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요제 대상 가수 전종배씨, 그는 보은인이다
대학가요제 대상 가수 전종배씨, 그는 보은인이다
  • 송진선 기자
  • 승인 2019.01.31 10:21
  • 호수 47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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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짬이 음악활동하면서 벽지리에서 꾸지뽕 농장 운영
 

7080 대학 캠퍼스는 낭만의 상징이었다. 장발에 통기타, 블루진바지는 하나의 문화코드였다. 대학생이라는 것만으로 그 어떠한 일탈도 낭만이라는 예쁜 눈으로 봐라봤던 시대, 그 당시 가수의 등용문인 대학가요제는 낭만의 집산지였다. 대학가요제 수상 곡은 유명가수 못지않는 인기를 끌었다.

대학가요제가 생긴 이듬해인 1978년 2회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받은 부산대학교 7인조 노래동아리 썰물의 '밀려오는 파도소리에'는 중고생들도 흥얼거리는, 지금의 아이돌그룹 버금가는 인기를 누렸다.

'~밀려오는 파도소리에 단잠을 깨우고 돌아누었나~' 그룹사운드 '썰물' 멤버였던 전종배(63)씨가 보은에 귀촌해서 살고 있다는 소식을 우연찮게 접한 후 "와 대박"을 외쳤다.

시끌벅적한 커피숍에서 만난 전종배씨 첫인상은 베레모를 쓴 깔끔한 슈트차림이 한눈에 봐도 도시인 같았다.

부산사람이 보은에 둥지를 틀고 살고 있는 스토리가 궁금했다. 도대체 왜, 어떻게 해서 실력파 가수 전종배씨가 보은에 적을 두고 살게 됐을까?

#현대산업개발 전종배 상무님

좋아하던 노래도 잠시 접고 대학 졸업 후 그가 간 곳은 건설회사. 우리나라 경제상황이 좋지 못했던 70년대 공대를 진학해 중동 등 외국이나 건설회사에 입사에 돈 버는 것이 거의 정해진 순서였다. 전종배씨도 대학가요제는 추억으로 끝내고 건설사에 입사했다. 토목분야라 전국 공사현장은 다 다녔지만 그중 특히 대전 충청권에서 주로 근무했다. 경부고속도로 금강휴게소 구간 선형개량공사도 담당했다. 서천~공주간 고속도로 현장도 담당했고 청주 용암2지구 택지도 개발하는 등 토목사업본부 영업 및 설계담당 상무로 있는 등 잘나가는 대기업 임원이었다. 슬하의 자녀들도 대전에서 학교 공부를 마쳤을 정도로 대전이 제2의 고향이 됐고 그곳에서 가까운 시골에 전원주택 짓고 텃밭 가꾸며 사는 퇴직 후의 삶도 설계하게 됐다.

그러던 차에 행정수도, 세종시 사업이 터졌고 부동산중개업소에서 보여준 도면만 보고 묻지마 투자를 했다. 덜컥 구입한 탄부면 벽지리 600평 땅은 진입로도 없었던 맹지였다.

#뭉게뜰농장, 올해는 덜 열심히 하자

농지를 구입한 후 대전에서 왔다 갔다 하며 벽지리에 정을 붙였다. 이웃 주민에게 땅을 부치게 하고 농사짓는 것도 곁눈질 했다. 무슨 농사를 지으면 좋을까 주변에 도움도 받아서 결정한 것이 꾸지뽕이다. 뭉게뜰 농장이름도 짓고 영농교육도 받았다. 꾸지뽕 70주를 식재해 지난 17년 첫 수확을 했는데 매출이 100만원에 불과했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30만원 밖에 올리지 못했다. 처음 묘목 업자에게 꾸지뽕을 소개받았을 때 식재 4년차부터는 나무당 10만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고 했으나 올해가 바로 묘목 업자가 얘기한 4년차 되는 해인데 업자의 말은 장밋빛에 그칠 것 같다.

그래도 꾸지뽕을 심은 골 사이사이에 감자, 고구마, 옥수수, 땅콩, 토마토, 배추, 상추, 도라지도 심어서 밥상에 올리고 지인들에게도 보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 중에서 예쁘고 잘생긴 것들만 골라서 보내주면 잘 받았다고 인사 문자도 받고  만났을 때는 농산물 값이라고 10만원, 30만원을 손에 쥐어주기도 한다. 안 줘도 그만이지만 농기계 없이 삽으로 밭을 일구고 농약은 최대한 치지 않고 화학비료도 생략하며 힘들게 농사지은 것을 알아주는 지인들이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농사의 농자도 모르고 농사꾼이 된 전종배씨는 열심히 하는 만큼 나무도 혹사당하는 것 같아서 올해는 덜 하자는 목표를 가졌다. 수확보다 농장에서 식물이 크는 것만 봐도 힐링이 되는 것 그 자체를 즐기자는 목표를 세웠다. 바람도 느끼고, 하늘도 보고, 새소리도 즐기며 자연생활을 최대한 즐기자는 게 전종배씨가 가진 올해의 목표인 것이다.

하지만 1월 중순만 넘어서면 농촌은 다시 새해 농사를 시작한다는 것을 몸으로 체득한 전종배씨. 요즘 뭉게뜰농장에 나가 두엄을 내고 대추나무, 구지뽕나무 가지치기를 한다. 이렇게 열심인데 너무 열심히 짓지 말자는 올해 목표가 지켜질지 모르겠다.

#숨 쉬듯 음악이 흐르는 생활

농장에서 상당 시간을 보내는 동안에도 그의 손에 들려져 있는 것이 기타다. 두엄을 내다 힘들면 기타 줄을 튕기며 노래를 불러 재낀다. 바람소리마저 화음으로 들리니 자연에서 부르는 노랫가락은 귀를 더욱 즐겁게 한다. 대학가요제 대상을 받은 후 물밀 듯 들어오는 섭외도 마다하고 직업가수의 길은 접었지만 그래도 음악을 접은 것은 아니었다.

1년에 한두 번씩 공중파방송을 통해 7080세대 관련 콘서트를 하고 지역에서 열리는 콘서트에 초청돼 간간이 무대에 오르고 대학 노래동아리 기념행사에 초청돼 노래를 부르는 기회는 계속 이어기고 있다.

작곡활동도 계속해 음악이 녹슬지 않게 했다. 대기업 건설사에 근무하면서도 직장인 밴드, 합창단에서 활동했는데 은퇴 후 보은으로 귀촌한 지금 음악활동을 이어가지 않을 리 만무하지 않나?

화요일엔 드럼을 치고 목요일엔 시니어 합창단원으로 활동하고 목요일 저녁엔 하모니카를 부른다. 대단한 정열이다. 수려한 연주 실력이지만 도드라지게 하기 보다는 회원들의 화음 속에 묻히길 바라고, 회원들이 소리를 바르게 내게 도와주고 화음을 받쳐주는 역할에 만족한다.

전종배씨는 맘에 맞는 사람들과 함께 봉사동아리를 만들어 2개월에 한 번씩 위문공연을 하며 사람들과 인연을 맺는 즐거움으로 전원생활을 즐기고 있다.

지난 연말에는 보은민예총과 함께 보은고등학교에서 동지제를 가졌고 연초에는 성모병원 환자들을 위한 위문공연도 했다.

콘서트 좌석 전석이 삽시간에 판매될 정도로 이름값을 하는 큰 가수가 펼치는 작은 무대를 주민들은 바로 눈앞에서 보는 호사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농장에 비닐하우스를 치고 악기 차려놓고 삼겹살 구이까지 곁들인 하우스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낭만적이긴 하지만 현실은 고됨으로 다가와 현재는 중단한 상태다. 하지만 농장이든, 문화원 시청각실이든 작은 음악회를 열겠다는 유효한 꿈은 계속 꾸고 있다.

벽지리 농장 한쪽에 놓은 컨테이너 음악작업실에서 작곡하고 노래하는 행복때문에 추운 겨울에도 농장으로 향하는 발길은 멈추지 않는다.

#민화 그리는 아내와 부르는 부부별곡

기타치고, 드럼치고, 하모니카 부르며 낭만을 노래하는 전종배씨. 그의 아내 신현옥(61)씨는 그림을 그린다. 특히 민화는 수준급. 전승공예대전 민속분야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 번 그림에 빠지면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몸을 혹사시켜 신현옥씨는 보은으로 이사를 오고 나서 잠시 쉬면서 여행도 다니고 푸성귀를 가꾸고 있다. 도시와는 다른 여유의 맛을 느끼는 중이다.

전종배씨는 "대형 의료시설, 쇼핑시설에 익숙해져 있는 귀촌한 사람들에게 시골은 다소 심심하고 불편함을 주기도 하지만 좋은 이름 보은에서, 미세먼지 걱정 덜하고, 차량통행이 원활해 운전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가까이에 속리산 오리숲길이 있고 농약 안친 푸성귀를 가꿔 먹는 것이 이렇게 좋구나라는 것을 매일 느끼며 살고 있어요"라고 말한다.

농장 하우스든, 작은 공연장이든 친구들, 좋은 사람들 초청해 라이브 콘서트 갖는 꿈을 더 빨리 실현할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파도소리 같은 그의 노래와 별처럼 도란대는 하모니카 소리, 기타소리를 들으면서 행복해 하는 사람들이 앙코르를 신청할 것이다. 제2회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받은 썰물의 전종배씨의 노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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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진 2023-01-23 15:56:12
밀려오는 그 파도소리에 단잠을 못이뤄 돌아누웠나~~~ 아! 정말 그립습니다. 그때 그 시절이... 청주와 가까운 곳에 계신다는 이 글, 가슴 먹먹 합니다. 그 시절이 다시 그리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