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장군과 당당히 맞서 고지를 점령하다
동장군과 당당히 맞서 고지를 점령하다
  • 송진선 기자
  • 승인 2011.01.13 09:42
  • 호수 8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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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따라 길따라 … 둘레산행11구간(적암 도계~구병산 신선봉~구병리~삼가 도계)

연일 영하 10도를 밑도는 날씨가 계속된다. 목도리로 목을 단단히 감고, 두툼한 털외투로 몸을 감싸도 매울 정도로 찬 기운은 여지없이 살 속을 마구잡이로 파고든다. 금새입술과 낯빛이 파할게 질려버린다. 정말추위가 무서울 정도다. 제아무리 추워도 7일중 3, 4일째 되는 날부터는 눈 녹듯 추위가 풀려 다시 몸을 추스를 수 있었는데, 요즘은 웅크린 어깨를 펼 수가 없다.

도대체 언제쯤 3한4온의 겨울 날씨의 특성을 찾을 지…
지난 9일 본사와 속리산악회(회장 조진)가 함께 진행하는 둘레산행을 떠나는 날, 그날도 여지없이 강추위가 맹위를 떨쳤다.

둘레산행을 시작한 지 꼭 1주년이 되는 날, 둘레산행 11구간의 설원을 누볐다.
국도 25호선 적암 도계에서 시작해 시루봉~구병산 신선봉~구병리 능선~삼가동관간 지방도 도계까지 도상 7㎞를 걸었다.

과연 이곳과 어깨를 나누고 있는 이웃은 어디일까? 지도상으로 보면 상주시 화서면 범티미~평온리(맹무동)~화남면 갈골~동관천변이다.

왼발은 바로 이들 지역을, 그리고 오른발은 우리지역을 디디며 추위와 맞서는 극한 체험을 사서하고 돌아왔다. 그리고 흠씬 두들겨 맞은 것처럼 욱신욱신 거리는 몸살을 심하게 앓았다.

 

▲ 시루봉을 배경으로 산행에 참가한 멋진 사람들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또다시 무사산행을 기원하다
이 구간의 시작점인 고속도로를 관통해 시루봉을 오르는 코스는 포기했다. 결과적으로 국도 25호선에서 시작해 고속도로를 관통해 시루봉을 오르는 구간은 우리의 족적을 남기지 못한 구간으로 남겨뒀다.

고속도로가 관통하지 않았더라도 정 코스를 밟기는 어려웠다.
시루봉이 암반으로 이뤄진데다 눈 쌓인 바위를 타고 오를 간 큰 사람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1차 구간 종주 때도 바로 이 시루봉 구간에서 두려움과 맞서야 했었다. 깎아지른 듯한 바위에 발 디딜 곳을 찾지 못하고 잘못하면 추락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눈물, 콧물 쏙 빠지는 위험을 느꼈다. 암반을 잘 타는 사람들이 엉덩이를 받쳐줘 겨우 한발, 한 발 오를 수 있는 구간이었다.

우리는 구병산관광지를 조성하는 곳까지 차로 이동해 그곳에서 시루봉 옆을 치고 올라가 다시 되돌아오는 길을 택했다. 구병산관광지와 연접한 시루봉 입구부터 한숨이 나왔다. 매서운 칼바람에 콧물을 연신 훌쩍거리며 둘러본 곳은 하얀 설원이다. 눈밭을 빠대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오늘 산행할 구간이 안 봐도 뻔한 것 같아 걱정이 앞섰다.

마음을 가다듬고 시루봉을 거꾸로 오르기 시작했다. 워낙 날씨가 추우니까 쌓인 눈이 녹지 않아 미끄럽지는 않았다. 오히려 하얀 쌀가루 같은 눈가루 속으로 발이 쑥쑥 빠졌다. 우리보다 먼저 눈길을 밟은 사람들의 발자욱이 이미 길을 내놓아 길 찾기도 편했다.

제법 매운 날씨였는데 워낙 보온을 위해 챙겨 입은 고기능성 옷 때문인지 금방 등줄기에서 땀이 났다.

얼굴을 때리는 찬바람이지만 걷는데 약간 더위를 식혀줄 정도여서 싫지만은 않았다. 조금 걸었다 싶은데 금방 시루봉(421m) 정상에 닿았다.

시루를 엎어놓은 것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보은의 4증(甑)8항(項) 중 동쪽에 있다고 하여 동증(東甑)이라고도 한다.  

김건식 문화원장에 의하면 증은 시루라는 뜻이며 항은 목덜미라는 뜻으로 급소를 말한다고 하는데 도선국사의 도참설에 나오는 것으로 재해재난으로 부터 안전한 지대를 뜻하기도 한다. 쉽게 말해 피난처가 되는 곳이다.

보은에는 4증 8항이 있는데 4증 중 동증은 마로면 적암리 시루봉, 남증은 마로면 변둔리 시루봉, 서증은 수한면 질신리와 광촌리 사이의 시루봉, 북증은 내북면 이원리 시루산을 말한다. 8항은 가항(구병리 멍에목이), 갈항(갈목리), 오항(성주리, 삼년산성 주변), 불항(불목), 구항(장갑 비들목), 사자항(속리산 중사자암 부근), 치항(마로면 임곡리 솔개미봉), 상자항( 확인 안됨)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면 안전지대인 시루봉 시산제의 적지였는지 모른다. 우리는 포, 대추, 밤, 단감, 사과, 돼지머리누름고기를 차려놓고 보은막걸리를 제주로 올려 시산제를 지냈다.

머리를 숙여 정성을 다해 무사산행을 기원했다. 돼지머리 누름고기를 안주삼아 막걸리로 음복을 하고 제수가 좋다는 밤도 한 알씩 주머니에 넣었다.

다시 종착점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면서 올 1년 무탈하게 산을 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져봤다.

 

◆임시 로프에 매달려 산행
시산제를 지내고 다음 구간으로 이동을 하면서 한겨울 찬 기운을 머금은 나뭇가지에 얼굴을 긁혔다. 덕분에(?) 금쪽같은 얼굴에 상병 훈장을 새겨넣고 말았다.

둘레산은 구병산 정상으로 가는 도중 오른쪽으로 나있는 충북 알프스구간을 타야한다.
내용을 모르는 사람들은 이곳에서 자칫 신선봉을 거쳐 구병산 정상으로 가는 것으로 착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구병리 충북알프스 3코스를 지나 구병리 안부, 된목이를 거쳐 보은삼가와 상주 화남 동관과 경계인 도계에 닿는 코스다.

그런데 문제는 구병리 충북 알프스 3코스를 지나 된목이 쪽으로 하산하는 코스. 그동안 충북알프스 전 구간을 완주한 사람들에 의해 능선마다 등산로를 정비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등산로가 나있는데도 쌓인 눈에다 경사까지 급해 도저히 스틱으로는 제어를 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어쩌나. 일행을 이끌었던 최웅식 속리산악회 등반대장이 나무에 로프를 연결해 한 명 한 명 줄타기를 하면서 진행을 했다.

워낙 구간 여건이 좋지 않아 다리보다는 로프에만 의지하느라 팔에 힘이 들어가 발을 옮기는 것도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앞 사람이 자리를 잡을 때까지 안전하게 내려간 다음 뒷사람이 로프를 탔기 때문에 기다리는 동안 방풍, 방수, 발열효과까지 있는 기능성 장갑도 소용이 없었다. 손가락이 깨질듯이 시렸다. 정말 동상이 걸릴 것 같았다. 이번 코스의 가장 힘든 구간이었다.

모두가 조심을 한 덕분에 낙오자 없이, 다친 사람 없이 험난한 여정을 사고 없이 모두 빠져나왔다. 아무래도 시산제에서 둘레산행에 참가한 모든 사람들이 마음을 모아 정성껏 기원한 것이 효험을 본 것은 아닐까.

 

◆우복동은 구병리가 아닐까
산행구간 마지막에 자리한 구병리는 된 목(石項), 느진 목(石項), 위 멍에목(上駕項)으로 이뤄져 있다. 목이라는 말을 쓰는 8항에 멍에목이가 포함돼 있으니 된 목, 느진 목 모두 목이 들어가는 마을이므로 이렇거나 저렇거나 구병리는 안전지대임에는 틀림이 없어보였다.

동네 사람들도 구병리 마을 형국이 소의 배처럼 생겼다 해서 우복동(牛腹洞)이라고 일컫는다고 했다. 우복동. 가장 안전하다는 곳, 그래서 과거에는 동란을 피해 찾아든 피난민들이 많이 살았다고 한다.

정감록 감결에서 말하는 10승지의 셋째는 보은의 속리산 사증항 근처로 난리를 만나 몸을 숨기면 만에 하나라도 다치지 않고 몸을 보전할 것이라고 돼 있다.

상주시 우복동이라고 해석하고 있는데 구병리는 속리산 근처이고 마을에 가항과 석항이 들어 있는 것으로 봐서는 우복동은 바로 구병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구병산에서 구병리를 조망하는데도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것이 그 곳에 마을이 있는지 상상하기 힘들 정도다.

사방이 높은 산으로 폭 싸인 해발 500m고지 구병리에 하얀 눈이 소복이 내려앉은 모습이 그야말로 평화로워 보였다.

보은군의 자랑인 충북 알프스 구간에 이렇게 아름답고 평화로운 구병리가 포함돼 구병리의 평화를 조망할 수 있는 것이 다행이다. 다른 계절의 구병리 모습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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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지상의선녀 2011-01-14 17:19:40
처음 신문을 보고 둘레산행길을 접한지 얼마 안된것 같은데 벌써 11번째... 서울에서 마음 먹기 달렸지만... 참석 하지 못하면서도 보은인 이라면 한번 이라도 동참 했으면 좋겠다. 했는데...후기글을 읽으며 나역시 추위의 땀방울이 등짝을 적시는것 같고...맛깔나는 후기글에 감사를 드립니다.~ 보은 사람들!!~~~ 아자. 아자. 아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