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창작반, 벌써 등단 작가 3명 배출
문예창작반, 벌써 등단 작가 3명 배출
  • 송진선 기자
  • 승인 2019.03.21 10:25
  • 호수 48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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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은빛 문인 전국에 글 솜씨 휘날려요"

우리는 복지관 해오름대학
60세 정년퇴임을 했다고, 65세 노인이 되었다고 의기소침해 있는 노인(?)은 없다. 뒷방 구석에서 은둔하지 않고 운동도 하고 취미활동도 하고 봉사도 하면서 활력 넘치는 생활로 노년의 여유를 즐기고 있다.
보은군노인장애인 복지관에도 해오름 대학에서 은빛 노년을 배움의 열기로 팔팔하게 생활하는 노인들이 학구열을 불태우고 있다. 복지관 해오름대학 프로그램을 통해 풍부한 삶을 살고 있는 아름다운 황혼을 소개한다.(편집자 주)

복지관 문예창작반은 4년 전에 문을 열었다. 정년퇴임을 하고 도시생활을 접고 수한면 거현리로 귀촌한 김태혁(73) 어르신이 복지관에 건의했다. 말동무할 친구도 사귀고, 글도 쓰고 책도 읽으면서 즐겁게 생활할 수 있는 문예창작반이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 골자였다.
다행히 복지관에서 이를 수용해 문예창작반(이하 문창반)이 개설됐다. 문창반을 지도할 강사를 섭외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교사 경력을 갖고 있으면서 한국문인협회보은지부 회원이면서 수필가인 71세 정점영 강사가 살고 있으니 사람만 모으면 됐다.
복지관 송이실에서 강의를 시작한 문창반 지원자는 처음엔 많지 않았다. 사실 글을 쓴다는 것이 쉽지 않고 박수치고 노래 부르는 것보다 골치 아픈(?) 글쓰기 교실의 출발은 4, 5명으로 시작됐다. 문창반에서 활동한 어르신들은 자신도 모르게 시나브로 지적 성장을 보였다.
맥없이 떨어지는 낙엽을 보고 한 없이 구슬프게 읊조리고, 뭉게구름을 보고 세상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게도 써내려간 문창반 수강생들의 작품은 자발적 회원가입률을 불러왔다. 그 결과 올해는 17명으로 늘었다. 연령층도 다양하다. 70대가 주력이지만 86세의 채기순(수한 후평)씨, 85세의 유순열(보은 풍취)씨 등 80대의 젊은 언니, 오빠들도 많다.
학구열, 참여율은 나이와 관계없이 얼마나 높은지 매주 수요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열리는 수업에 거의 결석률이 없다. 어쩔 수 없이 강의에 참여하지 못할 때는 정점영 강사에게 구구절절 사연을 밝히며 송구해 한다. 그 다음 주 수업에 참여하면 미리 전달한 수업지도안을 펼쳐놓고 설명해달라고 조를 정도로 열성이다.
수강생들의 열성만큼이나 정점영 강사도 열정적이다. 컴퓨터가 없어서 손글씨로 꾹꾹 눌러 써온 어르신들의 작품을 꼼꼼히 살펴본 정점영씨는 글을 쓴 분이 어떤 마음이었는지 잘 헤아린다. 수강생들의 열정과 지도강사의 열의가 합해져 복지관 해오름대학 문창반들의 성적은 날로 좋아진다.
전국 KT&G 전국노년문학제, 전국복지관협회 노인문학제에서 정경자씨가 대상을 수상하고 임재선씨가 장려상을 수상했다. 충북노인문화예술제에서는 2016년 유순열씨와 김태혁씨가 입상한 이후 2017년에는 6명, 2018년에는 8명이 참가해 전체가 수상하는 기록을 세워 다른 지역 참가자들의 부러움을 샀다. 지역에서는 보은문화원이 주최한 한글날글쓰기대회에서 2017년 이석이씨가 대상을 받았고 2017년에는 라정순씨가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올해는 연초부터 초대박을 쳤다. 습작의 결과를 그대로 보여준 것인데 지난 1월에 월간 '문예사조'가 공모한 시 부분에 '아름다운 동행'을 출품한 정경자씨가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또 3월에는 '신문예'라는 문예지에서 공모한 시 부문에 성정옥씨가 역시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기 등단한 김태혁 회원까지 3명의 작가가 배출된 것이다.

어르신들이 시인이라는 타이틀을 얻도록 지도해온 정점영 강사는 "어르신들의 열정이 대단해요. 무척 잘하시구요. 저는 수강생들이 쓰신 글에 작은 색칠 하나 하는 정도"라며 어르신들이 하고자 하는 열정을 높이 샀다.

정점영 강사도 사실은 어려서부터 글쓰기를 좋아하는 작가지망생이었다. 처음엔 작가와는 전혀 다른 농촌지도직 공무원, 중학교 가정교사를 하면서도 어렸을 적 키워온 작가의 꿈을 접지 않고 작가의 문을 지속적으로 노크한 끝에 결국 수필가와 시인으로 등단했다.

문학21이란 문예지를 통해 '어느 동창회'라는 수필로로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고 2000년 탐미문학에서 시부문으로 신인작품상을 수상했다. 현재 한국문인협회보은군지부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정점영 강사와 같은 작가를 꿈꾸며 문예활동을 하는 복지관 문예창작반 수강생들은 다음과 같다.

채기순(86, 수한 후평) 류순열(85, 보은 풍취) 박영식(85, 산외 오대) 라정순(82, 산외 장갑) 김순구(78, 산외 백석) 류민현(78, 산외 백석) 임재선(77, 수한 질신1) 조순이(77, 삼승 선곡1) 이석이(73, 내북 세촌) 정경자(73, 보은 장신1) 김태혁(72, 수한 거현2) 유호세(72, 내북 적음) 장광삼(71, 보은 대야) 성정옥(70, 산외 장갑1) 권재구(69, 보은 교사) 이명희(65, 수한 발산) 이웅재(보은 월송)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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