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전문예방진화대와 함께 한 3시간
산불전문예방진화대와 함께 한 3시간
  • 박상범 기자
  • 승인 2011.03.31 09:08
  • 호수 9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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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보은의 나무와 숲, 우리가 지킨다
▲ 지난 30일 보은군 산불전문예방진화대가 농경지 주변 농수로와 제방의 잡풀을 소각하고 있다. 3개조 20여명이 투입된 소각작업은 마치 군사작전처럼 일사불란하게 진행됐다.정태홍 총괄 반장(사진 왼쪽)이 소각작업에 동원할 조장들에게 연락을 취하고 있다.

청명·한식이 다가오고, 산을 찾는 등산객들이 늘어나면서 산불발생 위험이 가장 높은 시기를 맞고 있다. 산불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출동해 최일선에서 진화작업을 실시하는 산불전문예방진화대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해지고 있다. 지난 30일 산불로부터 나무와 숲을 보호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보은군 산불전문예방진화대의 활동현장을 찾아 오전 일과를 함께 했다.

 

#양치질 하다가도 뛰어 나간다
3월 30일 오전 8시 10분 전화기 울리고 무전기가 시끄럽다. 산불전문예방진화대 정태홍(52, 보은읍 장신리) 총괄반장은 양치질을 하다말고 대충 옷을 챙겨 입고 뛰쳐나갔다.

보은읍 대야리 농가창고 화재현장으로 달려간 정 반장은 불길이 인근 야산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아침부터 불과 한판 씨름을 벌였다. 다행히 불은 창고만 태우고 산으로 번지지 않았지만, 화재현장에 출동한 30여명의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이하 산불진화대원)들은 2시간 빨리 출근하게 됐다.

오전 9시 50분. 산불진화대원들의 출근장소인 생활체육공원 내 그라운드골프장에 도착했다. 60여명의 대원들은 모두 출근을 하여 각 조별로 인원점검 및 일과에 대한 지시사항을 전달받고 있었다. 일부 대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조금 전 있었던 대야리 화재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었다.

이날 아침처럼 산불진화대원들이 화재현장에 출동한 것이 2월15일부터 벌써 9차례나 된다. 회인면 애곡리와 마로면 임곡리 산불 등 신속한 대처로 초기진화에 성공해 큰 산불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봄철 거센 바람으로 인해 작은 불씨가 대형 산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산불진화대원들이 산림보호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산불진화대 및 감시원, 산불 막는데 앞장
올해 보은군에서는 산불예방 및 진화를 위해 산불감시원 42명과 산불전문예방진화대 70명을 채용해 지난 2월 15일부터 5월 15일까지 3개월간 운용하고 있다.

산불전문예방진화대 70명은 10개조 7명씩 편성돼 동서남북 4개 구역에 각 2~3개조씩 배치되어(순차적으로 1개조씩 비번), 2월 15일부터 3월 20일까지는 군내 산림연접지 소각작업을 실시했고 현재는 책임구역에 대한 순찰활동을 실시하고 산불발생시 초동진화, 야간진화, 뒷불정리 등 산불의 진화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정태홍 총괄반장은 "지난 한달 동안은 밥만 먹으면 논·밭두렁을 태웠다고 보면 된다. 저녁에 집에 들어가 코를 풀고 샤워를 하면 새까만 물이 나올 정도였다"면서 소각작업의 애로점을 이야기했다.

산불전문예방진화대는 조장들이 무전기를 휴대하고 있으며, 산불진화차량 5대와 등짐소화기, 갈퀴 등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망원경이 노후 되어 충분한 시야확보가 어려워 교체가 필요한 상황이며, 산불진화차량도 물탱크가 대용량인 것으로 교체되고 차량수도 늘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군사작전 방불케 하는 소각작업
오전 10시가 되자, 각 조별로 출동하고 10시 10분경 정태홍 총괄반장의 트럭을 타고 민원 접수된 농경지 소각장소로 향했다. 삼승면 송죽리로 가는 동안 정 반장은 진화대원 이동차량 지원과 산불진화차량의 확대보급을 언급했다.

"진화대원들이 각자 자기차량으로 이동을 하고 있다. 물론 기름값은 지원이 되지만, 일부 승용차는 험한 산길과 비포장 농로를 다니다가 망가지는 경우도 있다"

오전 10시 20분경 도착한 농경지는 박모(43)씨 소유의 대추농장으로, 주변 농수로내에 잡풀과 잡목이 무성해 원활한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제거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정 반장은 곧바로 4조(조장 홍성근), 5조(조장 이장구), 9조(조장 최정규)를 호출했고, 호출 후 15분이 지나자 3개조 20여명은 모두 현장에 도착했다. 이어 정 총괄반장은 조장 3명과 함께 약 100m되는 농수로 및 제방 소각에 대한 작전을 짰다. 4조는 보청천 제방위에서 가로수인 벚나무 보호를 위해 방수작업을 실시하고, 5조가 소각작업을, 9조는 농수로변 농로에서 대추밭으로 불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로 했다.

오전 10시 50분경 소각지 현장 위아래에 배치된 산불진화차량에서 연실 물이 뿜어지고 진화대원들이 등짐소화기를 지고 5m 간격으로 늘어선 가운데, 소각작업이 시작됐다. 다행히 제방 넘어가 보청천이라 불씨가 날아 화재가 번질 우려는 없었지만, 가로수와 대추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진화대원들의 손길은 분주했다. 마치 군인들이 사전에 계획된 대로 군사작전을 벌이는 것처럼 일사분란하게 각자 맡은 임무를 수행하는 모습이었다.

정태홍 반장은 "소각작업이나 산불진화작업도 군사작전을 벌인다는 생각으로 임한다. 일사분란하게 움직이지 않으면 진화대원들이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도 있고, 진화에 실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약 1시간 정도가 지나, 여기저기 남은 잔불을 제거하고 소각작업이 종료됐다. 각 조별로 맡은 구역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소각작업에 사용만큼 부족해진 물을 채우기 위해 진화차량 2대는 보은119안전센터로 향했다.

 

#내 고향, 내 고장 산림은 내가 지킨다
12시를 10분정도 남긴 시간이었다.점심식사를 어떻게 하는 지 궁금했다. 4조 홍성근 조장은 "식당에 들어가 마음 편하게 밥 먹을 처지가 못돼, 각자 싸온 도시락으로 해결한다. 다리 밑에서 먹기도 하고 마을정자 밑에서 먹기도 한다. 추운 날씨에 밖에서 도시락 먹을 때는 서글픈 생각이 들 때도 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날 4조는 탄부면 덕동대교 밑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그나마 12시 20분경 보은읍 월송리 보청천 제방에서 불이나 점심식사도 하다말고 출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로 9년째 산불진화대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정태홍 총괄반장은 "산불진화대원들의 사기진작과 효과적인 산불대처를 위해 군내 2~3면에 1곳씩 적정한 위치에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대기소를 마련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산불진화대원들의 바람을 전했다. 덧붙여 "산불진화대원들을 산림 전문인력으로 양성해 계절별로 활용함으로써 산림보호는 물론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들 70명의 산불진화대원들은 일당 4만 2천원을 받고 봄철 3개월, 가을철 1개월을 일하고 있다. 안정된 직장도 아니지만, 내 고향 내 고장의 나무와 숲을 지킨다는 생각에 적은 일당에도 불구하고 일하기 힘든 조건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군, 산불피해 최소화에 도전한다
매년 전국적으로 봄철 산불로 인해 막대한 산림자원과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보은군에서는 올해 봄철 산불예방을 위해 많은 대비와 노력을 하고 있다.

지난 2월부터 본청 및 읍면사무소에 산불방지대책 상황실을 가동하고 있으며, 산불전문인력(진화대원 70명, 감시원 42명)을 산불감시초소 및 감시카메라와 함께 운용하고 있다.  또한 2월 1일부터 5월 15일까지 회인면 구룡산 등 16개소 1만7천962㏊에 입산 통제령을 내린 상태이다. 특히 봄철에서도 가장 취약시기인 청명·한식일인 전후한 4월 1일부터 10일까지 묘지주변에 대한 순찰을 강화하고, 입산자에 대한 화기물질 소지금지와 논밭두렁 및 농산폐기물 소각행위를 집중 단속할 계획이다.

산림녹지과 김진식 산림보호계장은 "산불의 근본원인은 사람에게 있다. 한 사람의 힘이 아닌, 모든 사람이 동참해야 해결이 가능한 일이다"면서 "사람이 원인을 제공하는 산불이 발생하지 않도록 군민 모두가 산불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주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산불이 지나간 산림은 복구하는데 한 평생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산림은 파괴되기 전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다. 올 봄철 보은에서는 산불로 인해 피해가 발생하지 않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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