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 찾아 세계 누비는 이종문씨(수한면 교암리 출신)
야생화 찾아 세계 누비는 이종문씨(수한면 교암리 출신)
  • 송진선
  • 승인 2009.08.20 13:46
  • 호수 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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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 매력에 빠져 뇌경색 앓던 아내도 완치

현재 변이종만 1천본 소장, 내년 5월 야생화 전시 계획

야생화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크고 화려한 서양화에 밀려있던 은은한 우리 야생화가 전면으로 부각되고 있다. 우리지역에도 취미생활을 넘어 상업적으로 야생화를 분양하고 있는 농원이 꽤 늘어났다.

청주시 비하동에 있는 '백두에서 한라까지 한국 야생화'농원의 이종문씨는 천연기념물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희귀수종만 소유하고 있다. 고물수거를 생업으로 하면서 야생화에 심취해 지금은 4천여본이나 소장하고 있다.

등산을 좋아했던 이종문(60, 수한면 교암리 출신)씨와 부인 오홍자(52)씨의 야생화와의 인연은 1992년 경 등산을 하다 우연찮게 희귀한 야생화를 발견하고 가지를 잘라와 접목을 해 재배에 성공한 것이 시작이다. 천금을 얻은 것과 같은 순간이었다는 이씨 부부의 야생화사랑은 이렇게 시작됐다.

야생화의 매력에 흠뻑 빠진 이씨 부부는 생업을 전폐하다시피 국내의 산과 섬을 섭렵했고, 야생화에 대한 전문지식을 얻으려 관련 서적이란 서적은 몽땅 읽었을 정도다.

▲ 이종문·오홍자씨의 사랑을 받고 자라는 희귀 야생화들이다. 이들이 키우는 것은 대부분 변이종들이다. 진초록의 잎사귀들이 거의 없다.


◆뇌경색도 야생화 기르며 사라져
하지만 기쁨도 잠시, 건강했던 오홍자씨가 뇌경색으로 오른쪽 상·하반신에 마비되는 불행이 닥쳤다.
몸이 말을 듣지 않을 정도였지만 야생화 수집을 그만둘 수 없었던 오홍자씨는 힘들어도 남편 손을 잡고 산, 들, 섬을 찾아 다녔고 이종문씨는 숲으로 병을 치유할 수 있다는 신념을 믿고 부인과 함께 더 많이 산을 다녔고 야생화를 채취했다.

 

 

 

산을 오르면서 숲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들을 흡수하고 하는 대신 몸 안의 나쁜 것이 배출돼 병원을 제집 드나들듯 다니고 약에 의존하던 2년여의 투병생활을 접게 됐다. 씻은 듯이 나은 것이다.

이종문씨 역시 고혈압에 고엽제 환자여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숲 체험을 하면서 건강을 얻었고 자연과의 교감을 얻었다.

그리고 또 하나 귀한 것을 얻은 것이 바로 변이종 식물이다. 이종문·오홍자 부부가 기르고 있는 야생화는 정상인 아닌 비정상 식물들이다.

"희귀 야생화들의 잎이 변하는 것은 일종의 장애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나도 뇌경색이라는 병으로 인해 언어장애와 활동장애가 오면서 희귀식물들과 알 수 없는 동질감이라는 것을 느꼈고 그 동질감으로 인해 희귀 야생화를 더욱 사랑하게 됐고 집안에서 가꾸던 것이 점차 늘어나 이제는 집안에도 가득하고 농장에도 넘친다"고 말하는 오홍자씨.

◆변이종만 1천여 점 소장
청주시 흥덕구 비하동 부모산 자락 아래 있는 495㎡ 규모의 하우스 안에는 희귀 야생화가 가득하다.
자작나무와 개발나물, 단풍나무를 비롯해 대추나무, 뽕나무, 질경이, 미나리, 참나무, 비비추 등 현재 변이종만 1천여 종이고 전체적으로는 3천여종에 개체 수만 4천본이 넘는다.

잎이 가장자리부터 흰색으로 변하는 버드나무를 비롯해, 잎이 다섯 가지 색으로 물든 동백나무와 밀가루를 뒤집어 쓴 듯 한 층층나무, 희귀 자작나무는 파란색 단색이 아닌 흰색, 노란색이고 단풍나무 잎에는 페인트를 뿌려놓은 듯 혼합된 색깔을 띤다.

꽃이 노란 게 아니라 잎이 노란 개나리, 푸른 원추리가 아니라 흰색의 원추리 등도 눈길을 끈다.
뽕나무는 머리카락 자라듯 가지가 아래로, 아래로 처져있다. 대추나무는 철사를 감아 일부러 유인한 것처럼 가지가 구불구불하다. 이런 희귀종들은 모두 씨앗을 발아시켰거나 가지를 잘라 와서 접을 붙여 개체수를 늘린 것이다.

특히 5년 전 소백산 중턱에서 수집한 다섯 가지 색깔의 '개발나물'은 전국의 어느 희귀식물 애호가도 갖고 있지 않은 식물이다.

농장에 있는 모든 것을 피붙이처럼 돌보는 이종문씨를 안타깝게 하는 것이 바로 자작나무다.
2007년 귀하게 얻은 것인데 기후변화로 인해 죽어가고 있다는 것. 온갖 방법을 동원하고 있지만 현재로 봐서는 살아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질 수가 없다는 것.

이종문씨는 식물이 아플 때는 나도 5일간 밥을 굶었을 정도로 사람이 아픈 것처럼 아프다고 할 정도로 자연과의 교감이 대단하다.

◆내년 5월 야생화 전시
판매를 하지 않고, 오로지 관상용으로 재배하고 있는 이종문·오홍자씨는 "우리만 보기가 아깝다"며 지난 2007년부터 5월에 희귀 야생화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다.

제주도 등 전국에서 희귀 야생화 동호인 200여명이 이들의 농장을 찾아 희귀수종을 감상하고 있다.
이같이 고상한 취미활동을 하는 이종문씨의 생업은 고물 수집상이다. 온 동네를 다니며 고철, 휴지 등을 모아 팔아 생활을 한다.

대농에서도 근무했고 흥업백화점에서도 근무하다 고물장사를 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아 직장을 그만두고 청주에서 제일 큰 고철 수집업상을 운영했다.

IMF로 사업을 접고 지금은 구멍가게 수준의 고물수집 업으로 전락했지만, 그래도 성실하게 일한 이종문씨는 현재 자기소유의 건물도 갖고 있을 정도로 경제적으로 안정된 삶을 살고 있다.

이들은 "외래종 야생화에 밀려 토종 야생화가 점점 가치를 잃어 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면서 "국내 최초의 희귀야생화 식물원을 세워 많은 사람들에게 토종야생화의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것이 바람이다"고 말했다.

"내가 사는 지금 삶은 덤으로 사는 것이기 때문에 봉사를 하려고 노력한다"며 메아리봉사단 공연팀에서 가수로 활동하며 교도소, 꽃동네, 군부대 등에서 위문공연을 하는 봉사의 삶을 살고 있는 부인 오홍자씨.
이런 부인과의 사이에 1남1녀를 둔 이종문씨는 현재 비하동 36통 통장님으로 일하고 재청 보은중동문회 15기 총무를 맡는 등 은은한 야생화 향기가 배어나오는 삶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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