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화수 보은황토배영농조합 사무장
장화수 보은황토배영농조합 사무장
  • 김선봉 기자
  • 승인 2019.01.23 22:30
  • 호수 47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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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향기가 있는 사람

보은황토배 수출협의회의 사무장이자 두아이의 엄마인 장화수(이평)씨는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향기가 있는 사람이다.

배수출 관련 업무를 맡은지 2년에 지나지 않지만 장화수씨로 인해 작은 변화들이 생겼다.

"첫해에는 수출업무를 파악하기조차 버거웠는데, 이제는 좀 익숙해졌어요"라고 말하는 그녀는 보은의 엄마들과 배농가를 연결해주는 중요한 고리가 됐다.

"작은배들은 수출배로 상품가치가 떨어지는데, 집에서 아이들에게 깎아 줘보니 좋더라구요" 큰배는 남기게 되는데, 작은배는 한자리에서 먹기에 그만이다. 생각 끝에 그녀는 '보은맘' 밴드를 통해 홍보하기 시작했다. 콘티박스 한가득 1만원이니 엄마들은 생과일로 즐기고 배즙을 내 겨울철 감기예방으로도 많이 활용했다. 또 화수씨는 육아로 바쁜 엄마들을 위해 믿을만한 건강원을 찾아 첨가물 없이 100% 원액을 그대로 맛볼 수 있도록 하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는 배농가들에게도 도움이 됐다. 작은배들은 건강원이나 대형가공업체에서 가져가는데 배봉지를 모두 제거해야 가져간다니, 바쁜 농민들이 그 일을 할 새가 없었던 것이다.

"사무실에 있다보면 손님이 많이 오는데, 특히 전국을 돌며 좋은 배를 선별하는 바이어들이 보은배를 유난히 맛있다고 해요" 보통 다른 배즙은 시원한 맛 정도인데, 보은황토배즙은 유난히 달아 그들도 놀라워 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다. 그녀는 배를 감쌌던 배봉지를 엄마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소각장에서 태워보니 화력이 상당하더라구요" 때문에 화목보일러를 사용하는 지인에게 물었더니 화목연료로 좋다는 얘기를 듣고 엄마들에게 무료로 나눠주기 시작했다.

"폐기물 수거업체가 가져가면 100만원 정도 들더라구요. 배수출이 잘 안되거나 올해처럼 냉해로 수확이 반토막 나는 배농가들을 생각하면 운영비를 아껴야겠다는 생각에 시작됐어요"라고 말했다. 그녀의 다양한 시도 덕에 배봉지를 압축하는 기계를 협회에서 샀고, 더 이상 처리비용이 발생하지 않아서 좋고, 폐자원을 연료로 사용하니 환경까지 지키는 것이 됐다.

어찌보면 그냥 넘길 수 있는 일을 화수씨는 자기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시도를 통해 농가와 소비자를 연결하고 일상 생활에서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일들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화수씨의 원래 꿈은 작가였다.

글쓰기를 좋아하고 책과 시를 특히 좋아한다. 고등학교 시절 가장 왕성한 작품활동을 했지만 대학과 취업, 결혼으로 한동안 잊고 지냈다.

"딸아이가 독후감 대회에 나간 적이 있어요. 그때 잊었던 글쓰기가 다시 생각나기도 했지만 지금은 엄두가 나질 않아요"라고 웃어 보였지만 눈가 너머로 아련한 빛이 흘렀다.

책을 좋아하고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기 위해 도서관에 자주 들렀던 그녀는 보은도서관에서 오랫동안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유치원에서 단체로 오는 아이들을 위해 책읽어주기 등의 재능기부를 아끼지 않았다.

"지금은 배수출 일을 하면서 짬을 내 아이들 옷만들기를 종종 하고 있어요" 그녀는 홈패션 자격증을 소지할 정도로 옷만들기에 수준급의 재능을 갖고 있다. 저렴한 원단으로 만든 옷은 아이들이 흙놀이나 물감놀이 할 때에도 맘껏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인터뷰하는 동안 어색했어요. 그냥 제 자리에서 조금 더 생각했을 뿐인데..."라며 미소를 보이는 그녀에게 향기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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