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로컬푸드(완주군)
④로컬푸드(완주군)
  • 송진선 기자
  • 승인 2010.08.26 10:16
  • 호수 6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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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미래, 농촌사회 활력, 로컬푸드에서 찾다

◆왜 로컬푸드인가
우리의 밥상을 글로벌 푸드에 의해 잠식당한지 오래고 먹을거리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멜라민 분유, 인공계란, 공업용 기름이 첨가된 참기름, 고추쓰레기로 만든 고춧가루, 광우병 파동 등 우리의 밥상을 위협하는 위험 요소들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중국산 양파, 당근, 마늘, 도라지는 910㎞ 거리에서, 일본산 명태는 1천160㎞ 떨어진 곳에서, 필리핀 파인애플은 2천610㎞ 등등. 누가, 어디서, 어떻게 만들었는지 조차 모르는 식품이 우리나라, 그리고 우리 밥상에 올라오는 데는 지구 한바퀴 거리에 해당하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환경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개방농정으로 인해 농가소득은 자꾸 들어들면서 도농격차가 확대되고 이촌탈농으로 농촌은 초고령사회가 됐고 농촌사회는 붕괴되어가고 있다.

그 대안으로 로컬푸드가 주목을 받고 있다.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하는 유통체계 개선뿐만 아니라, 소비자는 안전한 식품을 먹을 수 있으며 일반 농산물의 유기농전환, 양극화 해소, 소득증대,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로 까지 연결될 수 있다. 식품 이동경로를 축소함으로써 경비 절감뿐만 아니라 환경보호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보통 로컬푸드를 50㎞이내에서 생산된 먹을거리로 정의하거나 정책적 편의를 위해 지자체의 행정단위로 설정하는데 단순한 생산자와 소비자와의 거리만을 따져서는 안된다.

로컬푸드가 농민들에게 안정적 소득을 보장해주고 식품의 안정성을 보장한다는 의미에서 생산자와 소비자간의 사회적 거리를 말하기도 한다. 중간 유통단계가 없어지고 직접적 신뢰가 형성돼야 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도 생산자를 알고 생산방법을 알 수 있고 궁금한 것은 직접 물어볼 수 있는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로컬푸드의 본래 취지다.

로컬푸드는 완주군의 로컬푸드 약속 프로젝트를 비롯해 강원도 원주시의 새벽장터나 평택의 평생평소, 서천군의 얼굴있는 먹거리 생산자 조합, 강화군의 콩세알나눔센터 등이 대표적 사례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소비자들이 먹을거리 운동 차원에서 하고 있는 것과 달리 완주군의 로컬푸드 정책은 지자체가 중심이 돼 농업, 농촌발전을 위해 전략적으로 추진한다는 점에서 이채를 띤다.

인구 8만4천여명, 예산 4천172여억원 중 농업예산 1천억원 규모, 재정자립도 21.54%인 완주군의 로컬푸드 사업과 같은 농촌활력 사업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08년 완주군은 농업기술센터 내에 농정기획단 정책팀을 구성한 후 순수 군비만 500억원을 투입하는 농업농촌발전 약속프로젝트를 수립한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간 500억원을 투입해, 생산혁신, 유통혁신, 경영혁신, 농촌활력 증진, 복지혁신 등 5대분야 12개 시책을 추진한다는 것.

로컬푸드는 이중 유통혁신 분야의 핵심 사업으로 100억원을 투입해 10년 이내 지역농산물 50% 이상을 로컬푸드 사업으로 유통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완주군은 이같은 5대분야 12개 시책의 추진을 위해 민선5기 들어 지난 7월 농정조직을 개편했다. 본청의 농축산과를 농업기술센터와 통폐합하면서 농업정책, 마케팅 지원, 친환경 농업, 축산진흥 부서를 농업기술센터로 이관했다. 기술센터를 확대 재편한 것이다.

대신 본청에는 새로운 조직인 농촌활력과를 신설했다. 활력과에는 마을회사 육성, 농정기획, 로컬푸드, 도농순환, 지역일자리, 커뮤니티비즈니스 업무 부서를 두고 있다.

직제개편에서도 알 수 있듯이 완주군은 지자체가 앞장서서 생산자와 소비자가 꿈꾸는 행복한 밥상, 로컬푸드를 정책적으로 추진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완주군은 이같은 약속프로젝트를 성공시키고 농촌 활력의 거점 공간으로 지역경제순환센터를 만들었다.
7년 전 폐교된 고산면 삼기리 삼기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해 올해 6월 로컬푸드 센터를 비롯해 마을회사육성센터, 도농순환센터, 커뮤니티비즈니스센터, 공감문화센터 역할을 담당한다.

센터의 기능이 위에서 밝힌 군청 농촌활력과 부서와 같은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는 행정과 주민간의 연결고리, 즉 대민접촉도를 높이겠다는 계획 하에서 출발 것이다.

전명주 도농순환센터 팀장은 "공무원의 경직된 마인드로는 추진이 어려운 부분이 있을 수 있는 것을 감안해 민간 전문가가 주민과 행정사이에 들어가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과 협력해 더 빨리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되는 부분이다.

현재 로컬푸드, 마을회사 육성, 도농순환, 커뮤니티비즈니스, 공감문화센터 등 완주 농촌활력을 위한 각종 사업들이 서로 맞물린 톱니바퀴가 되어 지역경제를 순환시키고 있다.

 

◆복지·로컬푸드 동시 실현
생산을 위한 소비, 소비를 위한 생산의 조직화를 전략으로 하고 있는  완주군 로컬푸드는 소농살리기 운동, 복지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여성농, 고령농, 가족농 등 농촌사회의 약자인 이들은 기업농, 대농에 비해 유통이나 판로를 확보하고 있지도 못하고 제대로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중앙정부도 손을 놓고 있는 이들 소농의 문제를 복지문제로 접근해 로컬푸드를 추진한 것이다.
이러한 전략 속에서 가장 먼저 추진된 사업은 농촌복지형 모델인 두레농장이다. 이는 노인들과 도시에서 귀농한 젊은 층을 위한 공동생산 시설로 노인들에게는 소일거리를 제공해 식사와 생활비를 마련할 수 있게 하고 건강한 생활을 유지시키며 젊은 귀농인에게는 지역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2009년 6월 시작된 두레농장은 거동을 할 수 있는 노인들 대부분 일을 하는데 상추, 딸기, 적양파, 참기름, 들기름, 참나물 등을 다양한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뿐만 아니라 유정란, 공동축사 한우 사육 등 현재 4개소의 두레농장 사업이 전개되고 있다.

5년 후 자립을 목적으로 농장 수익의 10%는 적립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70여개 마을의 특성에 따라 생산, 가공 등의 시설을 갖춘 2, 3호 두레농장과 같은 생산단지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두레농장이 시작되면서 노인일자리창출, 노인복지 실현, 귀농 인큐베이터, 로컬푸드 기획생산 단지화가 가능해지는 효과까지 거두고 있다.

이로인해 농촌체험관광 등 다양한 마을 사업도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완주군은 다양한 가공 농식품을 발굴해 향후 4년간 마을회사 100개소를 만들어갈 계획이다.

 

◆로컬푸드 유통의 다양화
지난 5월에는 로컬푸드, 가까운 거리의 얼굴있는 먹을거리 실천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영농법인 '건강한 밥상'도 출범시켰다.

13개 읍면의 마을 지도자들로 구성된 이 영농법인은 장터운영의 대행역할을 맡아 직거래 장터와 꾸러미 사업 등 단계적으로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두레농장, 공동체에서 생산한 다품목 소량의 농산물을 수거해서 직거래 장터에서 판매를 하고 있는 것이다. 또 시범적으로 공무원을 대상으로 1주일분의 식재료를 주문에 의해 공급하는 방식의 꾸러미 사업을 통해 유통시키고 있다.

2009년 모악산과 군청사 등 2곳에 주말을 이용해 9개 마을 30농가가 참여하는 장터를 개설해 4천500여만원의 운영실적을 냈는데, 조만간 봉동읍 아파트 단지에도 직거래 장터를 개설할 예정이다.

장터에 내놓은 농산물 가격은 도매가격, 마트가격 등을 감안해 농가와 법인이 협의해 결정하고 있으며, 장터에는 식품까지 포함해 100여 가지가 출품되는데 재고 농산물은 식당과 연계해 원가 수준에서 처리를 하고 있으며 결손액은 행정에서 지원을 하고 있는 체제다.

또 학교와 군부대, 식당에까지 소비자층을 점차 확대해가고 있으며 인구 6, 70만명의 인근 전주시까지 소비시장 영역을 확대하고 대도시 소비자그룹도 공략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로컬푸드 지원에 관한 조례도 입법예고 중이다. 또 전북도내 학교급식 식재료 공급을 위한 전진기지가 될 학교급식지원센터를 완주군에 설치하도록 하기 위해 학교급식지원센터 설립 정책적 건의를 하기도 했다. 비빔밥 클러스터 사업에 식자재 공급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완주군 나영삼 센터장은 "로컬푸드 실현을 위해 3가지 필요충분조건을 갖춰야 하는데 생산의 조직화, 소비의 조직화, 물류의 조직화로 로컬푸드가 활성화되면 마을공동체 또는 지역공동체의 협업으로 필요한 품목을 주문해 생산해내는 계획 생산까지 가능하다"며 "완주는 현재 두레농장을 통해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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