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레산행 14구간 (문장대~관음봉~북가치~묘봉)
둘레산행 14구간 (문장대~관음봉~북가치~묘봉)
  • 송진선 기자
  • 승인 2011.04.14 09:25
  • 호수 9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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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하나둘 색을 터뜨리며 피어나고 있다

꽁꽁 숨어있던 봄들이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마른 가지에 물이 오르며 저마다 품고 있던 색들을 터뜨리느라 한창이다. 산과 들은 설익었지만 봄의 교향곡 연주를 시작했다. 버들강아지가 피더니 어느새 산수유와 생강나무가 노란 물을 들이고 진달래 꽃망울이 분홍빛을 뾰족 내밀었다. 버드나무도 어느새 연초록이다. 이마 주름 굵게 패인 할머니는 부지런하게도 벌써 홑잎 나물을 팔고 있다. 정말 우리 곁에 다시 올까 했던 봄이 이렇게 시작되었다.

아직 녹지 않은 잔설과 솟아오르는 봄기운에 깨진 얼음이 아직 겨울의 흔적으로 남아있던 지난 10일 본사와 속리산악회(회장 조진)와 공동으로 운영한 둘레산행 14구간에서 생강나무 꽃, 노랑제비꽃 등 이른 봄 구경을 하고 왔다. 이번 둘레산행 구간은 문장대에서 시작해 관음봉을 거쳐 북가치를 거쳐 묘봉까지이다. 당초 상학봉까지 산행할 계획이었으나 묘봉에서 하산했다. 계절이 계절인지라 이번 산행에는 결혼이다, 행사다 뭐다 해서 많은 사람들이 동행하지 못했다. 소수 정예를 자처하는 군민들이 산행에 동참 우리의 보배 속리산, 충북알프스의 절경에 감탄하며 팔다리에 알이 통통밸 정도로 유격훈련을 제대로 받고 왔다.

 

#회복에서 법주사 등산로를 생각하다
꼭 입장료 때문만은 아니지만 우리도 경북 화북 쪽을 택했다. 문장대까지 등산 시간이 법주사에서 오르는 것 보다 짧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경북 화북 쪽의 속리산 실루엣은 너무 아름답다. 법주사지구에서는 문장대 등 속리산의 주릉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실루엣이 제대로 느껴지지 않지만 화북 쪽은 아주 가깝게 다가온다. 무슨 봉우리인지도 모를 능선의 실루엣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작은 계림 같은 풍광이다. 차를 타고 가면서도 고개만 돌리면 바로 눈앞에서 장관을 볼 수 있으니 구경하는 맛도 그만이다. 법주사지구에서는 속으로, 속으로 들어가서 정상을 향해야만 속리산이 참 좋구나 하는 느낌을 갖게 하는 것과 매우 다르다.

문장대 정상을 오르기도 수월했다. 오리숲을 거쳐 본격적으로 등산이 시작되는 세심정까지 거리가 멀어 진이 다 빠지고 차가 다니는 법주사 쪽과 달리 계곡 물소리가 귀를 즐겁게 하고 기암들로 이뤄진 절경의 암봉들이 눈을 즐겁게 하고 정상 부근의 무성한 조릿대는 겨우내 회색에 찌들어 있던 눈을 맑게 하고 초록향기까지 느끼게 했다. 법주사지구와 다른 맛을 풍겼다.

경북 화북 쪽 속리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오르는 내내 떨칠 수가 없었다. 화북으로 오르더라도 법주사 쪽으로 하산하도록 끌어당기는 매력을 빨리 만들지 않으면 화북으로 오른 사람들이 더 많아질 것이다. 정말 큰일이다.

봄볕이 채 미치지 않은 그늘에는 남아있는 잔설과 봄볕을 상대로 시위를 하는 것 마냥 군데군데 숨어있는 얼음처럼 봄은 왔지만 좀처럼 따뜻하지 않은 속리산 법주사 지구 관광의 해묵은 숙제가 중압감으로 다가왔다.

 

#다시 알프스 구간에 서다
문장대에 올라서도 무거운 마음은 가시지 않았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입장료를 폐지하면서 41년 만에 개방했던 문장대~관음봉~북가치 구간을 다시 폐쇄한 것.

이 구간은 보은군이 속리산관광활성화를 위해 개발한 충북 알프스구간이다. 그동안 문장대나 천왕봉만 등산했던 사람들에게 상학봉~묘봉~관음봉~문장대~천왕봉까지 속리산의 주릉을 등산하면서 속리산의 감춰진 속살, 그 안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어서 등산을 하는 사람들의 찬사가 이어졌던 구간이다.

국립공원 속리산사무소에서는 "지난해 11월경 폐쇄를 했는데 이정표와 로프 등 일부 시설은 설치했으나 안전사고가 나고 등산로를 잃는 등의 사고가 발생해 본부에 시설 보완 예산을 요청했으나 반영되지 않았다"며 "시설물을 보완한 후 개방할 계획"이라고 말해 예산을 확보하고 시설을 갖추기까지 장기간 등산로 폐쇄는 계속될 것으로 보였다.

다시 알프스 구간에 섰지만 보은군이 업무표장까지 획득하고도 반쪽짜리, 알맹이가 빠진 충북알프스의 실제를 보고 동행인들은 보은군의 관심이 미치지 않는 관광행정에 속상해했다. 국립공원 사무소에서 속리산 관리를 전담해 보은군의 행정이 미치지 않는 부분이 있지만 장안 서원~구병산~형제봉~천왕봉~문장대~관음봉~묘봉으로 이어지는 충북알프스 구간 중 비경은 천왕봉~묘봉 그중에서도 문장대~묘봉인데 이 구간을 탐하지 못하니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충북알프스를 개발했다고 떠들썩하게 잔치를 하고 전국의 산악인들을 끌어들여 대통령기 등반대회까지 유치할 정도로 충북알프스에 대한 자긍심으로 충만했던 것이 불과 10여년 전이다. 지금 충북알프스의 영화는 없다. 군민들의 자부심도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더욱 아쉽다.

 

#유격훈련의 연속
관음봉에서 묘봉까지의 속리산 속살은 꼽는 절경이다. 또 관음봉의 관음(觀音)은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을 말하는 것으로 불교와도 깊은 인연이 있는 이름이다. 그래서인지 관음봉에서 법주사 대응보전과 미륵불상의 자리를 잡았다고도 전해오고 있다. 이곳에서는 법주사도 보이고 한반도 지형을 180도 바꾼 형태의 사내리도 조망된다.

관음봉에서 보이는 사방의 바위봉우리들이 꼭 돌탑을 정교하게 쌓은 것 같이 보였다. 속리산의 8봉, 8대는 모두 큰 바위들로 이뤄진 탑과 같다. 뾰족한 칼바위가 아니라 세월이 연마하고 비바람이 어루만져 둥글둥글해진 바위들을 포개놓은 듯하다. 작은 바위가 큰 바위를 받치고 있더라도 아주 작은 돌들이 틈을 메운 것이 정교해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거기에다 수려하기까지 하다.  관음봉도 사실은 돌탑과 같다. 큰 바위 하나가 세로로 쩍 갈라진 후 다시 가로로 갈라져 총 4개의 조합으로 이뤄진 것 같다.

묘봉에는 고 고상돈 산악인을 추모하기 위해 충북산악연맹에서 세워놓은 비목(碑木)이 있다. 생전에 묘봉을 아주 좋아하던 산악인을 추모하면서 그의 고향이 아닌 묘봉에 비목을 설치해 매년 5월중에 추모행사를 한다고 한다.

문장대를 지나 관음봉~묘봉까지는 바위산이어서 유격훈련을 했다. 우회할 수도 있었지만 밧줄을 이용해 직선 코스를 택했다. 바위를 타거나 내릴 때 어디를 디뎌야 할지, 팔 힘이 없어 탄력을 받지 못하는 등 힘들었다.

눈은 호강인데 오금이 저릴 정도였다. 가장 난코스는 묘봉(874 m)을 정복(?)하고 나서 신정리 암동으로 하산하는 길. 거의 직각으로 서있는 바위를 타고 내려가야 하는데 발아래로 쳐다보지 못할 정도로 아찔했다. 물론 로프도 있고 발을 디딜 수 있도록 나사가 박혀있지만 머리가 쭈뼛하게 설 정도였다.

배낭 지고 밧줄 타고, 높은 바위를 타야 하는 고난이도의 유격훈련을 받고 충북알프스 종점인 신정리로 하산하니 얼마나 긴장하고 힘이 들었었는지 오후 5시도 안됐는데 배꼽시계가 울었다.

지도상의 구간은 짧았지만 또 그 어느 곳보다 험난하고 힘든 코스여서 에너지가 많이 소모된 듯 했다.
주저앉고 싶을 정도로 다리에는 힘이 풀리고 힘들었어도 관음봉에서 묘봉까지 오는 내내 기뻤던 것은 속리산의 또 다른 절경일 수 있는 철쭉단지를 발견한 것. 5월이면 흐드러지게 핀 철쭉꽃 터널을 지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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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2011-04-18 08:53:11
저희가 문장대앞을 통과한 시간이 9시 40분경 됩니다. 조금 이른시간(?)이어서인지 한산했어요. 등산로를 통제하는 관음봉 구간을 통과해야 했기 때문에 서둘렀어요.
5월 둘째주 일요일 산외면 묘봉~상학봉~활목재 구간을 돌고 둘레산행 쫑칩니다. 보은군의 군계산행을 마무리 하면서 둘레길로 개발하면 좋을 구간을 좀 찾아서 둘레길로 개발하도록 해보려고 합니다. 많은 조언부탁드립니다.

지상의선녀 2011-04-14 20:14:31
또?... 한바퀴를 돌았네요.~ 서로간의 얼굴을 안다면 문장대에서 만났을수도... 아쉬운듯 하면서 만끽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