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새해를 맞으며
2019 새해를 맞으며
  • 편집부
  • 승인 2019.01.03 10:01
  • 호수 47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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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황균

기해년(己亥年) 새해가 밝았다. 황금돼지의 해다. 황금돼지의 기운을 받아 우리 보은 군민 모두가 복 많이 받으시고 행복과 건강이 넘치는 한 해를 맞이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해 본다. 돼지의 종류가 여러 가지이듯이 돼지의 해도 같은 돼지해가 아니라고 풀이들을 한다. 2007년 정해년에도 황금돼지의 해라고 법석을 떨었지만 실은 정(丁)은 붉은 기운을 뜻하여 붉은 돼지의 해였고, 기(己)가 누런 흙의 기운이라 하여 올해가 진짜 황금돼지의 해라는 것이다. 연년 세세로 내려오는 전통의 힘이 얼마나 강한가. 아직도 툭하면 점집을 찾고, 명당을 찾아 산소를 쓰고, 대행업체를 들이대서라도 벌초를 꼭 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고 보면, 우주의 기운은 우리 인간이 전혀 땅띄엄도 할 수 없는 것으로 도외시할 일은 아닌 듯싶다. 더구나 무슨 해다 하면 출산율도 눈에 띄게 높아지는 경우를 보면 전통을 논리로만 해석 할 일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들은풍월이지만 올해는 땅과 물의 기운이 살아나는 돼지의 해이니 이 기운을 거스르면 별로 좋을 것이 없다는 것이 토정비결의 점괘라고 하고, 세상사가 잘되는 듯 하다가 안 되기도 하고, 잘 안 되는 듯 하다가도 그럭저럭 잘 되는 해이니 새로운 일을 찾는 것보다는 하던 일을 꾸준하게 해나가는 것이 만사형통이다라는 얘기도 있다. 그저 자기 가던 길 묵묵히 가는 것이 답이라는 것은 아닐지.

내가 어렸을 적에는 동네에 잔치라도 열릴라치면 반드시 돼지 한두 마리는 돌부리를 해서 나누어 먹곤 하였다. 돼지를 잡을라치면 돼지 오줌보가 나오는데, 이 질긴 돼지오줌보를 철사나 실로 입구를 꽁꽁 동여매서 넓은 마당에 굴리고 동네 젊은이들이 이리저리 차고 놀던 기억이 생생하다. 축구공이나 농구공 같은 운동기구라고는 전혀 없던 시절이라 자치기나 땅 따먹기를 하던 애들이 차고 놀 수 있는 돼지오줌보라도 구했으니 그 인기가 오죽했으랴 싶다. 그 시절에는 웬 만하면 집집마다 돼지막을 얼기설기 짓고 그저 돼지 두어 마리는 키워냈다. 돼지막은 구정물통과 배설물이 질펀하여 참으로 불결하기 짝이 없었는데, 알고 보니 돼지라는 동물을 요즘 애완동물로도 많이들 키우고 지능지수가 개보다도 높아 75정도라니 놀랄 일이다.

물처럼 자연스럽게 흐르고 흙처럼 천지의 조화에 묵묵히 순종하는 기운이 감도는 기해년에 모든 이들이 나름 바라는 바가 있을 것이다. 개인적인 소망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겠으나 새해를 맞는 때를 계기로 저의 새해 소망을 말씀드리고 싶다. 첫째는 남북의 화해와 한반도의 평화이다. 통일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무수히 많다는 견해에 동의한다. 하지만 올해 기해년에는 적어도 남과 북의 한민족이 핵과 전쟁의 위협이 없는 한반도의 평화로운 분위기는 꼭 만들 수 있기를 소망한다. 남과 북이 평화롭게 오가고 협력한다면 어려운 경제의 활로도 활짝 열릴 것이라고 확신한다. 둘째는 내가 좋아서 귀촌해 사는 보은군의 모둠살이가 서로 오순도순 우애롭고 살가운 삶이되기를 소망한다. 사는 게 뭐 별거 있겠는가. 서로 돕고 욕 안 먹고 살면 그만인 것이 대부분 민초들의 삶이 아닌가. 셋째는 나도 올해는 철이 좀 들었으면 한다. 철이 든다는 것이 무엇인가. 철든다는 것은 상대방의 입장을 잘 헤아릴 줄 아는 것이 철드는 것이라 생각한다. 자식이 부모의 입장을 헤아릴 줄 알면 그 자식은 철든 효자가 된다.

나는 또한 높이 앉은 권력자들도 철이 들기를 소망한다. 나랏일도 행정부는 사법부를 입법부는 행정부의 입장을 서로서로 생각할 줄 안다면 이토록 국민들로부터 비난의 대상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보은군의 사정도 마찬가지로 본다. 힘 있는 쪽이 상대를 무시하고 그저 사사건건 밀어붙이기로 일관한다면 종국에 가서 군민들은 누구를 탓할 것인가. 칼자루는 내가 쥐고 있다고 착각을 하고 오만과 독선을 일삼는 측이 비난을 뒤집어 쓸 것이 자명하다. 군민이 주인이라는 민주(民主)의 원리를 한시도 잊으면 안 된다. 국민의 선택을 받은 머슴이 마치 주인인양 행세를 하고 내가 제일입네 하며 국민을 무시하는 순간 나락으로 곤두박질친다는 것이 민주주의 (民主主義)역사의 교훈이다. 황금돼지의 해를 맞이하여 물처럼 흙처럼 거스르지 말라는 하늘의 기운에 순응하고 겸허한 자세로 나보다는 남을 존중하는 것이 다사다난할 2019년 기해년을 살아가는 지혜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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