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디더라도 제대로 가야"
"더디더라도 제대로 가야"
  • 류영우 기자
  • 승인 2010.08.19 10:15
  • 호수 6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구자인 박사가 얘기하는 '마을만들기 성공 원칙'

현대의 도시중심적인 체계는 우리의 농촌을 황폐화시켰고, 수입개방의 물결은 사람들로 하여금 우리 농업과 농촌에 희망이 없어졌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충분했다. 하지만 이런 비정상적인 사회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진단과 함께 인간과 생명이 존중되는 전통적인 농촌의 공동체문화속에서 '희망'을 찾자는 움직임이 힘을 얻어가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진안군은 농촌에서 희망을 찾기 시작했다. 비록 인구 2만4천명에 불과한 낙후된 오지이고, 전국 지방자치단체 낙후도 평가에서 하위에 속한 진안군이 새로운 변화를 꿈꾸고 있는 것이다.
풀뿌리 작은 마을을 중심으로 지역에 정착할 '위대한 평민'을 길러내겠다는 시도가 바로 진안군에서 이루어지고 있었고, 그 변화의 중심에 구자인(45) 박사가 있었다.

 

◆주민속으로
농촌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그의 생각은 다른 사람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도시화에 따른 농촌의 공동화 현상은 거스를 수 없는 사실이며, 대응하는 속도가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고령화 사회도 농촌사회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할 하나의 과정이라는 것이다.
이런 농촌의 현실속에서 그는 '희망'을 찾아 나섰다.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도시계획석사, 일본 돗토리대학에서 농학박사 학위를 받은 그가 그 화려한 경력을 뒤로 한 채 2004년 지역의 작은 소도시 진안군을 선택한 이유도 바로 농촌에서 희망을 찾겠다는 의지에서였다.

그는 사람과 사람, 지역과 지역이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나갔고, 농촌에 대한 낭만적인 환상을 그려내기 보다는 오랜 기간 동안 축적된 연구 성과를 토대로 우리의 농촌을 진단했다.
지역 발전을 주민들이 주도해 나가는 그런 사회가 바로 구자인 박사가 꿈꾸는 '희망의 농촌'이다.

 

◆스스로 하는 학습활동 강조
그런 그가 진안군 10년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마을만들기를 시작하려는 지역을 위한 기본 원칙'을 제시했다.

그 첫 번째는 바로 시작하고자 하는 사람 스스로 학습활동을 열심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둘째 토론과 합의를 중시하며 천천히 시작해야 하고, 셋째 함께 할 일과 따로 갈 일을 잘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을일은 '열 사람이 함께 한 걸음'을 걷는 일이라는 말과 함께.

넷째 민간과 행정이 협력관계를 구축해야 하고, 마을 자치 정신에 입각하여 주인공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로를 잘 이해하고 누군가에 의존해서는 결코 마을만들기는 성공될 수 없다는 것이다.

행정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시기를 잘못 판단하여 무리하게 사업을 신청하지 말아야 하며, 충분히 공부하고 토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사업 신청 전에 누가, 무엇을 할 것인지 역할분담을 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을 리더 몇몇에게만 의존하면 결코 성공할 수 없으며, 사람이 부족한 마을이라면 귀농, 귀촌, 귀향을 적극 권장하면서 사업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안군도 이제 10년에 불과합니다. 해 놓은 성과라야 어쩌면 단순한 시스템 몇 가지에 불과하다고 말씀드릴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도 가야 할 길은 멀고, 풀어야 할 숙제도 많습니다. 하지만 진안군은 '더디 가더라도 제대로 가는 길'을 걷고자 합니다. 그 길에서 모두 함께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그래서 마을을 살리고 농촌을 살리는 길을 함께 열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