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된 질투
조작된 질투
  • 편집부
  • 승인 2018.12.27 10:26
  • 호수 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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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환욱

한 학교에서 들은 강연 중에 이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에 대한 것이었죠. 누군가에게 좋은 일이 생기면 시기하고 질투하는 마음이 생기기 마련이라는 뜻으로 여전히 쓰이는 속담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본래의 의미와는 전혀 다르게 변질된 것이라고 합니다.

사촌이 땅을 샀습니다. 그래서 농사를 지어야 합니다. 땅을 기름지게 하기 위해서 거름이 필요했습니다. 사람의 배설물이 필요했죠. 그래서 사촌형이 '내 동생이 땅을 사서 농사를 잘 지으려면 거름이 필요할텐데...'라는 생각을 너무 골똘히 하다보니까 자기 배가 슬슬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본인이 거름을 만들어서 주려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이 이 속담에 담겨있는 우리나라의 원래 마음이었습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내 배가 아파서라도 직접 거름을 만들어 주고 싶었던 마음. 너무 따뜻한 마음에서 나온 속담이었는데 이것을 일본사람들이 왜곡을 하여 시기와 질투가 많은 것처럼 퍼트렸습니다. 그리고 계속 그렇게 쓰이고 있습니다.

우리 민족은 원래 이렇게 착한 마음을 지닌 민족입니다. 친구들에게 좋은 일이 생기고 내 형제자매에게 좋은 일이 생기며 우리 이웃에게 좋은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해서든지 더 잘해주려고 배가 아팠던 그러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잘못된 의미로 전해진 속담하나가 미치는 영향은 대단합니다. 속담이 그러하니 질투하는 마음이 드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게끔 만드는 것입니다. 말의 힘은 인간의 마음가짐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아이들 또한 본래 착한 본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경쟁하여 승자가 되는 구조 속에서 그러한 본성을 점점 잃어가는 것이죠. 이것은 어른들의 잘못이 큽니다. 경쟁에서 이기는 소수를 위해 다수를 희생하는 비인간적인 구조를 만들어낸 것이 바로 어른들입니다. 그리고 여전히 그 구조를 지키고 있는 것도 어른들입니다.

학교에서는 이런 구조를 점차 무너뜨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혁신학교들이 앞장을 섭니다. 2000년대 중반 최초의 혁신학교에서 가장 먼저 한 것 중의 하나는 시상식을 없앤 것입니다. 아이들이 모인 곳에서 단상위에 올라가 상을 받고 박수를 받는 시상식. 상을 받는 아이를 우러러보라는 무언의 강요. 박수를 치는 아이들은 어떤 마음이 들까요? 자신도 저런 경쟁 대회 속에서 무언가를 열심히 하여 박수를 받고 싶을 수도, 별 관심 없이 기계처럼 박수를 치고 있을 수도, 질투하는 마음이 들 수도 있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은 박수부대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시상식이 아이들의 관계성에 그다지 좋은 영향을 주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도리어 질투심을 유발하기에 적격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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