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람뫼 농장 운영하는 귀농 1년차 최생호·한은숙 부부
가람뫼 농장 운영하는 귀농 1년차 최생호·한은숙 부부
  • 류영우 기자
  • 승인 2010.11.25 09:06
  • 호수 7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귀농, 낭만도 막연한 꿈도 아니다

보은읍 강산리에서 '가랑뫼 농장(네이버 카페: 가람뫼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최생호(43)씨와 한지공예 작가 한은숙씨.

그들을 만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대추축제가 한창이던 지난 10월, 행사장 한쪽에 마련된 한지공예 체험장에서 아이들과 섞여있는 그들을 만났지만 그들이 이제 갓 농촌에 정착한 귀농인인지는 알지 못했다.

그리고 한 달 뒤. 그들을 다시 만났다.
소소한 일상을 나눌 소박한 공간을 마련해 함께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과 더 많은 것들을 나누며 더불어 가고 싶어 귀농을 결심한 후 1년이 됐다는 그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들은 농촌에서 희망을 찾아가고 있었다.

 

#닭의 복지를 얘기하다
최생호씨가 유정란을 꺼내는 동안 잠깐 농장을 둘러보며 양계장 특유의 고약한 냄새가 나지 않는 것에 놀랐다. 유정란을 생산해내는 곳이라는 얘기에 일반 양계장 같지는 않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그 이상이었다.

닭들이 생활하는 곳은 시원하게 날개 짓 한 번 제대로 하기 힘든 좁고 규격화된 상자 안이 아니었다. 높고 낮음이 다양한 횃대도 있었고, 깨끗하고 넓은 공간에서 닭들은 자유롭게 움직이고 있었다.

산란장에는 포근한 쌀겨가 모래알처럼 깔려 있고,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유정란'이 놓여있다. 먹이를 보채며 울어대는 울음소리와 낯선 이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몸을 부대끼며 퍼덕거리는 닭들의 날개 짓에 정신이 팔려 있는 기자에게 그가 닭의 복지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끼어들 틈도 없이 열심히 설명하는 그의 모습은 다른 귀농인들과 달라보였다. 확신과 자부심이 있었다.

"음악은 기본입니다. 대부분의 농장에서는 태어난 지 70일에서 80일 된 병아리를 데려오지만 저희 농장은 그날 부화한 병아리 만을 데리고 옵니다. 백신이나 항생제도 맞추지 않습니다. 한방영양제와 효소, 미네랄 발효제를 통해 자체 면역기능을 향상시키죠. 서로 쪼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부리를 자르는 것도 저희는 자르지 않습니다."

집단사육에 따른 질병 예방을 위해 엄청난 종류의 항생제를 주사하는 그 것이 제대로 된 닭의 복지일 수 없다는 게 최생호씨의 설명이다. 항생제 덩어리인 그 것, 비정상적으로 성장해 낳은 그 것을 어떻게 아이의 입에 넣어 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닭의 복지를 생각하는 가랑뫼 농장에서는 닭들이 먹는 음식부터 남다르다.
오전에는 유기농 청초를, 오후에는 전북 고창군에서 가져온 황토와 전남 구례군에서 가져온 우리밀기울, 그리고 전남 신안군 신의도에서 가져온 천일염 등 10가지 재료를 발효·배합한 것만 먹인다.

천혜의 자연환경에서 암탉과 수탉이 어우러져 낳은 정직한 유정란의 생산. 이것은 최생호씨가 농촌을 선택한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그것은 최생호씨에게 있어 의무를 넘어선 자부심이다.

#귀농은 오래된 꿈
2009년 12월28일. 보은군이라는 낮선 곳에 정착하기 전까지 최생호씨는 금융회사에 근무하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아니, '월급만으로 부자되기'란 주제로 강연까지 나섰던 유명 강사였다.
그런 그가 안정적인 직장을 뒤로 한 채 농촌을 선택했다.

"귀농은 오래된 꿈이었습니다. 한 50쯤 되면 농촌으로 가겠다고 마음을 먹었지만 그런 꿈을 가족과 공유하다보니 기회도 빨리 찾아오더라고요. 특히 아이들이 어렸을 때 농촌에서의 삶을 경험해주고 싶었습니다."

귀농의 꿈을 현실화하기 위해 그는 농림부에서 마련한 '즐거운 귀농학교'에 입학했다.
사회적기업 이장(대표 임경수)에서 귀농교육을 받으며 그는 '유정란'이란 새로운 아이템을 얻게 됐다.

"교육을 받으며 농촌에서 '유정란'이면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귀농 후에도 5개월은 전국에서 유명하다는 유정란 생산 농장이란 곳은 다 가 봤죠. 농장 견학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게 됐고, '전국 최고의 유정란 생산'이라는 목표도 갖게 됐습니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보은군을 귀농지로 선택한 것도 '전국 최고의 유정란 생산'이라는 목표때문이었다.
"제 고향이 전라도 순천이지만 서울·경기지역 소비자를 대상으로 유정란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중간 지점이 좋을 것이라 생각해 충청도 지역에 정착하려 했죠. 그 중 보은군은 고속도로가 뚫리면서 교통이 좋았고, 마침 지금의 농장도 구할 수 있었죠."

귀농 후 이제 1년.
본격적인 준비는 이제 막 끝냈다. 그의 말대로 앞으로 더욱 무수한 얘기들이 펼쳐질 듯 하다.
"귀농은 낭만도, 막연한 꿈도 아닙니다. 치열한 현재의 삶이 그 장소만 바뀌어져 펼쳐질 뿐이죠. 하지만 그 모든 주체가 나와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 있고, 나머지는 모두 우리 하기 나름이라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긍정적이고, 희망을 가득 품은 마음으로 자연에 순응하며 차근차근 나아가는 지금의 모습이 가장 행복하고 평온한 모습이라는 최생호씨.

아내 한은숙(39)씨, 동혁(동광초 5), 수현(동광초 3) 두 자녀와 보은읍 강산리 산골짜기에서 가족 모두의 꿈을 향해 한 발자국씩 내딛고 있는 최생호씨의 얼굴에 비친 환한 미소는 아직도 남아있는 우리 농촌의 희망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