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蔘)남자 이충근 청년농부의 새로운 도전
삼(蔘)남자 이충근 청년농부의 새로운 도전
  • 편집부
  • 승인 2019.02.14 10:32
  • 호수 47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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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건강을 담은 홍삼차 전문 '카페삼차'
 

"카페삼차는 농업입니다"

 "...?"

3년전 본보에 인삼농사를 짓는 청년농부로 소개됐던 이충근씨가 카페삼차를 설명하는 말이다.

카페삼차가 다양한 인삼차를 파는 가게라는 말로 소개할 거라는 기대감에 어긋나는 말이다.

"보은은 농업군이에요. 보은에서 생산되는 건강한 먹거리가 널리 알려져 희망을 일구는 농촌이 됐으면 하는 바램으로 시작했어요" 올해로 29살이 된 이충근(장안 봉비리)씨는 대학시절에는 주말과 방학을 이용, 졸업후엔 전업농부로 뛰어든지 8년차 된 청년농부이다.

정직하게 농사 지어 건강을 헤치는 먹거리가 아닌 건강을 지키는 먹거리를 생산한다는 것이 현실에서 얼마나 힘든지를 체감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인삼을 재배할 때 화학비료를 옆면시비하지 않고 키워야 건강하고 알찬 인삼이 되는데, 금산시장에 납품할 때 가보면 화학비료를 사용한 거나 안한거나 구분없이 가격이 무게, 수량에 따라 매겨지니 양심을 지킨다는 것이 농민들에게 얼마나 힘든 일이겠어요" 뿐만 아니다. 90년대에 평당 2만2천원 인삼량이 현재는 2만1천으로 내려갔다. 반면 각종 자재비와 인건비는 적게는 5~6배에서 10배 이상 올랐으니... 농촌에 희망이라는 것이 존재할까.

# 그는 카페인삼에서 새로운 농업을 일구고자 가게문을 열었다.

카페 안은 '세련된 인삼밭'을 연상케 했다. 검은색의 천장과 인삼밭 지주목을 닮은 조명, 인삼밭에서 가꾼 보리와 목화솜이 멋을 한층 더한다.

"홍삼진액차와 인삼라떼, 삼차슈페너가 특히 인기에요" 생크림에 인삼가루를 썩어 만든 슈페너, 무농약으로 재배한 보리미숫가루도 빼놓을 수 없는 단골 메뉴다. 무엇보다 화학비료없이 볏짚농법, 자연과 사람이 함께 건강해지는 것이 최고의 농법이라는 철학을 갖고 생산한 인삼, 5년근의 정품으로 만든 홍삼차에는 깊은 향이 있다.

여기에 붉은 인삼딸기로 만든 진생베리차와 하얀 인삼꽃으로 만든 인삼꽃차, 홍삼유자차, 홍삼밀크티 등을 한과와 홍삼으로 만든 정과를 겹들여 마실 때 그 맛이 일품이다.

또 먹기 편하도록 만든 홍삼스틱과 어르신 선물으로도 그만인 홍삼농축액도 판매한다.

"모든 레시피를 직접 연구하고 메뉴 개발도 직접 했죠" 그는 어떠한 도움없이 자력의 힘으로 카페를 연 것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전국적으로 인삼카페는 손가락 안에 꼽히지만 정관장에서 운영하는 카페는 인삼은 곁다리에 지나지 않고, 금산에 있는 카페는 가게세 전액과 시설비 일부를 금산군 보조를 받았다고 한다.

"카페를 여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보은을 방문한 분들께 좋은 차를 대접하고 싶어요"

# 8년의 인삼농사를 지으며 그는 밤으로 SNS를 통해 농사일기와 제품을 홍보했다.

'SNS의 꾸준한 홍보를 통해 고객들의 신뢰가 많이 쌓였겠네요?'라는 우문에, 충근씨는 "저희 홍삼을 드셔본 분들이 재구매를 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다는 것에서 보람을 느끼고 있어요"라는 현답을 한다. 건강한 먹거리는 말보다는 몸으로 먼저 안다라고 그는 생각한다. 때문에 그는 최근 종편의 인기프로그램인 '천기누설'과 '서민갑부'에도 출연 제의를 받았지만 모두 거절했다.

"홍삼 몇 번 먹었다고 해서 갑자기 건강이 좋아질리도 없고, 갑부도 아닌데 출연한다면 사기치는 것 같아 내키지 않았어요" 천기누설에 한번 소개된 먹거리는 다음날 홈쇼핑에서 '대박'으로 이어지는 공식에도 그에게는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다.

"아버지는 30년 동안 정직하게 인삼농사를 지으셨어요. 저는 그런 아버지를 보면서 농사철학을 배웠고 저 또한 초심을 잃지 않고 한걸음씩 걸음을 떼려 합니다" 그래서 일까? 그는 아버지의 노하우와 자신의 경험에 안주하지 않고 농업마이스터대학(인삼 전공)을 농사 틈틈이 2년간 다녔다.

"인삼공부하는 동안, 또 지금은 카페로 인해 아버지의 일이 많이 늘어났죠. 제가 농업에 전적으로 뛰어들면서 농사규모도 늘렸는데 죄송할 따름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가고자 하는 길이 원칙을 벗어나지 않는다면 시도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는 것에 감사하죠"라며 눈빛이 아련해진다.

"캐나다는 농민들은 인삼농사만 지으면 돼요. 나머지 가공, 유통, 판매는 국가가 모든 것을 책임지고 세계의 홍삼시장인 홍콩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죠. 솔직히 부러워요" 연로하신 부모님이 일년에 인삼밭 한곳에서만 10회가 넘는 풀매기 작업을 하는 모습을 보며, 그는 지금 개척하고 있는 일을 포기할 수가 없다.

"대추를 비롯해 보은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농산물을 카페와 연계해 계속 확대하고 싶어요" 보은을 방문한 사람들이 보은의 우수한 농산물을 맛보고 그 값어치를 소중히 여겨주기를 기대한다.

"농민들은 생산만으로도 이미 노동한계량을 넘고 있어요. 그런데 사회는 자꾸 6차산업을 강요하고 있죠" 농업은 민족의 근간이 되는 산업임에도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현실에 버거워하면서도 그는 자신과 같은 젊은 사람들이 길을 열어 나만 잘사는 농촌이 아니라 모두가 더불어 살 수 있는 농촌을 꿈꿔본다.

"인삼카페 연다니까 주변에서 다들 말렸어요. 커피숍이 줄지어 늘어나는데 안된다고... 그러나 저의 카페인삼은 카페로 그치는 것이 아니에요. 보은의 농업을, 우리의 농업에서 희망을 찾고자 힘들지만 개척하는 거에요"라고 힘주어 말하는 그에게, 3년전 26살의 나이에서 느꼈던 대견함보다 가슴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무게감이 한층 더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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