초 지자체로 발빠르게 대처해나가고 있다. 또한 서울시와 경기도 등의 광역지자체도  공공급식센터를 통해 먹거리물류를 확산해나가는 추세이다.
하지만 보은사람들은 물류세력이 아닌 먹거리 철학으로 접근했으면 한다. 농산물판로와 공적지원금 같은 외재적 조건 이전에 먹는 사람 그 자체, 즉 학생이 푸드플랜의 주체가 되어 먹거리 선택권을 보장해주고 그러기 위해서는 진짜음식의 생산과정을 포괄적으로 이해할수 있는 교육체계를 갖춰야 한다.
주체의 이해를 바탕으로 먹거리 정책이 반영되는 선순환의 핵심고리가 학생이 되는 것이다. 학생을 참여시키자. 학생은 빨리 배우고 창의적으로 적용하고 사회진화의 초석으로 이내 성숙할 것이다.
덴마크 푸드하우스에는 '사료(feed)가 아닌 음식(food)으로'라는 모토가 있다. 비록 공공급식이지만 주는 대로 먹어야 하는 것은 사료이고 주체적인 결정권자로서의 생명권을 표현하는 것이 음식이다. 보은에서는 먹거리사업에 장기적인 대안운동을 접목하여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였으면 좋겠다.
좋은 땅에서 존엄있게 먹고 사는 일. 나는 그것을 조상에게 받았고 이윽고 후손에게 물려주고 난 뒤에는 나 또한 흙이 되고 어떤 생명의 음식이 되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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