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도깨비가 되지 않기 위하여
[칼럼] 도깨비가 되지 않기 위하여
  • 편집부
  • 승인 2019.02.21 11:53
  • 호수 4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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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환욱(교사/보은교육협동조합 햇살마루 이사)
 

손을 사용하는 것을 배운다는 것은 무언가를 만들 수 있게 할 뿐만 아니라 살아있는 전반에 걸쳐 재주 있는 사람으로 만든다고 합니다. 손을 사용하는 것은 인간에게 매우 중요합니다. 솜씨와 유연함을 갖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인간관계의 시작과 끝도 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측면에서 인류의 운명은 손 안에 달려있습니다. 우리의 운명도 손 안에 쓰여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은 손으로 운전, 컴퓨터, 스마트폰, 장난감 등 대부분 플라스틱을 만지고 있습니다. 유튜브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기도 하나 손은 화면을 누르기만 할 뿐입니다. 손의 중요성이 무척이나 격하되었습니다. 손의 솜씨가 점차 사라지고 있습니다. 사실 손을 사용하면서 능숙함을 경험하는데 말입니다. 그 결과 사람들은 자연에서 더욱 멀어지게 되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하는 일로부터도 멀어졌습니다. 무언가를 만들 때 사회전체가 함께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정신노동과 육체노동은 동일한 가치를 지닙니다. 의식주는 삶의 본질이며 이는 육체노동으로 얻어집니다. 하지만 국가 정치의 지배 구조와 근대적 산업생산 체제를 거치며 육체노동의 의미와 가치는 격하되어왔고, 근대 이후 국가적 학교 구조는 정신활동에 초점을 맞춘 귀족 교육과 노동활동에 초점을 맞춘 서민교육의 분리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노동과 정신의 분리 상황은 인간 삶의 정당한 전개와 발달에 치명적인 장애가 된다는 인식이 18세기에서 20세기 초엽에 결정적이었습니다. 즉 '손'의 교육인간학적 의미가 발견되었는데 이것이 오늘날 '노작교육'으로 알려져 왔습니다.

노작교육은 손으로 대표되는 육체적 활동이 정신적 차원과 함께 작용할 때 삶 전체에서 구현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통찰을 함축합니다. 손과 몸을 사용하는 활동이 학문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미적체험을 경험케 하며,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주관성을 내려놓고 여러 주체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또한 자연물을 통한 깊은 노작과정에서 일체감을 느낍니다. 자신 속의 진정한 나를 경험합니다. 왜냐하면 이 과정은 일종의 명상과 같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정신과 몸은 서로 얽혀 인지적, 심미적, 도덕적, 종교적 차원 등의 유기적 역동성을 가집니다.

또한 오늘날의 사람들은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이기도 합니다. '남에게 피해주지만 않으면 되지 뭘 그러냐.'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인간이 사회적 동물임을, 혼자서는 살 수 없음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결국 배움의 이유는 나를 잘살게 하고 남도 잘살게 하는 것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노작은 좋은 대안입니다. 노작을 통해 나 아닌 다른 존재의 요구에 공감하게 됩니다. 공감의 대상은 여러 가지가 될 수 있습니다. 동료가 될 수도 있고, 재료와 디자인에 대해 공감하면서 공감능력을 연습할 수 있습니다.

이런 좋은 글들을 가지고 온 것은 이쯤에서 광고를 하나 하려는 것입니다. 손을 부지런히 사용하여 무엇인가를 배우고 만드는 과정은 실제로 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고 이는 스스로 제 앞가림을 할 수 있는 인간을 만드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러한 기반을 조금이라도 다져주기 위한 교육을 만들어가려고 합니다. 의식주를 모두 앞가림 할 수 있으려면 먼저 필요한 도구들을 직접 만들 줄 알아야 합니다. 자연 상태의 나무로 수저를 만들 줄 알아야 합니다. 나무를 깎고 다듬는 것으로 완성이 되기도 하고, 때론 그들끼리 합을 맞추는 과정을 통해 가구가 만들어지며 상상 또한 실현될 수 있음을 몸소 체험합니다. 나무로 글을 표현하기도 하고 그리고 나무건물도 지어봅니다. 말은 아주 거창해보이지만 실제론 아이들에게 소박한 목공교육을 제공하면서 손에서 머리까지 이어지는 유기적인 경험을 제공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특히 목공을 선택한 것은 무엇을 만드느냐 보다 작업하면서 얻는 경험 그 자체가 의미가 있고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목공은 영혼의 표현이고 따라서 그 과정은 자신의 영혼이 요구하는 것과 나무라는 물질의 상호작용으로 탄생한 작품이며 곧 예술가의 작업이라고 하더군요. 손, 가슴, 머리가 부드럽게 협업하여 새롭고 의미 있는 것을 만들어내는 과정, 즉 물질세계와 능숙하고 창조적으로 교감하는 과정에는 인간의 본성을 깊이 만족시키는 무언가가 존재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손과 정신, 몸이 함께 하는 상호적인 노작과정에서 학생들은 다양한 진로도 자연스럽게 체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에 대해서는 추후 자세히 안내를 하겠습니다.

일소공도. '일만 하면 소, 공부만 하면 도깨비'라고 하는데 지금 이 나라엔 소가 아니면 도깨비 뿐 인간은 없다고 합니다. 공부만 죽어라 했던 아이들이 자라서 끔찍한 도깨비가 되어 나라를 혼란스럽게 하는 것을 많은 이들이 보았습니다. 우리는 도깨비가 되지 않기 위한 인간다운 교육을 조금씩 마련하는 것이 어른들의 책무라 생각합니다.

강환욱(교사/보은교육협동조합 햇살마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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