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것들의 소중함!
사라지는 것들의 소중함!
  • 편집부
  • 승인 2019.03.28 09:57
  • 호수 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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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동(조자용민문화연구회 대표, 도화리)

유붕자원방래 불역락호(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
'멀리서 뜻을 같이 하는 친구가 찾아오니 이 어찌 즐겁지 아니한가!'
일찍이 공자님이 말씀하신 인생의 3락(樂) 중 하나이다.
그렇다! 먼 곳에서 친구가 나를 찾아준다는 것은 참으로 기쁘고 즐거운 일이다. 더욱이 마음 맞는 친구들과 좋은 곳을 찾아 여행을 함께 할 수 있다면 그 즐거움은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봄을 맞이하여 지난 한 달 중, 두 번이나 제주 여행을 했다. 마음 맞는 친구들이 내가 사는 속리산 천왕봉 자락, 깊은 산골을 찾아주는 것이 내게 큰 기쁨이듯이 저 멀리 바다 건너 사는 친구들을 내가 찾아가는 것 역시 그들에게 큰 기쁨일 것이라 의심치 않아 큰 결심을 한 것이다. 그런 내 생각이 결코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제주 친구, 그들은 몸으로, 행동으로 입증해 주었다. 남들처럼 렌터카를 빌리지 않아도 친구들은 육지 촌놈 친구를 위해 시간을 아끼지 않았다. 동쪽으로는 애월해변, 한림공원, 생각하는 공원. 남쪽으로는 모슬포항, 산방산과 용머리 해안, 추사 김정희유배지. 서귀포 천지연 폭포. 동쪽으로는 제주민속촌, 해녀박물관, 성산 섭지코지, 비자림 숲 등등. 제주에 가면 한 번은 꼭 가봐야 할 곳들을 모두 구경하였다.
그 와중에 제주도 별미란 별미는 다 먹어보는 호사도 누렸다. 동문시장의 착한 가격의 회는 물론이고 각재기국, 은희네해장국, 갈치조림, 고등어구이, 보말칼국수 등등.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한라산 소주!

제주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니 사람들은 나에게 물었다. 제주 여행 중에 가장 인상 깊은 곳은 어디였냐고. 당연히 모든 곳이 아름답고, 모든 음식이 맛있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나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한림공원'과 '생각하는 정원' 그리고 비자림 숲이었다. 왜냐하면 그곳들은 사람들의 열정과 집념 그리고 긴 세월의 기다림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림공원과 생각하는 공원은 느닷없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곳이 아니었다. 송봉규와 성범영이라는 개척정신이 엄청 강한 두 사람이 제주 황무지에서 50여년을 열정과 집념으로 일구어낸 곳들이었다. 그들은 거친 돌밖에 없는 10만 평, 2만 평의 황무지에 흙을 퍼다 나르고 야자수와 관상수를 심고, 분재를 가꾸었다. 지금은 울창해진 숲과 연륜이 쌓인 분재정원은 수십 년에 걸친 인고의 노력과 눈앞의 이익이 아닌 먼 훗날을 내다볼 줄 아는 혜안이 있어 가능했던 것이다. 마치 고대 원시림 속으로 들어간 듯한 느낌을 주는 비자림 공원 역시 수백 년이 넘게 잘 보존된 비자나무 숲이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천 년 가까이 된 나무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 장엄한 자태에 엄숙하기까지 했다.

돌아오는 길에 마주친 삼나무 길은 제주 여행길의 옥에 티였다. 막힘없이 씽씽 달리는 길 가에 곧게 자란 삼나무들이 흉측하게 베어진 채 나뒹굴고 있었다. 길 가에는 '마을 경제 살리는 도로확장공사를 신속히 강행'하라는 플래카드들이 즐비하게 걸려 있었다. 개발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모든 것이 자본주의 경제 논리다.  
최근 보은에서도 삼년산성 느티나무 가로수 길과 관련해 논쟁이 일고 있다. 이 곳 역시 눈앞의 경제논리가 우선한다. 가로수가 그늘이 지어 길 옆 밭농사에 지장을 준다는 것이다. 과연 그 경제적 피해의 크기가 가로수를 보존했을 때 얻게 될 먼 훗날의 문화적 혜택과 관광, 경제적 보상의 크기와 비교될 수 있는 것일까?
나무를 자르고 우리가 오래 간직했던 것들을 부수고 없애는 것은 참으로 쉬운 일이다. 하지만 가치있는 나무 한 그루, 역사적 문화재 하나를 가꾸기 위해서는 수십 년, 길게는 수 백년 , 수천 년이 걸리는 것이다. 역사와 전통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설마 했던 미세먼지가 제주에서도 여행 내내 나를 답답하게 했다. 미세먼지는 제주도도 예외가 아니었다. 제주 여행을 마치고 속리산 천왕봉 자락 깊은 산골 내 움막에 돌아오니 마침 하늘이 너무 맑고 투명하게 파랗다. 항상 당연해서, 그래서 고마운 줄 몰랐던 깨끗한 공기, 맑은 하늘이 이렇게 감사한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 미세먼지에게 감사하는 아이러니!
사라지는 것들의 소중함! 없애기 전에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해보는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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