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샘물 퍼올리는 보은대추한과
희망샘물 퍼올리는 보은대추한과
  • 송진선 기자
  • 승인 2011.01.27 10:20
  • 호수 8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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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우리농산물 고집 15년 만에 한과업계 선두

두 부부가 가내수공업으로 시작해 성수기에는 20여명 고용

 

서양식 과자에 익숙해지면서 우리전통과자인 한과의 설자리가 좁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친환경, 우리 농산물을 이용한 한과를 만들어 한과업계 블루칩, 보은대추한과는 서양식 과자에 맞서 맛있는 과자로 소비자들에게 인식되고 있다.
고급 전통 한과로 뛰어난 품질과 품격높은 디자인으로 고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대표 한과 브랜드다.
요즘 보은대추한과는 설 명절을 맞아 차례 상을 준비하는 사람과 최고의 선물로 손꼽히며 찾는 이들의 주문이 쇄도해 공장의 불이 밤늦도록 꺼질 줄 모르고 있다.
감사의 마음을 전할 수 있는 명절 최고의 선물 보은대추한과의 고소하고 달콤한 유혹에 빠져본다.

 

◆꽃하나에 대추하나

▲ 2004년부터 이철수 판화가의 작품을 포장재로 사용, 품격을 높이고 있다.

대추는 꽃 하나가 피면 반드시 열매를 맺고 복더위에 핀 꽃에서 달린 대추가 가장 맛있다고 한다. 이같이 지조와 원칙, 인고의 세월을 견딘 후 드디어 열매를 맞는 대추는 구용섭 보은대추한과 대표가 걸어온 노정과 너무나 같다. 꽃하나에 대추하나. 바로 원칙과 지조를 지켜온 구용섭 대표가 내건 보은대추한과의 새로운 브랜드다.

 

자연과 전통의 맛을 지키기 위해 뚝심과 고집을 꺾지 않은 구용섭(52) 대표와 부인 고명숙(52)씨가 운영하는 보은대추한과 공장을 찾은 날은 설 준비가 한창인 지난 21일. 200여평에 달하는 공장이 자리한 수한면 병원리는 멀리 삼년산성이 보이고 토종 소나무가 어우러진 풍수지리에서 말하는 그야말로 명당인 것 같았다.

말리고, 튀기고, 조청을 묻히고 쌀 튀밥을 입히고 유과 개별 포장까지 전 과정이 자동화 돼 있었다. 사람의 손을 많이 필요로 하지 않는 것 같지만 정작 사람이 필요한데 구할 수가 없어서 대전에 있는 친인척까지 동원(?)하고 아주머니들이 없어서 남자 인력까지 투입했다.

경찰입문을 위해  집을 떠나있었던 큰아들 기주(29)씨와 작은아들 기웅(25)씨도 불러들여 공장에서 발품을 팔게 하고 있는데도 주문 물량을 맞추기 어려울 정도로 성수기를 맞고 있다. 처음 가내수공업으로 두 부부가 손발을 맞췄던 적이 있었던가 싶게 활황을 맞고 있다.

도내 대표적 물류 중심인 농협 충북유통 하나로클럽에 입점한 한과업체 중 최고의 매출을 자랑하고 2, 3위 업체를 합해도 보은대추한과가 올리는 매출에 미치지 못하는 것만 봐도 보은대추한과가 도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가히 짐작할 수 있다.

현재 보은대추한과는 농협 하나로클럽 본점을 비롯해 지점 4곳, 보은을 비롯한 도내 10여곳의 농협 하나로클럽에 입점했으며 경기도 용인 한국민속촌, 우체국 쇼핑을 통해 전국 각지의 소비자들과 만나고 있다.

수한면 병원리로 이사와 매출을 2배로 신장시킨 구용섭 대표는 충북 최고자리에 만족하지 않고 충남, 대전, 경기 쪽으로 시장을 확대 개척한다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늘 새로운 제품 구상에 골몰하고 있다.

 

▲ 친환경, 우리 농산물을 이용한 환과를 만드는 보은대추한과. 설 명절을 앞둔 보은대추한과는 밀려드는 주문량을 맞추느라 전 직원이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

 

◆전통의 맛은 눈이 아닌 손끝에서
한과와는 무관했던 구용섭 대표가 한과와 인연을 맺어 업계 두각을 보인 것은 충북 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 초대 사업부장 등 농업, 환경 등 농촌사회 운동에 참여해온 그의 경력이 큰 영향을 미쳤다.

수입밀가루에 밀려 자취조차 감춘 우리밀을 살리기 위해서는 가공식품을 만들어야 한다는데 착안, 15년 전 수입밀의 4배나 비싼 우리밀을 원료로 사용해 개성 약과방식의 우리밀 손약과에 도전했고 지금의 유과 맛을 내기 위해 그가 3년간 버린 찹쌀이 80㎏로 60여 가마에 달했다. 가마당 30만원씩 하는 찹쌀을 60가마나 버렸으니 수업료만 2천만원 가량을 지불한 셈이다. 엄청난 고액의 수업료 인 것이다.

전통의 맛을 재현하기 위한 그의 끈질긴 노력으로 결국 1996년 농림부 전통식품정부지원업체로 지정받았다. 그동안의 고생이 보람으로 다가왔고 한과명인의 길로 들어서게 하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게 만들었다. 이후 2008년 충북 우수농특산물 품질인증, 2010년 보은군 우수농특산물 클린인증, 그리고 올해 2011년에는 유기가공식품인증을 받았다. 새로운 기록을 계속 수립해가고 있다.

이런 신기록을 계속 생산하도록 한 근원에는 보은대추한과가 주는 맛이 있다. 구용섭 대표는 아무리 포장이 예뻐도 제품은 맛이 우수해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 보은대추한과의 대표 상품인 우리밀 손약과와 보은대추를 넣어 만든 찹쌀유과는 입안에 넣자마자 바스락 거리며 씹히는 게 경쾌한 리듬을 타고 부드럽게 녹아들어가는 맛이 일품이다. 여러 번 엿기름을 쌀과 섞어 끓이고 삭혀서 고아낸 조청이 주는 달콤한 맛이 혀를 부드럽게 감싸는 게 참으로 깊다.

이젠 중요무형문화재 제38호인 조선왕조 궁중음식전수기관 궁중병과 연구원 정길자 원장도 구용섭의 보은대추한과 맛을 인정해줄 정도다.

'전통의 맛은 눈이 아닌 손끝에서 나온다'는 진리를 깨닫는다는 구용섭 대표는 15년이 지난 지금에야 겨우 전통의 맛을 알겠다고 겸손하게 말한다.

 

◆또 다른 변신을 꿈꾸다
2004년부터 판화가 이철수 선생의 글과 그림이 함께 있는 대추 꽃그림 이미지 판화작품을 포장재로 사용해 품격을 높이고 기술력, 제품력, 유통력으로 브랜드 파워까지 발휘하고 있는 보은대추한과.

지난해 11월 중국 상해 박람회에서 보은대추한과를 홍보하면서 중국이라는 시장까지 눈 안에 넣고 온 구용섭 대표는 그때 보은대추한과를 맛본 중국의 한 떡카페에 유과를 매주 수출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본격적인 중국시장 진출을 위해 수출 공부에 열중하고 있다.

그의 도전의지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대추와 유기현미를 이용한 유기현미대추스낵을 만들고 무농약 현미 대추엿강정도 상품화 했고 국내 최고 품질의 보은대추와 국내 최대 생산지인 보은의 붉은팥을 이용해 대추양갱도 개발 중에 있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늘 새로운 제품을 구상하고 있는 그의 머릿속에 또 어떤 제품들이 개발순위에 들어있는지 궁금하다.

그는 5, 6년 뒤면 경력 20년이 된다. 20년 경력이 돼야 한과 명인 신청 자격을 주는데 그의 소박한 소망은 5~6년 뒤에 한과명인이 되는 것이다.

20여년 입고 다녀 이제는 상징처럼 돼 있는 생활한복이 잘 어울리는 그는 지독하게 우리 것,  전통을 사랑하는 한과 명인, 천생 장인 구용섭의 보은대추한과에서 우리 보은의 희망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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