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리산 불목이 옛길 복원
속리산 불목이 옛길 복원
  • 송진선 기자
  • 승인 2018.12.20 09:46
  • 호수 47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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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가권역 5개 마을 주민들이 상판장 이용했던 구간

속리산면 삼가 5개리 주민들이 속리고등공민학교를 다니고 상판장에 숯을 내다팔기 위해 이용했던 불목이 옛길이 복원됐다.

보은군은 충청북도 균형발전 사업으로 도비 5억5천만원, 군비 8억5천만원을 투입해 속리산면 상판리∼불목이재∼삼가리를 잇는 불목이 옛길 4.6㎞를 복원했다. 한남금북정맥구간인 불목이 정상에서 삼가리 방향으로는 경사가 심해 대부분 계단이 설치됐다. 삼가저수지 수변에는 전망대도 시설했다. 불목이 길 정상에서 삼가리 방향으로 하산하면서는 멀리 삼가저수지의 풍광도 감상할 수 있다. 또 나무 아래 길을 조성해 여름철 햇빛을 받지 않고 트레킹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불목이 옛길은 1969년경 당시 채정한 군수가 갈목재를 신작로로 확장해 6.25전쟁 후 미군이 쓰다가 버린 지엠씨(GMC)와 같은 스리쿼터three quarter) 트럭으로 통행하고, 또 1975년 화전민 정리 사업으로 불목이 골에 살던 화전민들이 상판장터로 이전하면서 불목이 옛길 통행량이 점차 줄다가 아예 통행하지 않아 삼가 5개권역 주민들의 추억 속에만 남았던 곳이다.

보은군은 불목이재 복원 구간을 비롯해 구병리 주민들이 장안면 서원리를 가기 위해 이용했던 삼가저수지 안쪽으로 나있는 질마재 옛길을 복원, 트레킹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에 복원한 불목이 옛길은 정이품송 동쪽골짜기 화전민의 삶터였던 불목에서 이름이 전해지고 있다. 옛길은 국립공원속리산사무소 옆 소로에서 시작한다. 고 조자용 박사의 영혼이 숨 쉬는 에밀레 박물관을 지나면 표고버섯장도 있고 감자, 옥수수를 심는 농경지가 나온다. 이어 3거리가 나오는데 곧바로 직진하면 상판 저수지를 지나 도화리에 이르는 고개인 새목이재가 나오고, 오른쪽으로 가면 불목이골이 나온다. 군내에서는 속리산면에 화전민이 가장 많았고 이곳에도 열세집의 화전민들이 산을 밭으로 일구며 살았다고 한다.

불목이 길은 삼가초등학교를 졸업한 5개 마을 학생들이 중학 과정인 속리고등공민학교를 통학하고 주민들이 상판장(묵 공장이 있는 자리)에 숯 등 물건을 내다 팔거나 사고, 법주사에 불공을 드리러 가기 위해 다니던 길이며 외부와 닿는 소통의 통로였다.

이 구간에는 사명당 골이 있는데 삼가권역 주민들은 아랫 불목이 사명당골에서 나온 호랑이가 웃 불목이 고개를 넘어 삼가리 산제당까지 따라온다는 얘기가 있어 밝은 대낮에도 이곳을 지날 때는 등골이 오싹하고 머리가 쭈뼛 서고 식은땀이 났다고 한다.

삼가권역 학생들도 일행 중에 주번이 있으면 나머지 학생들이 모두 기다렸다가 함께 집으로 갔고 무슨 일이 있어도 깜깜해지기 전에 집에 가려고 용을 썼다고 한다. 학생들도 어쩔 수 없이 밤길을 가야할 때를 대비해 솜을 뭉친 막대기와 석유를 담은 깡통을 가지고 다니며 어두워지면 횃불로 길을 밝혀 불목이 길을 오갔다.

부모들은 자식들이 늦게까지 오지 않으면 불목이 고갯마루까지 마중 나와 자식들을 데리고 가기도 했다.

이 무서운 길을 놔두고 다른 길. 갈목재를 이용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하겠지만 갈목재로 가면 불목이로 갈 때보타 4㎞ 정도를 더 돌아야 하고 무섭기는 매한가지여서 삼가권역 주민들은 그래도 거리가 짧은 불목이 길을 택해 상판리를 오갔다.

호랑이가 나온다는 무시무시한 전설이 남아있는 사명당 골엔 최근까지도 미신을 믿는 사람들이 기도의 장으로 이용하기도 했다고 한다.

사람이 떠난 자리 나무들이 무성하게 자라 집터 등을 구분하기는 쉽지 않고 삼가 5개 마을 주민들이 오갔던 길은 세월 속에 묻혔다가 새로 불목이 옛길을 복원함으로써 50년 전 역사 속으로 다시 들어갈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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